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변화는 익숙함에서 시작하세요

글 입력 2015.05.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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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익숙함에서 시작하세요


  긴 지루함의 지하철 여행을 끝내고 이촌역 앞을 나섰다. 선선한 여름의 추위가 팔을 감싸고 돌았다. 시야는 도로로 향했다. 거슬림 없는 큰 도로는 여전했다. 걸음을 잠깐 멈추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봤다. 6년. 6년만에 국립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주위 친구들과 달리 박물관 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던 나였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 무엇이 바빠 이곳을 오지 않았을까.
  이곳은 이전 기억속의 건물보다 성장했다. 친근했던 이미지가 범접할 수 없는 웅장함으로 변한 것이다. 넓은 공원이 생겼고 편의점이 들어섰으며 호수가 있었다. 호수 건너편으로 정자가 있었으며 가지런히 배치된 분리수거함이 있었다. 낯설었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이전의 ‘나’로 온 것이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클래식의 이미지는 어렵거나 친숙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가끔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이 전부일 때도 있다. CF에서 사용되었거나, 드라마에서, 예능에서, 파편적인 클래식을 접한다. 

 
  Q) 클래식을 왜 들으러 왔나요?
  A) 기계음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 이상의 무엇을 듣고 싶었다. 사실, 한 번도 클래식을 현장의
     소리로 들어본 적이 없다. 클래식은 나에게 어려웠기에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힘. 따분하지만 파괴하고 싶지 않은 일상 말이다. 나에게도, 연주자에게도, 부담이 덜 가는 가벼운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공연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베토벤 교향곡&협주곡 전곡 시리즈Ⅰ’를 선택했다.

  사람들의 감상 태도는 제각각이었다. 어린아이는 베토벤의 음악에 심취한 듯 지휘자의 손짓을 따라하며 격렬히 움직였다. 왼쪽의 아주머니는 등을 의자에 편안히 기대 들으셨으며 나는 연주자들의 행동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박수는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다시 선선한 바람을 맞이했다. 

  Q)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A) 일상에서 살짝 비틀어진 길을 걷고 싶은 사람. 새로운 것을 하고 싶지만 익숙한 것이 좋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공연이 끝난 후 어떤 사람은 만족감을 또 다른 사람은 이 부분에서는 길게 끌어야 하는데 아쉽다 등의 후기를 허공에 흩뿌렸다. 그러나 이 공연은 훗날 멋진 무대를 펼칠 잠재된 연주자들의 무대이다.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공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클래식이 어렵다면 나처럼 시작을 베토벤 음악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전곡을 들어보지 않았지만 포인트 정도는 알고 있다면, 익숙함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공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누구나 경험자가 되거나 능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EEUUM Coop Orchestra 'Korean Youth Symphony'의 베토벤 교향곡&협주곡 전곡 시리즈Ⅰ
[윤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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