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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실상 내 하루는 유튜브가 굴린다.

 

이렇게 말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나는 유튜브를 정말 많이 본다. 눈 뜨자마자 숏츠 정독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잠에 들기 전까지 ASMR 영상과 함께하는…. 그래서인지 유독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오직 나의 취향으로만 가득 차 있다. 남들이 보면 ‘이게 누구야?’ 싶은 숨어 있는 소규모 유튜버들까지 한가득이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왓츠인마이백’부터 심지어는 ‘왓츠인마이폰’ 콘텐츠까지 나오는데 왜 ‘왓츠인마이알고리즘’은 나오지 않은 걸까? 어찌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가장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알고리즘인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적어보려 한다. 요즘 나의 알고리즘 속에는 누가 나오고, 어떤 영상들이 즐비하였는지. What is in my Algorithm?

 

 

 

 

2024년 진행되었던 바밍타이거의 단독 공연 중 ‘Spirit Chaebol’이라는 노래의 라이브 무대 영상이다. 최근 ‘Spirit Chaebol’의 뮤직비디오가 새롭게 업로드되면서 그 영향으로 나의 알고리즘에도 등장한 듯하다.

 

나는 워낙에 바밍타이거의 라이브 무대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들만의 자유로운 그 분위기와 정신이 라이브 무대에서 가장 멋지게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미친 라이브 실력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아무튼 이 영상은 정말 역대급이다. 단독공연이기에 서로 갖춰 입은 옷과 직접 제작한 캐릭터가 인형 탈로 등장하고, 관객이며 가수며 모두가 너나 할 거 없이 신나게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까지. 너무나도 바밍타이거다운 영상이다. 이 영상을 계속해서 돌려보면서 단독공연을 가지 않았던 나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지나간 단독공연, 침대에서 누워 편하게 볼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한다.

 

*이 영상의 킥은 1분 14초. 음원보다도 좋은 머드더스튜던트의 랩 파트이다.

 

 

 

 

어쩌다 보니 이 영상도 2024년에 머물러있다. 작년 여름 발매된 수민&슬롬의 ‘미니시리즈 2’ 수록곡 라이브 영상이다. 최근 정말 뒤늦게‘미니시리즈 2’ 앨범을 즐겨듣고 있어 그런지 내 알고리즘에도 자연스레 다시금 등장해 주었다. 수민의 음색은 라이브로 들을 때 더 빛난다. 처음 내가 수민의 목소리를 듣고 ‘아, 이거 튠이 너무 과한데?’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다. 정말 그 정도로 수민의 목소리는 기계보다도 완벽하다. 이걸 라이브를 통해 증명시키듯 보여줄 때마다 내가 다 뿌듯해질 정도다.

 

이 영상은 ‘무신사’가 직접 기획하고 촬영한 영상인지라, ‘포터리’라는 브랜드와 함께 협업하여 제작된 라이브 영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이 영상의 포인트. 포터리와 수민&슬롬이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수가! 사실 지금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조합인데, 너무 잘 어울려서 입을 틀어막고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니시리즈 2’ 라이브 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되었다.

 

 

 

 

단연코 내가 유튜브에서 사랑하는 콘텐츠 중 하나, ‘오당기’의 새로운 회차가 (어찌 보면 당연히) 알고리즘에 등장했다. 이번 회는 특이하게도 다른 오당기와 썸네일부터가 다른데, 그 이유는 바로 오당기의 시그니처와도 다름없었던 촬영 장소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문상훈의 ‘방’으로!

 

사실 워낙에 원래의 오당기 촬영 장소가 참 콘텐츠 자체와 잘 어울렸고, 그 콘텐츠만의 맛을 살려주는 느낌이 있어 바뀌게 되면 혹여나 그 아늑한 매력이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빠더너스. 절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어쩜 문상훈의 방으로 선정할 생각을 했을까? 원래도 오당기는 문상훈의 감성에 점점 녹아드는 게스트들을 보는 재미로 봤었는데, 장소를 문상훈의 방으로 바꾸니 오히려 그의 감성에 더 푹 젖어 드는 느낌이랄까. 일단 나는 그 감성 속에 이미 잠수 중인 것만 같다.

 

이번 게스트와의 궁합마저 좋았다. 최우식 배우는 항상 호감이라 늘 묵묵히 응원하는 배우 중 하나였는데, 이번 오당기에서의 대화를 듣고서 뭔가 더욱 호감이 되었다. 사람 자체가 꼬인 부분 하나 없이 너무 유순한 느낌. 영상이 다 끝난 후에도 좋았던 부분을 몇 번 더 돌려볼 만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오당기 회차 중 하나였다.

 

 

 

 

드디어 뉴페이스의 등장!

 

나는 원체 성향이 새로운 것을 반기지 않고, 항상 익숙한 것만 찾는 사람이라 내 알고리즘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오랜만에 등장해 주었다. 제법 귀여운 썸네일에 홀린 듯이 들어가 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뮤직비디오였다.

 

내가 좋아하는 캠코더 촬영 영상인 데다가 노래까지 잔잔하고 좋아서 곧장 '좋아요'를 눌러버렸다. 아무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 가수인 것 같은데, 댓글에 한국말도 꽤 있는 것이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도 알고리즘이 향한 듯하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뉴페이스.

 

 

 

 

어린 시절 정말 즐겨봤던 유튜버인 ‘써니 채널’. 어느 순간 유튜브로는 뷰티 영상들을 잘 안 챙겨보기 시작하면서 구독을 끊고 있었는데, 알고리즘에 뜬 이 영상 덕에 다시 구독을 누르고 옛 영상까지 다 정주행했다.


이 영상은 써니가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감상과 영화 후기에 대해 말하며 화장하는 영상인데 나도 때마침 ‘서브스턴스’를 보고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던 터라 더욱 집중해서 감상했다. 둥글둥글 최대한 오해가 없게끔 조심스레 ‘성형’, ‘외모 강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는 그 영상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위로되고, 댓글에도 공감이 되고. 이 영상을 통해 나처럼 다시금 써니에게 빠진 분들이 많아 보이던데, 이 기세를 타고 써니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원 없이 마음을 열게 되는 나.

 

이 외에도 정말 많지만, 유독 자주 돌려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상들만을 골라 오느라 식겁했다. 나의 알고리즘에는 주로 이런 영상들이 있는데, 여러분의 알고리즘에는 또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함에 밤잠을 설치기 전에, 오늘도 어김없이 알고리즘에 등장한 ASMR 영상을 재생시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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