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억의 공간, 온스테이지(ON STAGE)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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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랑 - 나는 왜 알아요 + 웃어, 유머에
영상 전체가 잘 짜여진 예술작품 같습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볼 때마다 그냥 홀린 듯이 쭉 보게 됩니다.
특히 '웃어 유머에'라는 가사를 힘있게 뱉어내듯이 발음하는 부분을 좋아합니다. ‘도저히 웃을 수가 없지만, 그냥 머리를 비우고 멍청하게 웃어 버려라. 유머에.’ 이런 느낌으로 다가온달까요.
이외에도 '신의 놀이', '가족을 찾아서' 등의 온스테이지 영상도 제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2. 김사월 - 접속
김사월의 음악을 처음 접한 계기가 아마 이 영상이었을 것입니다. 곡과 어우러지는 영상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정확히 어디서 촬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은은하게 어두운 배경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 김사월의 사뿐 사뿐한 창법이 '접속'이라는 곡의 주제를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3. 파라솔 - 베개와 천장
한국 소설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K-청량감성(?)과 특유의 나른함이 있는데 그 감성과 나른함이 파라솔 음악의 지배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 오후에 멍때리면서 듣는다면, 정말 끝없이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곡입니다.
4. 도마 - 소녀와 화분
버스에서 라이브를 한다는 거 상상에서나 가능한 거 아닌가? 아니면 영화나 만화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광경이죠. 하지만, 여기 실사화 버전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색감이 노란색이라 귀엽고, 마치 소풍가는 거 같이 들뜨는 기분이 듭니다.
곡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가사에서 한국 고유의 정취가 느껴지는 것도, 또한 곡의 주제가 동화나 일러스트에 나올 것 같은 소재인 '소녀와 화분'인 것까지. 정말 완벽한 영상입니다.
5. 도마 -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옥상 뒷 배경과 은은하게 어두워진 하늘이 영상을 완성시켜주었습니다.
듣고 있으면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공허함까지 느껴지는 곡입니다 가사도 그렇고요. 특히나 깊은 클라리넷 소리가 그런 정서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1년에 도마의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었는데, 아직은 영상을 보더라도 실감이 잘 나진 않습니다. 훗날 그 비보를 실감하게 되는 때에 듣게 된다면, 이 곡이 몇 수십 배는 더 아련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6. 바버렛츠 - Mr. Sandman
세 명이 모여 정교하게 화음을 쌓아내는 것 자체가 예술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미니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이 모여 함께 박자를 맞추는 모션도 제가 이 영상에서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영상을 흑백으로 연출한 것도 1950년대 흑백영화 분위기를 내려고 한 것일까요?
7. 바버렛츠 - 쿠커리츄
바버렛츠 곡의 특징이라 하면, 바로 그들만의 익살맞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고 있으면 저까지 들뜨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복고풍 컨셉의 의상이 또 영상미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바버렛츠처럼 그룹 자체가 컨셉이자 정체성인 가수들의 확고하고 강렬한 개성이 참 멋있는 것 같습니다.
적고 보니까 전부 리뉴얼 전 온스테이지 영상이네요.
실내의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촬영하는 온스테이지 2.0도 좋지만. 전 역시 밖에서 촬영한 영상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조명 기술이 아무리 좋다지만, 태양광과 달빛의 자연스러움을 따라올 수는 없으니까요.
온스테이지는 학창시절 새로운 음악을 디깅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던 플랫폼이었습니다. 비록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온스테이지이지만, 디깅을 하던 추억 만큼은 제게 남아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 디깅(Digging) : Dig(파다)라는 단어에서 기인한 말로,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활동을 의미
[강민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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