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브리의 또 다른 거장 - 타카하타 이사오전 [전시]

글 입력 2024.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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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내가 처음으로 일명 ‘덕질’하는 대상으로 삼았던 분야이기에 조금 특별한 존재로 분류되는 콘텐츠이다. 소재, 장르, 구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각각의 작품마다 자신만의 존재감을 뽐내는 매력은 당시 이러한 콘텐츠를 접해본 적 없는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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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애니메이션’은 그림체와 연출에 큰 영향을 받는 분야인데, 같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제작사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부분이 나에게 큰 흥미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제작과정 또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는데, 이번에 애니메이션 분야의 대표 기업인 ‘지브리’의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에 바로 달려가게 되었다.

 

 

 

지브리의 또 다른 거장


 

‘지브리’는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명작을 꾸준히 배출해온 ‘애니메이션의 명가’인 회사이다. 실제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관객들에게 향수와 고유한 감성을 전해주는 명작으로 사람들의 입에 지금도 오르내리고 있는데, 다른 제작 회사와 다른 동화같은 지브리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잘 구현하였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작품들은 우리에게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으로, 사실 그가 활동하기 전에 지브리를 지탱하던 또 다른 거장이 존재한다. 바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빨간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으로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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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의 또 다른 대표 작품인 <반딧불이의 묘>와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번 전시에서 작품들의 원화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더욱 기대하고 있었다. <반딧물이의 묘>는 지브리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작품에서 보여주는 상황과 현실의 차이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고,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타 애니메이션과 비교되는 특징적인 그림체로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제작과정에 큰 궁금증을 가졌었다.

 

연출은 작품 제작을 아우르는 주축 중 하나이기에 감독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렇기에, 감각을 익히기 위해 안목을 키우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데, 이번 전시가 이러한 요건을 충분히 만족해 주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1964년 TV 애니메이션 <늑대소년 켄> 연출로 데뷔를 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의 초창기에 해당하는데, 그렇기에 감독의 전체 삶을 담고 있는 전시를 따라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발달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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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그의 생애와 애니메이션의 역사 연표가 관람객들을 맞이해주는데, 개인적으로 이 공간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구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데뷔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작품을 연출하였다. 그렇기에, 전시에서 작업 방식과 시나리오의 발전 또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대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애니메이션 방영 시기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전시에서 등장하는 모든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었다. 대표적인 몇 작품만 알고 있었고, 전시에서 등장하는 과반수의 작품을 감상하지 않은 채로 전시를 관람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러한 요건이 오히려 전시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었다. 오히려, ‘지브리’의 이름만으로 흔히 생각나는 작품을 생각하고 왔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타카하타 감독의 작품을 즐겨봤다면 좋은 기억이 되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전시에 감동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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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전시에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시는 감독의 대표 애니메이션을 각 구역의 테마로 잡고 진행되는데, 구간마다 원화와 시나리오, 작업표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캐릭터 디자인과 그 캐릭터의 특징, 원화 진행 과정, 시나리오, 작업표 순서대로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최종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이라는 하나의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캐릭터 디자인 옆에 적어놓은 인물의 중요 포인트와 전시장 중간중간마다 존재하는 작업 용어의 설명이 전시 관람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모든 작품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업계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이루는 원화들을 연속적으로 전시해둠으로써 그 흐름을 따라가는 관람객들이 마치 그림이 영상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 이러한 방식을 취함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전시의 큰 주제를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또,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원화 작업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아는 ‘지브리’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볼 수 있다. 초기 작품에서는 사람 같이 행동하는 동물들, 앵글 구도를 통해 마치 ‘디즈니’의 연출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점차 전시가 진행될수록 우리가 아는 지브리만의 철학과 그림체가 보이면서 반가움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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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전시에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이러한 원화를 눈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사실 단 한사람의 관객을 의식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 관객이 바로 타카하타 감독이다.” - 스즈키 토시오_현 스튜디오 지브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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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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