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는 '꿈', '현실'을 요리하는 밴드 '소울딜리버리'의 앨범 [Peninsula Park]

'느낌'을 배달하는 밴드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방법
글 입력 2024.02.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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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되는 꿈 / That's exactly who you are" 

 

- Greenwich Holiday

 

 

필자는 종종 꿈을 꾸고 나서 ‘꿈 일기’를 쓴다. 비몽사몽 한, 아직 꿈과 현실 사이의 문턱을 완전히 넘지 않은 그 순간이 문장을 마칠 때까지만 남아있길 바라며 느낌을 위주로 휘갈기는 것이다. 

 

‘느낌’ - 중요한 것은 그 느낌이다. 꿈에서는 모든 것이 흐릿하고 말랑하다. 단단하고 테두리가 명확한 현실과는 다르게 꿈이라는 색다른 시공간에서는 ‘바닥이 푹신하게 느껴졌다’는 묘사가 허용된다. 현실의 경험을 통한 완전한 지각은 아니지만 이런 생경한 감각이 주는 느낌도 있는 것이다. 종종 이런 경계가 뭉그러진 감각들이 우리에게 더 짙게 남을 때가 있다.


‘꿈’이 주는 느낌 - 이건 비단 수면 상태 중의 찰나가 주는 것만은 아니다. 현실의 단단한 테두리 안에서도 우린 우리 자신을 상상 속으로 훌쩍 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 속의 느낌을 가지고 싶을 때, 오히려 현실의 테두리는 두터워진다. 테두리가 나이테만큼 겹겹이 쌓여 말할 수 있는 ‘꿈이 이루어졌다’는 문장은 우리를 얼마나 벅차게 만드는가. 

 

 

밴드 '소울딜리버리'의 두 번째 정규 앨범, [Peninsula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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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밴드 ‘소울딜리버리’는 정규 2집 앨범인 [Peninsula Park]를 발매하며 나이테를 한 바퀴 더 두르게 되었다. 꿈과 현실을 잇는 시간 속에서 밴드 ‘소울딜리버리’ 혼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앨범커버는 여정을 함께 해준 동료들과 밴드의 멤버인 드러머 ‘신드럼’, 키보더 ‘하은’, 기타리스트 ‘Joon’s second life’, 베이시스트 ‘정용훈’의 사진들이 빼곡하게 늘어져있다.  


[Peninsula Park]를 발매하게 된 과정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앨범의 작업은 영국, 그리니치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여행을 하듯 새로운 공간으로 떠나 작업을 하는 것. 즉흥과 낭만의 느낌을 앨범에 오롯이 담아내는 것. 이것이 ‘소울딜리버리’의 목표이자 말랑한 꿈이었다. 앨범 제목에 들어가는 [Peninsula Park]는 ‘소울딜리버리’가 영국에서 머물렀던 Greenwich Peninsula와 우리가 살고 있는 반도, 그리고 다양한 이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상상의 공간에서 그들이 꿈꿨던 감성을 담아내며 앨범이 탄생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런 그들의 환상적인 꿈을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앨범의 발매 과정에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나누며,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텀블벅 후원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의 앨범에 하나하나 남겨준 그들의 싸인은 이 여정을 함께, 더 짙게 만들어주었다. 


그들의 ‘느낌’이 무사히 배달된걸까? ‘소울딜리버리’는 지난 1월 26일, 2024 제 2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지난 정규 1집 [FOODCOURT]의 ‘넋 NUGS’의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 노미네이트에 이어 2년 연속 후보로 오른 것이다. 본 시상식은 2월 29일 20시에 PRIZM 어플을 통해 생중계 된다. 지난 1월 23일에 2주년을 맞은 ‘소울딜리버리’의 그간의 여정이 벅찬 마무리를 맞이하길 바라며, [Peninsula Park] 앨범에 수록된 3개의 곡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1. Track 2 - ‘Fish and Chips’

 


 

[Peninsula Park] 는 즉흥 잼을 하며 합을 맞춰보던 순간에 녹음된 사운드인 3개의 Soundcheck 음원을 기준으로 1,2,3부가 나뉘어져 있다. 작업실에서 서로의 눈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며 장내의 분위기를 달구는 그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소리가 잦아들고, 몰입하는 첫 순간. ‘Fish and Chips’다.

