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 명의 음악가가 하나되는 순간 – 노부스 콰르텟: 브리티쉬 나잇

글 입력 2024.03.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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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스 콰르텟은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세계적인 홀인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악사중주단이다.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이원해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3월 2일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공연을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관람해본  적이 있으나 현악사중주 공연은 처음이라 부푼 기대를 안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다르게 현악사중주 공연이기 때문에 무대 위 놓인 4개의 의자를 보면서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과연 3개의 악기가 이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도 들었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자 의문은 사라지고 그들의 연주에 빠져들게 되었다.


에드워드 엘가 Edward Elgar

현악사중주 마단조, Op.83 

String Quartet in e minor, Op.83


윌리엄 월튼 William Walton

현악사중주 가단조 (1947)

String Quartet in a minor (1947)


벤저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현악사중주를 위한 3개의 디베르티멘티

Three Divertimenti for String Quartet


벤저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현악사중주 제2번 다장조, Op.36

String Quartet No.2 in C Major, Op.36


첫 번째 곡은 1차 세계대전 중에 엘가가 작곡한 실내악 곡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감상하면서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전쟁의 과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1악장은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스럽고 어두운 느낌이었다면 2악장에서도 어두운 분위기는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두 번째 곡은 현악기의 선율이 잘 느껴져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연주를 그리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긴박감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며 현악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 곡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빠른 템포의 연주가 이어졌는데 이 부분에서 현악기의 날카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곡의 연주가 끝나고 잠시 인터미션을 가졌다. 현악사중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들의 연주에 깊게 몰입하게 되면서 앞으로 두 곡 남았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곧 다시 공연이 시작됐다.


세 번째 곡은 앞서 연주된 두 곡보다 더 경쾌한 느낌의 곡이었다. 네 사람의 화합이 가장 돋보이는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2악장에서는 첼로 연주자에게 가장 눈길이 갔는데 첼로의 현을 튕기며 연주하는 모습이 하프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바이올린 연주는 접한 적이 많기도 하고, 음도 가장 높은 음을 내기 때문에 초반에는 바이올린에 눈길이 자주 갔다. 하지만 공연의 후반부로 향하며 첼로의 매력에 대해 서서히 알아갈 수 있었고, 세 번째 곡에서 그 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곡의 연주가 시작됐다. 현을 튕기는 강렬한 연주를 이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 하나가 된 노부스 콰르텟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곡을 완성해 내기까지 얼마나 그들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까. 전혀 예상조차 가지 않는다.


노부스 콰르텟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구분이 없는 팀이다. 곡마다 바이올린 연주자끼리 자리를 바꿔 연주하는 점이 노부스 콰르텟의 음악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4명의 연주자가 모여 하나의 곡을 완성해나가던 그들의 공연은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현악사중주에 대한 의문을 모두 부숴버린 공연이었다. 영국 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공연을 통해 작곡 당시의 영국은 어떤 상황이었을지 그리고 작곡가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연상해 볼 수 있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노부스 콰르텟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노부스 콰르텟은 3곡의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앙코르곡을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본 공연보다 더 편안해 보였고, 황금 같은 주말 시간에 모여 자신들의 연주를 감상해 준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는 듯했다.


공연은 영화나 책처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종종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과 그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공연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 결국 우리는 공연 당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자 계속해서 공연장을 찾는다.


이번 노부스 콰르텟의 공연은 새로운 매력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또 그들의 공연을 찾을 듯하다. 젠틀한 영국 음악을 자신들의 색으로 표현해낸 4명의 연주자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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