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품을 입은 아이들 [패션]

글 입력 2024.01.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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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어떤 옷들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는가? 대체로 부모님이 사오는 옷을 입곤 하지만 특히나 사촌이나 형제자매의 옷들을 많이 물려 입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금은 꽤 바뀌었다.

 

지속되는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고,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또한 경기가 좋지 않아 패션계에 불황이 심각해지며 패션 소비 침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브랜드 아동복 시장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러한 아동복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저출산과 패션 소비 침체 시기에도 아동복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새롭게 등장한 용어인 VIB족들의 영향이 크다. 이는 Very Important Baby의 줄임말로 자신의 아이를 위해 소비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또한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에잇포켓(8-pocket)이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8개의 주머니란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를 낳는 가정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자녀를 가져도 한 명의 자녀만을 낳는 가정이 증가하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삼촌과 이모까지 8명 혹은 그 이상의 어른들의 지갑을 한 명의 자녀 만을 위해서 연다는 뜻이다.

 

단순히 자녀의 부모만이 아닌 경제력을 지닌 소비자들이 자신의 손주, 조카를 위해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출이 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에게 돈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는 가성비 좋은 상품, 저가 상품 보다는 좋은 품질을 강조한 프리미엄 상품을 사용한다. 그로 인해 아동 용품 시장에 호황이 일어났다. 그 중 의류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그간 아동 라인을 런칭하지 않았던 국내외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키즈 라인을 신설하고 있다. 또한 아동 라인이 있던 브랜드들은 그 크기를 확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랜드 글로벌은 이랜드에 소속되어 있는 아동 브랜드 ‘밀리밤’을 1000억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또한 VIB족과 에잇 포켓 외에도 기존 명품을 소비하던 젊은 세대들이 부모가 되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녀에게도 명품, 고가 브랜드를 입히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명품 브랜드들의 아동복 라인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몽클레어, 버버리, 디올 등 명품 브랜드에서 출시한 아동복 제품이 불티나게 판매가 되고 있다. 디올은 영유아 전용 라인인 ‘베이비 디올’ 매장을 오픈하였고, 톰 브라운 또한 신세계 강남점 1층에 키즈 컬렉션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하였었다. 한 벌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성인 제품 못지않게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을 부모들은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것이다.

 

기존 아동만을 위한 디자인을 내놓았던 아동복 추세와는 다르게 다른 스타일의 아동복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났다. 젊은 부모들을 겨냥한 것인데,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는 기존 출시했던 디자인을 아동복에 맞게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뒤 사이즈만 변형해서 출시하고 하였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시밀러 룩의 수요가 급증하여 함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동복 시장이 호황인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오직 명품, 중고가 브랜드에 한해서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VIB족들의 여파로 호황을 얻었기 때문에 고가의 아동복 매출은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저가 브랜드는 이들에게 밀려 손실을 보고 있다. 패딩과 재킷 등 아우터 등은 고가 브랜드에서 구매를 하고, 바지와 티셔츠 등 이너웨어 등은 저렴한 SPA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지면서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중저가 브랜드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아동복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사업을 철수하는 중저가 브랜드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자녀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명품 브랜드의 의류를 사주면서 대리 만족을 얻고, 과시를 하며 욕구를 드러낸다는 비판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아이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며 명품을 입지 못하는 아동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는 점도 지적되고 있는 상태이다. 어릴 때부터 명품 브랜드를 입혀 아이들에게 왜곡된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도 있는 문제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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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길거리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을 입고 있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필자는 가장 먼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 조금 크면 못 입을 텐데 좀 아깝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조금은 웃기지 않은가, 남의 부모가 자신이 자식한테 좋은 옷을 입히겠다는 데 왈가왈부 한다는 사실이. 자기 자식에게 어떤 옷을 입히던 그건 부모의 재력과 상황에 따라 그들의 선택이니 이에 대해선 그들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명품을 입었으니 옷을 더럽히는 행동을 자제시키거나 옷을 더럽히고 온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등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옷은 소모품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지고 낡는다. 물론 물건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건 맞지만 아이의 옷이 더렵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이런 것 까지 걱정하면서 아이에게 명품 브랜드의 옷을 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동복은 특히나 입는 기간이 짧은데, 이로 인해 사이즈가 맞는 동안 입고 중고 거래로 판매하여 이러한 방법이 더 합리적이라는 부모들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입고 중고로 판매할 계획이라면 아이들에게 옷을 더럽히지 말라는 압박이 심해지지 않는가. 아이들이 옷을 더럽혀도 된다는 의견은 아니지만, 어른들조차 다들 흰 옷에 김치찌개 얼룩이 하나씩 있는데 아이들에게 이런 압박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하며 아이들에게 명품을 입힐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돈의 가치에 얽매이지 않은 세상 속에 살게 하고 싶은 바람이다. 아이가 명품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명품을 입지 않은 주변 아이들의 가치를 무시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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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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