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선에 가까워질 용기 [사람]

서로를 적대하기에 인간은 너무 연약하다.
글 입력 2024.02.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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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적개심은 커진다.

 

전선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서 상대는 추상적 존재고,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서로가 같은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대면은 서로의 공감을 높이며 서로가 얼굴을 맞댈 때 인간은 금방 소통할 수 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유럽의 한 전선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김상욱 교수는 위와 같은 말을 남기며 내게 낯선 이들을 흔쾌히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나는 그에게 얻은 한 움큼의 용기로 앞으로 얼마의 시간 동안 적대하는 마음을 주머니에 찔러 둔 채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눈높이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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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장면>

 

 

살아온 만큼 사람을 마주했고 스쳐보냈다. 그중에는 따뜻하고 이타적인 이들도 있고 무례함으로 똘똘 뭉친 이들도 있다.

 

살아온 만큼 말을 뱉었다. 그중에는 다정한 문장도 있고 차갑고 매정한 단어도 이루어진 문장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순간으로 끝나버린 만남은 호흡 한 번과 짧은 문장 하나로 정의되고, 오랜 시간이 축적된 만남은 그 시간 동안 쌓인 대화로 판단된다. 양쪽 중 어느 것이 더 솔직하고 객관적인 정답에 가깝냐 묻는다면 어느 쪽도 쉽사리 말할 수가 없다.

 

고민의 꼬리 끝에서 결국 나는 전선에 가까워지는 쪽을 택한다. 멀리서 판단하기에 우리는 사실 같은 인간이니까, 가까이 마주 보고 서로의 정체를 드러내기로 다짐한다. 우주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존재들이 여기 지구에서 저마다 이야기를 가진 채로 존재하니까. 서로를 적대하기에는 인간은 사실 너무 연약하다.

 

자신의 나약함을 아는 존재는 타인을 보듬을 수 있고 서로를 깨지지 않도록 소중히 대하는 이들이 모여 지구에 작은 점을 남긴다.

 

우주에서 볼 때 그 점들은 유독 반짝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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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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