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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음으로 모아내고 디딤으로 쌓아올린, 영남 춤판 '온'

by 조아란 에디터
2015.01.26 15:07
영남춤으로 올곧게 모아내고 쌓아올린 온의 춤판! - 온
온.jpg

마음으로 모아내고 디딤으로 쌓아올린 온(蘊)
일시: 2015. 1. 22 (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창덕궁 소극장
가격: 전석 3만원 / 1인 1티켓 소지 필수
주최/주관: 박경량류 영남교방청춤 연구, 보존, 계승 학회
예매문의: 010 - 4224 - 0523 (이유림)


전통 춤과 나의 첫 대면이었기에, 걱정과 설렘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은 네 종류의 영남춤 무대와 중간의 장구 독주로 진행되었다.

첫 무대는 최은숙님의 영남승무였다. 
일찍이 조지훈 시인은 번뇌와 정갈한 몸짓의 승무를 아름다운 시로 찬양한 적이 있지 않던가. 
영남승무는 그 시적 아름다움을 눈으로 확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니, 오히려 승무 특유의 번뇌하는 정갈한 몸짓과 언어를 뛰어넘는 춤이라는 매개체만의 전율은 그 이상이었다. 

두번째 무대는 유안나님의 영남교방살풀이였다. 살풀이는 수건, 긴 천, 한지 등을 들고 추기도 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특별히 지전(종이를 돈 모양으로 오린 것. 죽은 사람이 저승 가는 길에 노자(路資)로 쓰라고 관 속에 넣어 준다.)을 들고 추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춤을 추시는 유안나님의 오빠분이 최근 별세하셨다고 하는데, 지전과 무지갯빛 천에는 그러한 사연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 한을 담은 몸짓, 그 응어리짐과 풀림의 동작들은 어찌 그리 먹먹하게 움직이는지. 

두 편의 영남춤 후에는 악사 중 장구를 연주하는 장군의 독주가 있었다. <마음 자심>이라고 하여 '마음먹기'라는 뜻으로 무대 사이사이에 연주된다고 한다. 

밴드활동을 하다보면 타악기라는게 그렇다. 드럼 혼자서는 절대 곡을 연주할 수 없지만 동시에 드럼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멜로디를 연주할 수 없어 슬픈 악기인 동시에 모든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에게 꼭 필요한 악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구 '독주'라니! 
땀을 흘리며 장구 혼자서 오롯이 리듬을 만들어내는데, 마치 장구를 어루고 달래는 듯이, 살아있는 무언가와 대화하는 듯한 모양새가 신비롭기까지 했다. 줄을 죄어 긴장감을 끌어올리기도 했는데, 타악기로 리듬 이상의 가락을 만드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악사의 긴장감있는, 즐거워하는, 흥분하는 분위기가 그가 만들어내는 리듬을 타고 그대로 전해져왔다. 

독주 후의 세번째 무대는 백재화님의 영남선비춤이었다. 
사회자분께서 '반할 뻔 했습니다'하고 소개하셨는데, 웬 어여쁜 여인분이 선비 복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하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호방한 춤사위를 펼치자마자 무대위에 서있는 사람은 여인이 아니라 기개 가득한 선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유려한 여성성과 담대한 남성성의 오묘한 조화가 아름다운 무대였다. 

마지막 무대는 성예진님의 영남교방청춤이었다. 선비춤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선비춤의 묘한여성성과 섬세한 움직임이 영남교방청춤에서는 더욱 극대화되었다. 적절한 완급조절과 교태로우면서도 우아한 태도는 교방 기녀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악사분들이 빚어내는 가락과 장단 또한 흥겹고 아름다웠고, 모든 요소가 잘 어울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언어를 넘어서서 다가오는 보다 근원적인 춤사위의 전달에 넋을 놓고 '아름답구나'하고 한참을 바라봤다. 춤을 조금이라도 춰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리의 춤처럼 정갈하고 유유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몸짓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정교한 연습과 조절, 풍부한 감정까지 더해져야 하는 섬세하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무대의 뒤에 있을 그러한 과정을 생각하니 모든 동작 하나하나들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전통 춤 공연이라해서, '과연 내가 이걸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온>은 진정한 예술과 좋은 작품은 지식과 이해의 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전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생소하다면, 그저 겪어보는 것도 좋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온>을 보고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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