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기 파멸적 사랑 너머에 숨겨진 진정한 자아 확립의 여정 – 태민 ‘Guilty’ [음악]

이기적인 사랑과 아픈 성장을 주제로 그 속의 죄책감을 다룬, 태민의 미니 4집 앨범 [Guilty]
글 입력 2023.11.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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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게 치솟아 오르는 불길 속, 머리에 깃을 단 남자를 중심으로 광란의 의식이 펼쳐지는 듯하다.

 

날 것의 거칠면서도 본능적인 몸짓은 마치 응어리진 그들의 속을 터뜨리는 것만 같다.

 

과연, 이들이 드러내고 싶은, 또한 이들을 대표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태민 미니 4집 [Guilty]


 

태민 'Guilty' 자켓.png

 

 

샤이니 태민이 지난 10월 30일, 2년 5개월의 공백기를 끝마치며 네 번째 미니앨범 [Guilty]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사랑, 이별, 희망 등의 다채로운 주제를 담은 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1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의 전 세계 39개 지역 1위를 차지하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컴백을 맞아 유튜브 웹 예능 '리무진서비스'에 찾아온 태민은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기반으로 이번 앨범을 준비했음을 언급했다. 이때, 그는 타이틀곡 ‘Guilty’에서 상대를 아프게 하는 잘못된 사랑마저 자신의 방식이라 말하는 이기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설명한다. 해당 곡은 30인조 스트링 사운드에 다이내믹한 신스 사운드가 더해진 웅장하고 무게감이 있는 비트와 직설적인 가사의 조화를 통해 나쁜 사랑의 주체가 지닌 농도 짙고 여유로운 태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럼 이어서, 태민이 설명한 주제인 ‘이기적인 사랑’과 관련해 곡의 가사를 먼저 분석해보고자 한다.

 

 

 


태민, ‘Guilty’ (2023.10.30.)



 

단 하나를 주는 척

모든 걸 가져가

아픈 마음과 사랑을

헷갈려 원하게 만들어

 

 

1절에서 태민은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에게 단 하나, 즉 그의 마음을 주는 듯 연기하며 실제로는 상대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자신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즉, 이 이기적인 사랑의 주체인 그는 ‘아픔’을 ‘사랑’으로 둔갑시켜 혼란에 빠진 상대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도 나를 더 바라고 있잖아

솔직해 이제 그만

포기해 넌 내 안에 갇힌 걸

 

 

2절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을 갈구하는 상대에게 ‘진실을 깨닫더라도 넌 나에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있다.

  

 

모르게 너를 속여 전부를 뺏어

또 playing a game

재미로 해 둬

수백 가지 거짓말

...

내 말 위에 놀아나

누가 날 벌할까

 

 

이어지는 후렴구를 통해서는 그가 마치 게임을 하듯 오직 재미를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그녀를 홀리는 수백 가지 거짓말을 만들어 꾀어내고 있다는 더한 진실이 밝혀진다. 동시에 말 한 마디로 상대를 가지고 노는 그를 감히 누가 벌할 수 있느냐는 구절에선 이 관계가 오롯이 태민, 그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너를 더 잃어 가기를 원해

우리의 사랑은 그게 편해

그저 남들과 다른 내 방식

아플수록 달콤히 남지

 

 

결국 2절의 후렴구가 끝나며 이어지는 브릿지 파트를 통해 알 수 있듯, 태민은 자신을 원하는 상대에게 스스로를 내려놓기를 요구한다. 한마디로, 독사과를 베어 무는 것과 같이 아플 게 분명하지만 달콤할 그의 사랑을 위해선 자신의 자아를 완전히 버리고 온전히 그에게 귀속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해본 가사의 흐름을 종합한다면, 연인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이 괴상한 관계 속에서 명확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쁜 남자’가 상대를 소유욕으로 옭아매려 드는 것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버린다면, 왜 태민이 곡의 제목을 ‘Guilty’라고 지었는지를 간과해버리는 안일한 해석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래부터는 ‘Guilty,’ 즉 죄의식의 측면에서 표면적인 사랑의 주제와 좀 더 본질적인 태민의 성장 과정 그 자체를 파고들어 보려고 한다.

