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영원일까 끝일까, '권태기'와 음악

글 입력 2018.06.1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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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물’로 비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형태도, 부피도, 깊이도, 온도도, 그 무엇 하나로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 물이며, 그를 닮은 것이 사랑이다. 한국 가요는 주로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고백과 사랑, 이별, 최근 들어서는 사랑을 시작하기 이전의 감정을 담은 ‘썸’까지, 사랑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끓어오르던 물이 언젠가는 차갑게 식어버리 듯, 혹은 수증기가 되어 형태를 잃어버리듯, 사랑에도 그러한 순간이 존재한다. 대개의 사랑 노래가 다루고 있는 주된 감정들과는 달리, 우리의 사랑은 ‘고백(시작)-사랑(중간)-이별(끝)’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언젠가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 간극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순간을, 우리는 ‘권태기’라 칭한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대해 소개하는 <덕행>‘사랑’시리즈의 두 번째 테마는 ‘권태기’이다. 영원인지 끝인지 모를 그 복잡 미묘하고 현실적인 순간을 담은 음악 4곡을 소개한다.
 


1. 다이나믹듀오 - 봉제선 (Feat. 수란)


▲다이나믹 듀오 (Dynamic Duo) - 봉제선 (BONGJESEON) (Feat. 수란 (SURAN)) MV


헤지고 초라해진 우리 관계에
늘어가는 구멍이 더 시리고 아프지만
날 붙잡는 애착이란 수렁이
너무 깊고 또 깊어 난 또 다시
바늘을 집어서 상처에 수 놓지


 이 곡의 가사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지만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곧 그 감정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가사처럼 사랑은 다른 게 좋아서, 같은 게 신기해서, 서로의 삶을 내어주는 것이다. 사랑과 믿음이라는 실로 서로를 묶었으나, 터지고 꿰매기를 반복한 매듭은 헤지고 풀어지기 마련이다.
 
 서로를 묶어낸 사랑이라는 겉옷은 어떤 비와 바람도 막아줄 테지만, 곧 목을 조여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매듭이 풀어지면 찬바람이 새어들기 마련이다. 풀리고, 터지고, 또 다시 꿰매기를 반복하는 우리. 결국 남는 것은 누더기같이 변한 사랑일 테다.

 지친 바느질을 계속 이어나갈 수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사랑’을 하는 우리의 몫이다. 식어버린 물을 다시 끓어오르게 할 수도, 세면대에 흘려보낼 수도 있다. 사실 이미 증발되어 사라져버린 후 일 수도 있다. ‘권태기’라는 시간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칠 대로 지친 우리가, 누더기같이 변해버린 사랑 앞에서 같은 아픔과 노력을 반복해야 하는 탓일 것이다.



2. 지바노프(Jeebanoff) - Then we


▲jeebanoff - Then we (prod. NOAIR)


반복이 되는 일상과 말 속에서
나만 지친다 느끼면 기분 탓인지
할 수 없이 귀를 막고 얼굴을 돌렸지 난
아직 뭘 바라고 있는 거라면 욕심일까


 지바노프의 ‘then we’에서는 변해가는 마음과, 그로 인한 갈등을 퍽 현실적인 언어로 담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과 말 속에서 변해가는 마음 앞에 서로는 서로를 탓하게 된다.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 될 뿐이다. 영원을 약속하던 이들도 쉽게 끝을 말하게 된다.

 트렌디하고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음색을 지닌 지바노프는 자신의 서사를 담은 음악을 노래한다. 이는 우리가 겪는 사랑과 닮아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사에 보다 공감할 수밖에 없다. ‘then we’가 수록된 앨범 ‘KARMA’에서는 총 6곡의 음악을 통해 만남에서 이별까지의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짝사랑의 감정을 담은 ‘Wish(Feat. SUMIN)’, 사랑을 이룬 뒤의 아름다운 감정을 담은 ‘Right Here(Feat. Rick Bridges)’, 변해가는 마음에 의심을 갖기 시작한 순간의 ‘진심’,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권태기의 감정을 담은 ‘then we’, 다툼과 불신이 극에 달해 이별을 결심하는 순간의 ‘Timid(Feat. 창모)’, 이별 후의 분노와 무관심을 담은 ‘’If you’까지, 앨범은 하나의 서사를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 앨범에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그 감정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3. 기리보이 - 우결 (Feat. 프롬)


