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에서 기록이라는 것은 [여행]

스페인에서 경험하고 성취하기
글 입력 2024.01.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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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 나는 스페인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모두가 웃으며 지나가는 길거리,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한국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즐거웠다. 스페인에는 철학자가 나올 수 없다는 농담까지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작년 약 20일간의 여행은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과 함께 가는 첫 여행이었기에, 기대가 많았다. 코로나의 변수로 스페인행 티켓을 끊는 순간까지 고민했지만, 원래 여행은 갑작스러운 매력이 기억을 더 짙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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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며 버킷리스트 몇 가지를 작성했다. 특히 ‘기록’에 초점을 두었다. 첫 번째는 여행 중에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쓰고, 그릴 수 있는 노트 한 권을 구매하는 것. 두 번째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블로그를 작성하는 것. 이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스페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노트는 무지로 된 핸드 사이즈로, 종이를 붙이거나 글씨를 써도 불편함이 없는 노트를 챙겼는데, 노트를 사는 과정에서도 여행지를 생각하며 항상 마음이 두근거렸다. 여행은 가기 전부터 여행의 시작이라는 말을 비로소 느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여행의 시작에서 느끼는 감정을 작성하며 긴장감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마음을 간직했다. 아직도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떠올리던 생각들은 여전하다.


스페인의 대도시 중 한 곳인 바르셀로나가 우리의 첫 도착지였는데, 한국의 도시적인 분위기와 유럽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함께 느껴지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가우디의 발자취를 함께 느끼고 거닐며 순간 예술가가 된 것 같은 상상 속에 빠져보기도 했던 기억과 향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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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한국에서 가져온 노트에 영수증과, 티켓, 입장권 등을 어울리게 붙여줬다. 특히 음식점에서 받아오거나, 아이스크림, 츄러스를 먹었을 때 챙겨 온 영수증을 풀로 붙이며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거기에 간단한 경험담을 더하니, 나만의 여행 노트가 만들어지는 순간에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행이란, 어떤 순간에는 내 맘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순간에도 작은 성취나 목표를 가지고 떠난다면 우연한 행복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여행지에서의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일상 속 성취보다 더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거창한 목표는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목표를 구성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던 과정은 일상에 돌아가서 나에게 원동력이 되고,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바르셀로나에서의 4일이 지나고,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는 두 번째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블로그 앱에 들어갔다. 자유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여러 자료들과 내가 직접 찾아가서 먹어본 음식점들의 후기를 남기며 스페인으로 떠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덕분인지 댓글로 식당의 이름과 추가적인 후기를 궁금해하는 새로운 방문자들도 있었다. 내가 마치 가이드가 된 것 같은 상상을 더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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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기록은 삶의 자산이 된다. 어떤 형태로든 나의 경험치를 높여주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선물처럼 나타날 것이다. 여행 속에서의 기록은 평소와는 다르게 더 오래 기억된다. 쓰는 과정, 형태, 쓰고 난 후에 남은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1년이 지난 지금, 여행에서 기록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했다면 또 다른 걸 얻고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사진촬영, 이벤트, 더 많은 투어와 같은 것들. 하지만 처음으로 여행과 기록을 함께 동반했고, 새로운 선택으로 인해 여행 속 기록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스페인행 비행기가 사무치게 그리울 순간이 올 때, 나의 작은 노트를 보며 추억을 곱씹는다면, 무기력한 일상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원동력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이 여행, 그리고 기록의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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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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