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을 가장 즐거운 순간으로! 뮤지컬 렌트RENT

글 입력 2024.01.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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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2023뮤지컬렌트] La Vie Boheme.jpg


 

‘렌트’는 주요 캐릭터인 로저와 마크, 그들의 밑의 층에 사는 미미, 그들의 친구 콜린스와 엔젤, 거리의 음악가 모린과 그의 매니저 조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가난한 청춘이며 예술가이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고, 인물 각자가 지닌 스토리가 개성적이면서도 복잡하기에 공연 전 뮤지컬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인물 각자의 이야기를 파악하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등장인물이 많기에 줄거리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무대는 많은 수의 등장인물을 장점으로 살린다. 북적북적한 축제 분위기를 전달하고, 인물 각자가 무대에서 개성 있는 액션과 함께 다양한 무대 활용을 보여주기 때문에 화려한 쇼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렇듯 배우들은 무대에서 다양한 액션과 무대 활용을 보여주기에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뒷자리에 앉아 그 분위기를 듬뿍 느끼는 것을 추천한다. 


‘렌트’ 무대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밴드 연주자들이 무대 위 한쪽 공간에서 연주한다는 것이다. 공연 연주자들은 대개 무대 아래에서 연주하기에 관객들은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렌트’는 밴드 연주자들이 무대의 한쪽 좁은 공간에서 연주해 관객들이 연주자들이 공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뮤지컬이 거리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무대 위 밴드 연주자들도 뮤지컬 속 거리의 음악가로 보이기도 한다. 


‘렌트’가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소재를 다루고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뉴욕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뮤지컬 내용에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렌트’는 미국판 뮤지컬 ‘빨래’라고도 볼 수 있다. 2000년대 서울의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빨래’는 ‘렌트’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동경하는 대도시의 이면과 대도시의 이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빨래’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인물들이 서울에 올라와 외로움과 쓸쓸함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렌트’는 거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과 자신의 꿈을 어떻게 펼치는지 보여준다. 그렇기에 ‘빨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의지하며 슬픔과 외로움을 서서히 극복해 나간다면, ‘렌트’의 인물들은 젊음의 패기와 텐션, 그리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함께 극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인물들이 자유롭고 행복해한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


 

사본 -[2023뮤지컬렌트] Over The Moon_모린(김수연).jpg


 

‘렌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거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인물들의 개성이 돋보이는데, 특히 ‘모린’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인다. 주요 인물 7명 중 가장 늦게 등장하는 캐릭터이지만, 인물들이 극의 초반부터 모린에 대해 언급하고 모린과 함께한 추억을 공유하는 모습도 등장하기에 모린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모린의 첫 등장은 1막 중반에서 거주지 철거 반대 시위 공연이다. 그는 시위 공연에서 ‘Over the moon’을 부르는데, 이곳에서 그는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디바가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솔직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철거를 주도하는 베니의 만행과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동물과 동화 같은 상황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극을 보는 당시, 난해한 현대 예술을 본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린을 연기한 김수연 배우가 실제로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모습과, 그의 억양과 몸짓은 형식에 갇혀 있지 않은 자유로운 그의 모습은 관객들이 그에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왜 모린이라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등장시키지 않고 다른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당신의 삶



 

미래는 없어 과거도 없어

이 순간 끝이 아니야

지금 여기 지금 우리

두려워하지 마

삶을 놓치지 마

또 다른 길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 뿐

 

- 렌트 OST

 

 

‘렌트’가 관객들에게 이야기하는 메시지는 ‘당신의 삶에 집중하라’이다. 에이즈, 동성애, 마약, 죽음 등의 소재를 즐겁게 풀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렌트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본 -[2023뮤지컬렌트] Another Day_로저(장지후), 미미(김환희).jpg


 

과거, 미래는 상관하지 말고 지금의 삶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에 맞게 극에서 가장 성장한 인물은 ‘로저’이다. 반 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던 그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밖에 나오게 되었고, 자신의 노래를 찾지 못한 채 ‘무제타의 왈츠’만을 연주하던 그가 사랑하는 미미를 떠올리는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로저는 극의 초반부터 자신의 노래를 찾겠다고 다짐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은 푸치니의 무제타의 왈츠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타를 팔아 차를 사고 친구들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의 도전은 자신의 노래를 찾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자신의 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한 곡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사랑으로 채운 일 년, ‘Seasons of Love’


 

 

 

뮤지컬 ‘렌트’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는 ‘Seasons of Love’이다. 사실 필자도 문화초대 공지를 받기 전부터 이 넘버를 계속 듣고 있었고, 실제로 듣고 싶어 이 공연을 볼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 넘버에서는 뮤지컬에 채 담지 못한 단역 배우들의 개성도 볼 수 있고,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이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관객들까지 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나날.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 년의 시간.


날짜로? 

계절로? 

매일 밤 마시는 커피로?

만남과 이별의 시간들로?


그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말해요? 산다는 것을.


그것은 사랑.

 

- 렌트 OST

 

 

‘렌트’ 속 인물들은 일 년의 시간을 사랑으로 채웠다. 친구들의 사랑, 연인의 사랑, 자신의 꿈에 대한 사랑 등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시간을 채웠다. 일 년, 365일,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시간은 그들에게 단순히 숫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채운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공허하지 않았고, 그들이 도전한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신은 일 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이것이 ‘렌트’의 인물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물음이다.

 

 

 

컬쳐리스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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