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만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언더커버 셰프‘이다. 유명 셰프들이 직업을 숨긴 채 각자의 분야의 본토 식당에 주방 막내로 위장 취업하는 프로그램으로, 샘 킴 셰프, 정지선 셰프, 권성준 셰프가 출연한다. ‘냉장고를 부탁해’와 ‘흑백 요리사’ 등의 요리 프로그램 애청자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출연진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출연자들과 더불어 ‘언더커버 셰프’를 매주 찾아보도록 만드는 몇 가지 요소들을 찾아보았다.
'힘숨찐' 클리셰

온갖 장르의 창작물에서 흔한 클리셰 중 하나는 힘을 숨긴 주인공이다. 이른바 '힘숨찐'은 별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힘을 가진 주인공이 중요한 순간마다 능력을 발휘하는 클리셰이다. ’언더커버 셰프‘는 이러한 '힘숨찐' 클리셰에 전형적으로 들어맞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그들의 경력과 유명세를 버린 채 전직 농부, 복싱 선수, 야구 선수로 위장하여 각각 이탈리아와 중국의 식당에 신입으로 취직한다. 심지어 프로그램의 성격까지 유명인들의 제 2의 인생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속였다. 이렇게 완전한 요리 문외한의 모습으로 새로운 주방에 입성한 그들의 최종 목표는 촬영하는 5일 내에 자신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여 메뉴판에 올리는 것으로, 주방에 대하여 잘 모르는 시청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힘숨찐’ 출연자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낯선 주방에서 그들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더욱 솔직하게 말하면 과연 그들의 실력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셰프들이 결국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장면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 낯선 세계에 부딪히며 숨겼던 힘을 알게 모르게 드러내고 있는 셰프들의 모습은 가상의 창작물들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흥미롭다.
일은 이렇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언더커버 셰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셰프들이 막내로서 한 노력들이었다.
새로운 주방에서 그들이 보여준 신입으로서의 모습은 흔히 오너들이 말하는 '사장의 마인드로 일해라'라는 말과 부합했다. 출연자들이 신입 시절 이렇게 노력했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는 모범 사례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오너 셰프인 그들이 신규 직원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몸소 행한 것처럼도 느껴진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타임에 메뉴판을 정독하며 공부하고, 새로 배운 업무와 주의 사항을 복기하며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그러나 흔치 않은 신입의 모습이다.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일해라', '기회를 원한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잡아라', '업무 전반을 생각하며 일해라' 등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태도들이 있다. 솔직히 이런 말들을 들으면 맞는 말인 것은 알겠지만 꼰대처럼 느껴진다거나, 내가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렇지만 '언더커버 셰프'를 보면 이러한 적극적인 업무 태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머지않아 실력자가 될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프로그램의 주제가 '업계 정상이 일하는 법' 따위의 것이었다면 그냥 팔짱을 끼고 시큰둥하게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내 셰프로 주방에 잠입한다는 흥미로운 소재에 자연스럽게 희석된 출연자들의 일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요리 장면들

기본적으로 출연자들인 세 명의 셰프와 MC 김풍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원래 요리 예능에 흥미가 있던 시청자일 가능성이 높다. 요리 예능은 셰프들이 전문적인 모습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과 맛있어 보이는 새로운 요리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시청하고는 한다. '언더커버 셰프' 역시 요리사들의 예능인만큼 현지 식당의 다양한 메뉴들과 식재료, 조리 과정을 담아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스타가 아닌 이탈리아 파르마와 나폴리의 가정식, 현지식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구글 맵을 켜서 식당 위치를 저장하게 된다. 언젠가 이탈리아에 간다면 꼭 방문할 것을 다짐하면서 말이다. 중국의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맵고 자극적인 사천식 요리들과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중국 음식은 저절로 침이 고이게 한다. 실제로 어느 날은 방송을 보다가 중식이 너무 먹고 싶어 마라샹궈를 배달 시켜버린 경우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방송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들과 조리과정은 기존 요리 예능 애청자들과 새롭게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편집팀에서 앞으로도 음식 장면을 많이 넣어주시면 좋겠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익숙한 주방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주방인데다가 언어까지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신입 요리사가 되어보겠다고 결심한 출연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미 유명세가 있는 상태에서, 심지어 방송으로 중계되는 상황에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총 10화 중 4화까지 방영된 지금, 그들이 어떻게 5일간의 잠입 생활을 해냈는지, 과연 신메뉴를 선보이는 최종 미션에는 성공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다른 셰프들이 등장하는 시즌 2까지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