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회복 - 진실과 회복

글 입력 2024.04.0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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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며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트라우마는 개인적 문제에서 야기되었을것일수도, 사회적 문제에서 야기된 것일수도 있다. 실은, 전자라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와 완전히 떼어내어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 <진실과 회복: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의 저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꼬집는다. 피해자들의 온전한, 그리고 완전한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정의가 필수적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책 속 표현을 빌리자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개인 심리의 문제인 것만이 아니라 언제나 사회정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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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정 폭력, 성폭력, 아동 학대를 당한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그는 끊임없이 “이 다음에는?”이라는 질문을 마주하곤 했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궁극적으로 해결되고 회복되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토대로 한 생존자들의 회복을 가능케 하는 사회 정의를 찾아 실현하고, 이러한 기대가 이루어졌을 때의 사회 공동체의 지지를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실은 책을 읽으며 ‘트라우마 회복’과 ‘사회 정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트라우마는 개인적 고통에 가깝고, 그것을 위해 사회 ‘정의’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음 구절이 그것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회복에는 네 번째 단계도 있는 게 아닐까, 그 마지막 단계는 정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가 찬찬히 해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트라우마가 정말 사회문제라면 (사회문제 맞다), 회복은 개인 차원에 머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폭행하고 착취하는 가해자만 트라우마를 야기하는 게 아니다. 가학에 공모하거나 그 내용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아 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모든 방관자들의 방관적 대응 또는 무대응이 한층 더 심한 상처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종속되어 있거나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을 해치는 범죄를 정당화, 용인, 비가시화하는 사회의 폭력 생태계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그런 상처들이다. 근원적 불의에 기인하는 것이 트라우마라면, 더 넓은 공동체가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온전한 치유의 필요조건이다.”] (9-10쪽)

 

책에 언급되고 있는 많은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사건은 대부분 권력관계에 바탕을 둔 사회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 자체도 피해자에게 공동체적 권력, 힘을 실어 줌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힘을 빼앗긴 고통에 대한 궁극적 해결은 힘을 다시 주는 것이다. 이것이 허먼에게는 공동체 안에서의 정의 실현이다.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하여, 그에 맞는 사회적 해결방안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특히, 저자인 허먼이 그동안 해 왔던 트라우마 연구의 정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된다.

 

개인의 트라우마 회복과 사회적 회복에 대해 자세히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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