 

앨범의 원산지가 영국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영국의 대표 음식인 ‘Fish and Chips’의 이름을 따 사실상 앨범의 첫 곡에 붙여준 것은 ‘소울딜리버리’ 식의 조크 같기도, 메뉴의 차림표 같기도 하다.

 

용훈의 베이스가 마치 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듯 안정적인 박자를 반복한다. 어느새 박자가 익숙해져 머리를 까딱이고 있을 때쯤 신드럼의 드럼이 들어온다. 순식간에 음은 입체적으로 변한다. 자연스럽게 준의 기타가 디테일을 더해주면, 하은의 건반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 어우러지나 각자 세션의 맛을 잃지 않으며 진행된다. 요리에서 불 조절이 중요하듯, 적절한 하모니로4명 각자의 매력이 고르고 노릇하게 올라온다.  

 

연주가 마침표를 찍은 줄 알았을 때, 장난스럽게 용훈의 베이스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연주를 마칠 생각이 없는 듯, 다음 곡인 ‘Greenwich Holiday’가 이어진다. 

 

 

#2. Track 3 - ‘Greenwich Holiday’

 

 

 

직전의 에너지를 정리하며, 신드럼이 드럼 스틱으로 박자를 맞춘다. 밴드의 연주를 즐기고 있으면 따마 (THAMA)의 목소리가 짙게 깔린다. 1,000 마일이 떨어진 어떤 곳을 묘사하며, ‘we gon’ make it happen’이라는 포부를 노래한다. 벌스가 끝나자 쏠 (SOLE)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답하듯 등장한다. 가사에서 드러난 목표의 주체는 따마나 쏠이 아니다. 명백하게 ‘우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With the band of love, 현실이 되는 꿈, that’s exactly who you are’. 어쩌면 해당 앨범에서 ‘소울딜리버리’가 가장 전하고 싶던 메시지가 아닐까. 이 곡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준다. 우리 모두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고. 연주가 고조되며, 두 보컬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말한다;

 

‘You can have all you want, I know this is the real thing now’


 

#3. Track 8 - ‘Impossible Espoir’

 


 

필자는 글을 쓸 때 제목을 가장 마지막에 정한다. 독자에게 처음으로 보여지는 문자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글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간결함 안에 담아내는 첫 인상? 전체 글의 요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방식도, 반어를 사용해 읽는 과정 자체에 반전을 심어 긴장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방식이든, 제목은 글의 인상과 맥락을 담고 있으며, 이를 읽는 순간부터 독서의 과정이다.

 

연주곡의 제목을 해석하는 행위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할까? 가사라는 장치가 없는 곡이기에, 곡을 듣기 전 인상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단서일 것이다. 가사가 없다는 것을 일종의 부족으로 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가사가 없이 연주만으로도 창작자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 ‘느낌’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세션이 말해주는 ‘맥락’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즉 연주곡을 듣는다는 것은 독서의 메커니즘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Impossible Espoir’라는 제목은 반어의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Espoir는 불어로 ‘희망’의 뜻을 나타낸다. ‘불가능한 행복’,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소울딜리버리’가 상상 속 현실인 [Peninsula Park]의 맥락 안에 담았을까? 의문을 가지고 곡을 듣는다면 Impossible은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한 단어로 해석된다. ‘소울딜리버리’의 연주가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작은 소리로, 갑작스레 Youjin KO의 플루트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단단해지는 플루트 소리를 필두로 곡은 희망적 분위기를 띄게 된다. 마냥 밝진 않지만, 집중한 숨소리가 만드는 멜로디를 계속 듣고 싶어진다. 

 

Youjin KO의 플루트가 불가능한 희망을 ‘말도 안되는 행복’으로 반전시키는 ‘Impossible Espoir’를 필자의 마지막 추천곡으로 마무리 짓는다. 

 

 

[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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