▲Giriboy (기리보이) - 우결 (feat. 프롬)


우린 결혼까진 무리야
너도 예상했겠지만
끌까 말까 고민 중인 불
끌 때마저 골치뿐인 불


 사랑하는 사람과 정을 나누고 생활 습관을 조금씩 맞춰 나가다보면, 어느새 한 집에서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수많은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음에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일 분 일 초가 아쉬울 정도로 불타는 그들에게 결혼이란 당연한 미래이자 약속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약속이 바래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마음 속 사랑이라는 불은 잔인하게도 점차 주위 현실을 비추기 시작한다. 더 이상 서로만 바라볼 수 없게 된 그들은 결국 인생에서의 꽤 중대한 결정, 결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한창 식어갈 때라면 결혼에 굳이 매달려야할 이유도 없다. 기대감이 잔뜩 담겼던, 당연했던 미래는 현실을 이기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 사라져만 간다.

 기리보이의 ‘우결’은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결혼까지 무리라고.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 헤어짐을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 어느새 사랑은 처리가 어려운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렸고 오히려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 서로에게 이별을 미루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이다. 식어버린 마음만 남은 그들의 모습은 1절은 남자, 2절은 여자가 진행함으로써 각각 보인다. 이별을 마주하는 자세는 조금 다른데, 기리보이 특유의 무심하면서 나른한 창법은 상대방의 연락이 귀찮은 남자 화자에 사실감을 더한다. 또한 몇 년 전 유행했던 가상결혼 프로그램 ‘우리 결혼 했어요’의 줄임말인 ‘우결’과 동일한 제목을 가져와 정반대의 가사들을 써내려가며 반전감을 살렸다.



4. 양다일 & 정키 - 우린 알아 (We Know)

▲양다일(Yang Da Il) & 정키(Junkey) - 우린 알아 (We Know) [Official Live Clip]


사랑을 하는 게 사랑을 받는 게
아무 걱정 없이 널 바라보는 게
시간이 갈수록 사랑을 할수록
지쳐만 가


 사랑의 끝을 직감하는 것보다 비참한 일이 있을까. 분명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던 때가, 영원함을 자신했던 우리가 있었는데. 많은 생각이 오고갈 것이다. 한없이 행복했던 때만 생각하면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이렇게 되어버린 우리의 모습에 눈물이 나오지만 돌아갈 수 없음 또한 알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누구의 잘못 때문이었는지 원망의 대상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로 인해 반복되는 싸움은 두 사람을 끝없이 지치게만 만들었다.

 권태기로 마음고생을 꽤나 앓고 있지만 헤어짐을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널 사랑하나봐’로 노래를 끝내는 ‘우린 알아’의 화자가 결국 이별하였는지 그 결말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사랑하고 있기에, 끝을 앞둔 우리의 사이가 아쉽기에 권태기를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분명하다. 헤어짐까지 둘의 사이를 몰아넣지만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지독하기 그지없다.

 ‘우린 알아’의 프로듀서인 정키는 이별을 고민하는 과정부터 이별 후까지의 감정을 그려내는데 뛰어난 작곡가로 유명하다. 그의 노래는 혼자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독백 같다. 실제로 감정을 내뱉는 듯 한 보컬들과 이를 살리기 위해 절제된 피아노 멜로디는 음악적 독백을 형성한다. ‘우린 알아’는 거기에 호소력 짙은 보컬로 유명한 양다일의 목소리까지 더하여 권태기를 겪으며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는 남자의 마음을 담담하면서도 애절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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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 걸까. 다른 감정과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고 하기에는 유독 변덕스럽고 알 수가 없지 않는가.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사랑도 변한다는 핑계라면 거절하겠다. 이때까지 사랑의 행패를 포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 사랑의 주체인 내 마음에, 그리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권태를 겪게 하는 이 잔인한 감정의 근원지가 궁금해졌을 뿐이다.

 권태기가 찾아온다고 사랑이 꼭 달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별을 향한 무조건적인 수순이 아니며 조금 소홀해지고 지루해진 연인의 사이를 오히려 개선시켜주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인생에서나 사랑에서나 권태를 느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순리일지도 모른다. 같은 행동,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일 뿐,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다. 즉, 누구에게나 권태기는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명확히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잘 기억했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인연이 달린 문제이니 더욱이나.





intro. 김수민
outro. 맹주영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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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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