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로를 가장 아끼는 세 자매의 이야기 : 브론테

글 입력 2024.04.0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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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글을 쓰기도, 글을 선보이기도 힘든 시대 배경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알았다. 뮤지컬 <브론테>는 글쓰기에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이지만, 그전에 서로를 가장 생각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이다.

 

글로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첫째 샬럿, 글쓰기를 혼자만의 취미로 두고 싶은 병약한 둘째 에밀리, 언니들을 중재해 주는 발랄한 셋째 앤. 브론테 성을 가진 세 자매는 글쓰기를 사랑했고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글을 쓰지 못했던 빅토리아 시대였기에, 그들은 남자의 이름으로 책을 낼 것을 계획한다.


그들은 서로를 위한 피드백을 나누며 글을 다듬고 책을 출판했지만, 첫 출판 이후로 책이 팔리지 않자 갈등한다. 샬럿을 비난하고 동생들을 지지하는 의문의 편지까지 겹쳐지자 서로를 위한 피드백은 어느새 서로의 글을 향한 비난, 그리고 서로를 향한 비난이 되어 서로를 상처 입힌다. 그렇게 상처만 남은 채로 샬럿과 다른 두 자매는 갈라진다.


에밀리와 앤은 이른 나이 숨을 거두고, 샬럿은 <제인 에어>로 이름을 떨치는 작가가 되지만, 자매를 버린 과거의 자신을 후회한다. 그리고 편지를 작성하는데, 과거 자신을 오만하다 평가하고 에밀리와 앤이 틀리지 않았다는 편지를 적은 이는 이미 두 동생을 잃은 자신 샬럿이었음을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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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글을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샬럿은 에밀리의 글이 음침하고, 사람들이 찾지 않을법한 글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에밀리의 소설 <폭풍의 언덕>의 대중성을 논하는 샬럿의 모습은 글로 가난을 벗어나고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에밀리를 위했기에 나온 행동에 가까워 보였다.

 

세 자매 모두 가난에 지쳐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샬럿은 대중의 입맛을 고려한 글을 쓰는 것이 곧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보였다. 다만 샬럿이 고려하지 못했던 것은, 글을 출판하지 않으려던 에밀리에게 글은 자기표현의 수단이었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고서 샬럿은 자신의 오만한 태도를 후회한다. 아마 자신의 오만은 글쓰기로 이루는 행복이 곧 부와 재산이라고 단정한 점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태도가 오만이었음을 이해하게 된 시점은 자신의 목적 '글로 돈을 벌어 가난을 벗어나는 것'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세 자매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글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그리고 자신의 글을 떳떳하게 보이기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과 질려버린 가난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브론테는 글에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이면서도, 서로를 가장 생각했던 세 자매의 마음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넘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세 자매의 희망과 꿈을 보여주는 '써 내려가'와 이와 대조되는 갈등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넘버 '찢겨진 페이지처럼'은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을 귀에 남았다. 특히나 찢겨진 페이지처럼은 공연장을 꽉 메운 볼륨과 감정에 심장이 요동칠 정도였다.

 

자매의 사랑이 와해되는 모습에는 쌓아두었었던 눈물이 한참 흘렀고, 그럼에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멈추지 않는 모습은 나약한 내게 큰 감동이 되었다. 공연 내용과 넘버까지 아쉬울 것 하나 없이 즐겼던 공연이었다.

 

서먹한 자매가 있다면, 혹은 '현생'에 조금 지쳤다면 뮤지컬 <브론테>로 치유받는 것은 어떨까.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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