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봄을 알리는 연주회 – 노부스 콰르텟: 브리티쉬 나잇

글 입력 2024.03.0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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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의 로망이었던 악기는 '바이올린'이었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던 나는 한쪽 어깨에 바이올린 케이스를 매고 가는 친구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특별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악기들도 많았는데 유난히 바이올린이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악기와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바이올린은 여전히 나에게 '로망'으로 자리 잡은 악기 중 하나이다. 취미로 배울 생각도 안 하고 있지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주는 과거의 기억이 이렇게 마음 한에 깊게 남아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바이올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노부스 콰르텟'이라는 팀이 신기했다. 팀에 대해 검색해 보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현악 사중주 팀이고 다양한 콩쿠르 우승 및 여러 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다양한 악기와 수많은 단원들이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 메인이 되는 한 악기가 있어 2명 정도의 연주자가 나오는 공연 같은 것을 봐오곤 했는데 이렇게 '팀'을 이뤄 현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은 처음 보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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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갔지만 연주가 시작되면서 잊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바로 클래식 공연을 듣고 난 후 글을 쓰는 게 나에게는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걸 내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연을 집중해서 본 후 인터미션 시간에 왜 나는 클래식 공연에서 글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낄까 생각해 보니 '아는 것이 없어서'였다. 나는 그동안 문화를 향유할 때 미리 많은 것은 아는 게 관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는데 클래식 공연은 내가 너무 모르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글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자 오히려 공연을 더 편안하게 즐기게 되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분들이 자리를 바꾼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음역대가 다르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줄을 튕기면서 연주를 하는 것도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압박감, 그걸로 느끼고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내가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알았고 인정했기 때문에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또한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마음과 몸을 전체적으로 쓰는 예술이라는 것을 느꼈다. 더 강한 소리를 내기 위해 역동적인 움직임이 생기기도 했고 부드럽게 음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 연주자들의 표정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에 몰입해서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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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앵콜을 들으면서 청중을 향한 연주자들의 마음이 돋보이기도 했다. 한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의 공연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드워드 엘가, 윌리엄 윌튼, 벤저민 브리튼같이 생소한 영국의 작곡가들 공연이었지만 신선하고 흥미롭게 공연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내가 추후에 다른 클래식 공연을 보게 된다면 어떤 태도로 봐야 할지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이번엔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봐서 더 재밌었다면 다음에는 아는 것을 풍부하게 채우고 난 후에 공연을 관람하고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소한 작곡가들의 연주, 불규칙했던 리듬, 악기마다 느껴지는 매력적인 소리들, 3번의 앵콜. 이렇게 다양한 소리와 다양한 감정들이 함께 공연장을 채운 것 같다.

 

이 공연을 다가오는 봄날에 느껴졌던 따뜻한 연주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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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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