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원점으로의 회귀와 새로운 부활을 동시에 [영화]

<쏘우> 시리즈의 새로운 시대
글 입력 2023.12.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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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의 역사, 그리고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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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임스 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시작한 <쏘우>, 1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그 백 배가 넘는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어들였죠. 이런 대흥행 덕에 이후 매년 한 편씩 속편을 제작하며 21세기에 등장한 공포 영화 시리즈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문 포르노(Torture Porn)' 라는 공포 영화의 트렌드를 시작했다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1편의 경우에는 고어나 폭력보다는 두뇌 게임과 스릴러적인 면모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이후 2010년에 <쏘우 3D>로 완결된 이후 7년만에 8번째 작품인 <직쏘>가 개봉했고, 2021년에는 크리스 락과 새뮤얼 L. 잭슨이 출연한 첫 스핀오프 <스파이럴>도 제작되었지요. 비록 2021년 초에 개봉한 만큼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적지 않았겠지만, <스파이럴>은 전 세계 수익이 4,000만 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시리즈 최하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오리지널 직쏘인 토빈 벨이 복귀하는 속편 <쏘우 X>의 제작이 확정되었지요. 초기에 직쏘가 살아 있던 시절, <쏘우> 첫 3부작 사이 어딘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고 알려졌죠.

 

<스파이럴>을 제외한 전 시리즈의 편집을 맡고, 6, 7편을 감독한 케빈 그루터트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존 크레이머 역의 토빈 벨과 아만다 역의 쇼니 스미스까지 주연급으로 복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큰 기대도 걱정도 받았던 작품입니다. 그러다가 개봉하자 로튼토마토에서 80%의 호평을 받으며 시리즈 최초로 신선한 토마토 등급을 받았고, 1,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쏘우> 시리즈를 화려하게 부활시켰죠. 비슷한 시기 돌아온 또다른 공포 시리즈인 <엑소시스트: 믿는자>가 참혹한 혹평을 받은 것과는 비교됩니다.

 

 

 

독특한 역사와 특징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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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할로윈>이나 2022년의 <스크림> 등 유명 공포 영화 시리즈가 부활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허나 <쏘우>의 경우 타 시리즈와는 다른 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쏘우> 시리즈는 단 한번도 리부트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등 열 편을 훌쩍 뛰어넘는 편수를 가진 시리즈들은 리부트나 리메이크를 최소한 한 번은 겪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할로윈>이나 <텍사스 전기톱> 같은 경우에는 다른 속편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오리지널 작품에서 바로 이어지는 작품을 제작하거나, 아예 전부 갈아없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등, 리부트를 두 세 번 이상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타임라인이 서너 개가 되어버려서 팬이 아닌 경우에는 혼란스러워지기도 하죠. 하지만 <쏘우> 시리즈는 20년동안 오직 하나의 세계관, 타임라인만을 꼿꼿이(?) 고수해 왔습니다. 2016년경 <쏘우> 시리즈의 여덟 번째 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리부트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그러지 않고 속편을 제작한 점만 봐도 그렇죠. <직쏘>와 <스파이럴>이 혹평을 받기는 했어도, 결코 시리즈 정사(캐논)에서 삭제되는 일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리부트를 하지 않았다는 점 뿐 아니라, 또 독특한 점은 바로 전작들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드퀄이라는 점입니다. ('인터퀄'이라는 용어가 대신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점은 사람들 사이에 더 정확한 정의가 생겨나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시리즈의 마스코트 캐릭터가 돌아오는 속편의 경우에는 <스크림>이나 <할로윈>처럼 '레거시 시퀄' 형식을 취하는 방식이 대다수이죠. 기존 시리즈에서 수 년에서 길면 십수, 수십 년 후를 배경으로 해서 기존의 주인공과 더불어 앞으로 시리즈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주인공들도 등장시키는 방식이죠. <엑소시스트: 믿는 자>도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레거시 시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된 존 크레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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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쏘우 X>는 리부트도 아니고, 레거시 시퀄도 아니고 레거시 캐릭터도 없다는 점에서 조금은 독특해서 다른 공포 속편들과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 점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 점도 있구요. 여기서 핵심은 레거시 캐릭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새로운 주연을 소개하는 대신 존 크레이머를 주연으로 내세우는데, 이 점이 본작의 가장 독특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쏘우> 시리즈에서 존 크레이머는 사건을 계획하고 조종하는 흑막, 연쇄살인마로 등장했지만 결코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주로 트랩에 갇히게 되는 희생자들이나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또는 호프만처럼 그의 후계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주인공 자리를 가져갔지요. 하지만 <쏘우 X>는 다릅니다. 오프닝부터 트랩 하나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던 전작들과는 달리, 병원에서 MRI를 찍는 존 크레이머의 모습으로 <쏘우 X>는 시작됩니다. 이후 존 크레이머가 암으로 괴로워하는 과정부터 멕시코로 세실리아를 만나러 가 수술을 받는 장면까지 전부 그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시리즈 최초로 존 크레이머가 주인공인 것이지요.

 

암으로 인한 고통부터 시작해서 놀람, 약함, 심지어는 남에 대한 약간의 따뜻함과 친근함까지 보여주며,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존 크레이머를 한 명의 주인공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합니다. 물론 중간에 트랩 과정을 상상하는 그의 공상을 보여주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켜주죠. 예고편이나 기본 줄거리만 보셨어도 아시겠지만, 그가 멕시코에서 받은 수술은 가짜였습니다. 암 환자들의 돈을 노리고 진행된 집단 사기꾼들의 행각이었죠.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 존 크레이머는 이 사기꾼들을 한 명씩 납치하며 게임을 시작하게 되죠. 기존작들보다는 판을 차리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이렇게 본 게임에 들어가게 됩니다.