 

 

 

1. 표면적 주제 – 주체와 대상 모두에게 유해한 ‘자기 파멸적 사랑’의 굴레


 

 

You got me G-U-I-L-T-Y

...

Uh uh Loving you’s a crime

눈치챈 순간 난

이미 다 사라져

 

 

아이러니하게도, 태민 역시 사랑이라 칭할 수 없는 그릇된 관계 속에서 이것이 명백한 ‘잘못’이라는 걸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자신의 손아귀에 빠져 놀아나면서도 맹목적으로 그 하나만을 바라보는 상대에게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이는 그 사랑의 주인에게 굴려지며 아파하고, 사랑을 베푸는 이는 그 사랑의 대상에게 죄스러움을 느끼며 회피한다. 이 이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강력한 ‘독,’ 그 자체인 관계가 또 있을까?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파멸로 몰고 가는 이 관계를 어느 한 쪽도 나서서 끊어내려 들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한 쪽은 끊어내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 들이부어지는 열렬한 애정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자를, 상처가 곪아 터지더라도 상대를 더 사랑하고 살필 이가 이기려 들리는 만무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타이틀곡 ‘Guilty’는 끊어낼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의 굴레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마지막 단락을 통해, 이성적인 사랑의 주제로 해석하기엔 다소 난해한 뮤직비디오에 관해 개인적인 견해를 다루면서 이번 오피니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 본질적 주제 – 상처입은 과거의 나를 향한 사죄, 그리고 억눌렸던 자아의 분출


 

태민 'Guilty' MV 컷 모음.jpg

 

 

10월 25일에 선공개 된 태민의 ‘Guilty’ 뮤직비디오는 그와 타인의 관계가 아닌, 태민 스스로의 무의식 혹은 내면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할 때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뮤직비디오의 시작부터 계속해서 등장하는 여러 개의 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즐겁게 뛰어놀기도 혹은 서로를 마주보며 위로하기도 하는 아이들은 태민의 수많은 자아를 칭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K-POP 아티스트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태민이 거쳐 와야 했던 수많은 역경과 고난들, 그는 그 속에서 통제되며 자신의 내면을 억눌러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날들을 수없이 경험했을 것이다. 분명 스스로가 원했던 길이지만 동시에 과거의 자신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선택들에 대해 죄책감을 평생토록 안고 가는 것, 그것이 제목 ‘Guilty’가 시사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애매한 선과 악의 경계 위

마지막 순간 나의 심판이

 

 

그러면서도 태민은 이 죄책감을 동력 삼아 더 큰 뜻을 펼쳐 나가고자 한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를 살펴보면, 머리에 깃으로 장식된 무언가를 쓰고 있는 태민을 중심으로 내면에 갇혀 있던 자아들은 서서히 날뛰기 시작한다. 끝내 그들은 주위를 불태우며 억압에서 벗어나 환희로 가득 찬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린 태민의 존재가 ‘아브락사스(Abraxas)’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유대교의 교리에 정의된 선의 신 ‘야훼’와 악마의 신 ‘사탄’을 합친 존재인 ‘아브락사스(Abraxas)’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Demian)]의 핵심 구절에 함께 언급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즉, 아직 미완의 존재가 사로잡혀 있던 관념과 가치를 스스로 깨부수고 선과 악의 집합체로서 성장할 때, 비로소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듯 자아를 완전히 확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설 속 데미안이 주인공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라는 해석을 고려했을 때, 데미안의 대사를 녹여낸 것으로 예상되는 태민의 ‘Guilty’는 아티스트로서 굳게 새겨진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거나 뛰어넘어 정상에 올라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그의 꾸준한 도전 정신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결과적으로 어린 자신을 채찍질하며 온몸이 불에 그을린 듯 헤집어지면서도 버텨낸 그는 어른의 영역인 선과 악의 경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기에 이젠 내면의 ‘참된 자아’로서 무의식 속의 자아들에게 자유를 선사할 수 있는 권위자의 위치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누구의 권유도 없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독사과를 삼켜낸 태민의 길었던 여정이, 지금 또 다른 길의 시작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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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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