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교집합 같은 사람 [사람]

글 입력 2024.05.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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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다운. 여태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으면, 이보다 더 적합한 대답은 없을 것이다.

 

최근 신변에 변화가 생겼다. 아트인사이트에서 컬쳐리스트 제안을 받았다. 원래 계획은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컬쳐리스트로서 ‘글’이라는 행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전문성을 높이려고 했으나 … 졌다.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고 몸담고 있던 업계로 돌아가야 하고 든든하게 받쳐줄 프로젝트를 이끌고 수행해야 한다. 몸담고 있던 업계는 수입이 계약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계약을 따내면서 동시에 회사에 취직해야 한다. 계획이 변경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소원해지고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늘어나면서 짓누르는 무게가 더해졌다.


내로남불이 싫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일 수는 없다. 살아가면서 본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남에게 화를 내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한 필자의 감정은 ‘증오’가 되어 내 사람은 내가 가장 아끼고 챙기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그렇게 지키지 못한 약속들은 압력이 되고, 이를 수습하려던 찰나에 대표님과의 티타임에서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원이 커질수록 교집합도 커지잖아요. 원을 키워서 교집합을 따라가면 되지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공연 제작사와 관객들을 연결하자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공연을 처음 관람하는 관객들은 공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편히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공연 제작사는 관객에게 맞춤형 공연을 소개하고, 관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추천받는다. 이를 통해 ‘취향’이라는 교집합이 생긴다. 기껏 계획서까지 작성했으면서 사람에도 ‘교집합’이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


취향이든 사람이든 경력이든 무엇이든 원이 커질수록 교집합도 커진다. 취향을 공유하여 서로를 배려하고 감정을 키운다. 급한 불부터 끄느라 혹은 업계와 무관하게 관심 있는 장르부터 공부하느라 일관되지 않던 경력도 결국은 구조를 이룬다. 외발 서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던 순간들이 사실은 길이 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교집합 같은 사람. 사람은 교집합을 만들면서 살아간다. 하물며 한 우물만 판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면서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만들어간다. 뼈에 새기듯 외운 문장이 있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가장 높고 밝은 곳으로. 가장 높고 밝은 곳으로 가고 싶다. 위로 갈 것이다. 수백만 원대 가방과 명품 화장품이 목표는 아니다. 높은 곳으로 가겠다는 욕망뿐이다.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이물질을 목구멍에 쑤셔 넣는 기분이 들면서 그런 욕망을 가졌다는 아이러니.

 

이제는 원을 키우고 싶은지, 교집합을 찾아 제 것으로 만들지 결정해야 할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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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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