 

 

 

빼어난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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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기존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직쏘>에서는 <쏘우> 시리즈 특유의 더러우면서도 생생하고 어두운 색감과 영상미가 사라져 버려서 아쉬웠는데, 최근 두 작품인 <스파이럴>과 <쏘우 X>에서는 그 색감이 화면에서 묻어나서 좋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존 크레이머가 주인공인 만큼 그가 트랩을 직접 관전하고 참여하는 등 비중이 커졌는데, 토빈 벨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상당해서 역시 몰입이 잘 되더군요. 이런 식으로 기존 시리즈에서 호평받던 요소들을 다시 가져올 뿐 아니라, 다른 새로운 요소와 시도들도 잘 섞여 있는 점이 장점인 영화가 <쏘우 X>라 할 수 있습니다.

 

본작의 중반부에서 긴장감이 최고치를 찍는데, 가장 잔혹한 트랩 두 개에서였습니다. 사기꾼 일당 중 발렌티나와 마테오가 겪게 되는 줄톱 트랩, 그리고 예고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뇌수술 트랩입니다. 실제로 트랩/게임을 시행하는 장면도 끔찍하면서도 강렬하지만, 트랩이 막 시작되고 테잎을 통해 규칙이 설명되는 과정, 즉 신체 훼손을 향해 나아가는 빌드업, 긴장을 쌓는 과정이 대단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난 점도 한몫 했는데요,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얼굴 그리고 목소리에서 두려움, 고통 등이 선명하게 섞여 나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트랩들의 수준이나 이야기의 전개는 굉장히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비록 그 두 트랩들을 보던 긴장감을 이후에 다시 찍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볼만한 후반부를 보여줍니다. (다만 다시 볼 때는 얼마나 재밌게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엔딩에서 Hello Zepp이 흘러나오는 순간에는 전율이 돋았습니다. 또 언급할 점은 바로 블랙/다크 유머의 활용인데요,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끔찍한 신체 훼손이나 트랩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실웃음이 나오게 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제작진들이 의도한 듯한 장면들이죠. (힌트는 '줄'과 연관된 장면에서 하나, 그리고 가브리엘라의 트랩에서 하나 있습니다.)

 

 

 

영화를 지탱하는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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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존 크레이머의 인간적인 모습부터 위기에 처하거나 약한 듯한 모습,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적인 모습, 그리고 아만다나 카를로스 등과의 관계(카를로스의 경우 남을 진정으로 신경쓰고 걱정하는 모습) 등 기존에 보지 못한 직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주인공으로서 존을 신경쓰고 응원하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각본이 존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토빈 벨의 연기 뿐 아니라 악역들의 공헌 역시 컸다고 봅니다.

 

사기꾼 일당 중 우두머리인 세실리아, 그리고 그녀의 애인인 파커 시어스가 바로 그 악역입니다. (파커가 존처럼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세실리아와 한통속이었다는 점이 소소한 반전입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를 두고 병든 환자들에게 사기를 친다는 악한이라는 점 뿐 아니라, 주인공인 존과 대립하고 존과 아만다를 괴롭힌다는 점에서 기존 시리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악역으로 떠오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들이 결국에는 패배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를 치르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게 되지요.

 

<쏘우 X>는 기존의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기존작들의 플롯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특성을 가지는 <쏘우> 속편은 <직쏘>와 <스파이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아무래도 리부트 없이 장기화되는 시리즈가 내린 현명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기존 관객에게 부담감이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본작 한 편만을 봐도 이해할 수 있는, 홀로서기가 가능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죠. 물론 쿠키 영상에서 등장한 인물의 경우에는 기존 시리즈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여야만 임팩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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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쏘우 X>가 크게 성공한 덕인지, 얼마 전 라이온스게이트는 11편인 <쏘우 XI>의 제작을 공식화했습니다. 2024년 9월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2000년대처럼 매년 <쏘우> 시리즈가 한 편씩 공개될 지도 모르는 일이네요. 다른 시리즈였더라면 여론이 많이 달랐을 듯한데, <쏘우 X>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인지 좋은 반응도 많습니다. 현재까지 개봉일 외에 정해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직쏘>부터 <쏘우X>의 각본을 맡은 조쉬 스톨버그와 피터 골드핑거는 본작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스톨버그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죠.

 

새로운 각본가는 누구일지, 감독 케빈 그루터트가 다시 복귀하게 될지부터 시작해서 과연 시간적 배경이나 등장인물은 어떻게 될지까지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쏘우 X>의 성공 그리고 쿠키 영상에 호프만이 등장한 면을 보면 존, 아만다, 호프만이 등장하는 또다른 미드퀄을 제작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구요. (특히 호프만이 다시 비중있게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제임스 완이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1~3편의 각본가이자 아담 역의 배우인 리 워넬은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공개된 루머에 의하면 <쏘우 11>은 <쏘우 X> 처럼 프리퀄이 될 예정이며, <쏘우 12>는 다시 <쏘우 3D> 이후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서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하는 최종장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신뢰도가 크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내용 같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되었던 간에 다시 한번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를 팬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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