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착한 사람’에 대해서 – 영화 무간도 [영화]

글 입력 2018.05.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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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착하게 살자’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막 옹알이를 시작한 어린 아기일 때부터 다 큰 성인이 돼서도 착하게 사는 것은 대부분 사회에서 지향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착하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것일까? 윗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나서는 것? 사회 규범을 어기지 않고 사는 것? 모두가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화 <무간도> 역시 이러한 고민과 노력에서 출발한다.

 무간도는 총 세 편의 영화로 구성된 트릴로지다(최근 개봉한 무간도4는 국내 배급사가 붙인 제목일 뿐, 실제 무간도 시리즈와는 무관하다). 국내에선 황정민, 이정재, 최민식 주연의 영화 <신세계>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씨가 거의 말라버린 홍콩 느와르 액션물의 마지막 히트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수 히트작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유덕화(유건명 役), 양조위(진영인 役) 외에도 황추생(황 국장 役), 증지위(한침 役) 등이 출연했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무간도 1편을 집중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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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간도는 경찰 조직에 잠입한 범죄조직 삼합회의 스파이 유건명과, 반대로 삼합회에 잠입한 경찰의 스파이 진영인의 이야기로 이뤄져있다. 10년간의 스파이 생활로 인해 두 사람은 자신의 본래 신분과 위장 신분 사이에서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유건명은 경찰 조직 내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삼합회 보스 한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반대로 진영인 역시 한침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경찰임에도 범죄 행위에 가담해야 하는 스파이 생활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진영인의 실제 신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강력반의 황 국장이 한침에게 습격을 당해 죽게 된다.

 경찰 내에서도 스파이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압박감을 느낀 유건명은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고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진영인과 접촉해 한침을 제거한다. 그러나 진영인의 신분을 회복해주는 과정에서 유건명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되고, 이를 해결하려다 진영인은 물론이고 사실은 한침이 보낸 스파이였던 자신의 부하 경찰마저 제거하게 된다. 이 세 건의 살인은 모두 유건명이 착하게 살기 위해서 저질러야만 했던 짓이다.

 여기서 이 영화가 제시하는 주된 의문이 나온다. 나쁘게 살았던 사람은 착해질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착한 의도를 가졌던 사람은 그간 했던 나쁜 짓들이 용서되는 것인가? 진영인은 본래 경찰이지만 스파이로 활동하며 수많은 잘못들을 저질렀다. 반대로, 유건명은 경찰에 잠입한 폭력조직의 조직원이지만 10년간 경찰 내에서도 인정할 만큼 많은 범죄사건을 해결해왔다. 둘 중 더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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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 두 사람은
선인인지 악인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감독은 둘 중 누가 선인이고 악인인지 정확히 구별되지 않는 연출을 택했다. 필자는 이러한 연출이 관객에게 선택권을 넘겨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선한 사람인지 관객이 자신들의 가치관에 비추어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누가 선인인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나, 둘 모두에게 연민의 감정은 강하게 느껴졌다. 먼저 유건명의 경우, 그가 저질렀던 죄와, 그로 인해 발생한 2차, 3차 피해자들을 생각해보면 유건명은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그가 저질렀던 잘못으로 인해 착한 사람이 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표출된 그의 감정 역시 ‘나는 착하게 살고 싶은데, 왜 세상이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거지?’ 라는 의문과 분노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 그의 악행은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한 몸부림의 성격이 강했다.

 진영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찰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선 신분을 들켜선 안 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필수불가결이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됐든 범죄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가치관의 갈등을 겪는 그에게 관객은 물론이고 등장인물(정신과 의사)조차 연민을 갖는다. 그러나 진영인도점점 자신의 범죄 활동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죄를 용서받는 게 옳은가? 라는 의문도 생겨난다. 더 나아가 목적 달성을 위해 진영인과 유건명을 스파이로 파견한 한침과 황 반장의 행위는 도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아야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다.

 우리는 목적과 과정, 결과에 사이에서 항상 갈등한다. 어떤 행동의 가치를 판단할 때 셋 중 어떤 것이 척도가 되어야 하는지는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항상 토론과 고민의 거리가 되었다. 어느 한 쪽도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행동을 두고도 사람들의 평가는 상이하게 나뉘며, 개인이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함에 있어서도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무간도 역시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관객들의 의견을 묻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무엇이 당신의 선(善)인가? 영화 무간도를 보고 고민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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