



'언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만들어지고 전달될 수 있을까?
많은 언어실험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또 전달 혹은 전달의 실패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언어를 뿌려댔고, 각각 나름의 무의미한 혹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중에는 의도적으로 허공에 흩뿌려진 언어도, 전달하려 했으나 또한 허공에 머무르게 된 언어도 존재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 내놓인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온전한 '전달'에 가장 가까워지려는 또 하나의 시도이다.
이 연극의 예술감독을 맡은 극작가 최치원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희곡적 글쓰기가 언어적 사유의 진지한 발현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짧은 말 속에는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가 목표로 하는 것들의 단계가 들어있다.
언어적 사유 → 발현 → 보여주기 ( → 전달 )
더 간단히 말하자면, '언어적 사유'란 전달해야 하는 '그것'이 될 것이고 '발현'은 그것을 뱉어내는 것, '보여주기'는 뱉어낸 것을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관객을 찌를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전달되지 못하고 허공에 흩뿌려진 언어들은 그랬다. 언어적 사유가 발현되지 못했거나,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거나, 혹은 발현시켜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 언어적 사유의 진지함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최치언 예술감독이 말했듯이,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이 모든 것을 해내고 그들의 날카로운 언어로 기어이 관객들을 찔러내보이겠다고 당당히 선포했다. 이를 위해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첨예하게 언어의 칼날을 갈았다. 장마철의 비오는 날 밤, 낯선 손님의 등장과 제안으로 다듬어진 긴장감 위에 아이의 내면과 기억으로 언어가 드러난다. 이 언어는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도 그 분열성은 메타포와 어린시절의 내면적 상처라는 인간 보편적 소재로 교묘하게 누벼져있다.
극은 준비되었고,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이 칼을 갈고 준비한 이 '방식'이 관객에게, 나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일 뿐이다. 그들이 준비한 첨예한 언어적 사유의 칼날이 나의 피부에 섬칫하게 다가와 닿는 좋은 공연을 기대해본다.
※작품정보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무엇보다도 독특한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상징적 언어의 시도가 눈에 띈다. 이것은 현실 세계의 언어도 아니며, 시적인 세계의 언어도 아닌, 완전한 연극적인 세계의 언어이다.
극 중 인물들이 이러한 연극적 언어를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의 극적 공간이 시에나의 기억 속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부모로부터 커다란 상처를 받은 시에나는 삶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상처는 기억 속의 부모로부터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녀가 상처를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당시의 어린 자신을 패배 시켜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한 인간의 내면에 있는 상처를 언어로 이미지화 시켜가는 독특한 서사방식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이렇게 독특한 극적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단순한 연극적인 실험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탄탄한 드라마가 관념적인 주제를 지탱하고 있다. 관객들은 마치 날이 선 칼날 위에 올라선 것 같은 인물들을 통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출연진
강연정, 이강희, 이보미, 한송이
※기획사정보
창작집단 ‘빛과돌’은 2012년 창단하였습니다. “빛은 돌을 비추므로 존재를 드러내고 돌은 빛을 받음으로 의미를 찾게 된다.”는 빛과돌의 모토처럼 우리의 관심사는 무척이나 넓습니다. 빛과돌은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진 집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개인의 상처와 같은 미시적인 주제를 바라보면서 동시에 사회정의와 같은 거시적인 주제도 바라봅니다. 다양한 연극적 실험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드라마틱한 극의 재미에 대해 탐구합니다. 이렇듯 빛과돌은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다양성을 지향하는 창작집단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주제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각자의 관점들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집단이 되기를 꿈꿉니다.
이런 창작활동을 통해 연극의 즐거움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빛과돌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연극이 세상의 빛과 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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