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광 아래의 뮤지컬 - WONDERLAND PICNIC원더랜드 피크닉 2024

글 입력 2024.05.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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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종종 보러 다닌다지만 특정 배우나 작품의 진득한 팬은 아니기에, 뮤지컬을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다. 그래서 더더욱 뮤지컬 페스티벌은 가볼 생각을 못 했다. 극장이 아닌 곳에서 뮤지컬 넘버를 라이브로 듣는 게 어떤 경험일지 궁금하면서도, 작품과 넘버, 배우를 꿰고 있지 않으니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토요일에는 비가 많이 왔지만, 다행히 내가 방문한 일요일은 화창했다. 입장 팔찌를 손목에 차고 잔디마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동안 리허설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페스티벌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잘 즐길 수 있을지, 날씨가 너무 더운 건 아닌지... 이런 저런 자잘한 생각은 페스티벌 분위기에 스르르 녹아 사라졌다. 생각은 그만두고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공연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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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한낮, 처음 무대에 오른 배우는 기세중과 임정모였다. 둘 중 먼저 무대에 오른 기세중은 <난쟁이들>의 넘버 '공주만 만나면'으로 페스티벌 둘째 날의 시작을 알렸다. 첫 번째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기세중과 임정모가 함께 부른 <데스노트>의 '놈의 마음속으로'였다.

 

햇볕이 쨍쨍한 한낮에 부르기는 조금 어두운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두 배우의 목소리 합이 좋아서 곡이 시작됨과 동시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두 배우 모두 <데쓰노트>에 출연한 적은 없었기에 예상치 못한 관객에게도 신선한 무대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어지는 순서는 윤소호, 정동화, 정욱진의 무대였다. 이들은 함께 <랭보>의 '취한 배'를 부르며 두 번째 무대를 열었다. 들판을 내달리는 듯한 멜로디와 '그 순간 초연한 바다는/그저 흘러가도록 날 내버려 뒀네/ 성난 바람을 따라 달려 나갔네/초록 물결 속으로 몸을 던졌네'라는 가사가 화창한 날씨와 잘 어울렸다. 함께 출연한 작품도 많고 서로 안 지도 오래된 세 배우는 노래하는 시간 외에도 위트 있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능숙하게 이끌었다.


세 사람은 어떤 테마로 공연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자연'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고 전하며, 각자 고른 자연과 관련된 넘버를 순서대로 부르기도 했다. 윤소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 정동화는 <사의 찬미>의 넘버인 '저 바다에 쓴다', 정욱진은 <윤동주, 달을 쏘다>의 '달을 쏘다'를 선택했다. 무대 너머로 넘실거리누 한강을 보며 듣는 넘버는 극장에서와는 또 다른 맥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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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든 책이든 2/3 지점이 가장 집중력이 흩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페스티벌 역시 4시가 넘어가자 이미 두 번의 무대가 지난 데다가 저녁을 먹으러 왔다갔다하는 관객이 늘어나며 집중도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고훈정, 배두훈, 백형훈은 앞선 무대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공연을 보여줬다. 비장한 곡보다 신나는 곡을 선곡하고 관객을 일으켜세우거나 호응을 유도했다. 특히 백형훈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Superstar'를 부를 때 춤을 추며 큰 함성을 받았다.


뮤지컬 넘버만이 아니라 'Lost Stars' 같은 영화 ost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은 국내 밴드 곡을 불러 뮤지컬을 잘 모르는 관객도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세 배우의 마지막 곡은 'Show must go on'이었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는 노들섬의 풍경과,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세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원더랜드 피크닉 2024>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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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해질녘 서늘한 바람과 함께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지혜와 옥주현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지혜가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던 약 5분간을 개인적으로 이날 공연의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꼽고 싶다. 스크린으로 봤을 뿐인데도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캐릭터와 노래에 몰입하는 배우의 모습에서 자유를 꿈꾸는 엘리자벳의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 그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두 배우가 함께 부른 <레베카>의 '레베카2'는 저녁 무대의 클라이막스였다. 어두워진 하늘이 옥주현이 표현하는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와 잘 어우러져 무대 배경처럼 느껴졌다. 꼭 이 노래가 아니더라도 두 배우가 부르는 곡들은 유독 귀 기울여 듣게 되었는데, 매번 노래를 부르기 전마다 그 곡이 어떤 작품의 어떤 맥락에 사용되는지 설명을 해줬기 때문이다. 관객을 향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극장에서의 뮤지컬 공연이 배우와 제작진이 공들여 만든 한 작품을 천천히 음미하는 느낌이라면, <원더랜드 피크닉 2024>의 공연은 다양한 작품을 맛보기 스푼으로 조금씩 먹어보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친구도, 나도 새롭게 관심 있는 작품이 잔뜩 생겼다. 내적 호응만 가능하던 극장에서와 달리 자연광 아래에서 좋아하는 배우에게 마음껏 호응하고 내키는 대로 박수도 치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날의 기억이 배우들에게도 관객에게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즐거움이면 좋겠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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