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법 - 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 [도서]

훌륭한 문학작품은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다준다.
글 입력 2024.03.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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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아직은 누구도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으면 누구든 완전히 다른 시대와 장소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책은 나를 이끈다. 실제로 닿지 못한 곳들도 닿을 수 없는 곳들도 어느 이야기를 통해, 그 인물의 걸음을 통해 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그렇게 현실의 모습과는 다른 세상이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면서 어느 특정 장소는 나만의 세계와 모습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미지의 탐험은 끝없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떨칠 수 없는 궁금증도 안겨준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어느 낯선 마을의 풍경과, 절망을 안고 겨우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는 곳의 길목은, 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의 주변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그려낸 상상의 그림이 현실의 그 배경과 얼마나 일치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들이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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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의 저자인 세라 백스터는 잡지 <원더러스트(Wanderlust)>의 편집장을 지내고 다양한 플랫폼에 여행 관련 글을 기고했다. 책에서는 스물다섯 군데의 문학적 장소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저자의 글과 런던에서 활동하는 삽화가 에이미 그라임스의 그림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세상에 없는 장소도 더없이 생생하게 글로 창조해 내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진정으로 위대한 작가는 장소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역사까지 되살려낸다고 언급한다. 그래서 이미 최고의 소설들이라고 찬사를 받아온 문학작품들을 선정한 다음, 그 배경에 대해서 삽화와 함께 서술해 이 책을 나름의 “간접여행안내서”로 독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본 오피니언에서는 저자가 선택한 스물다섯 곳의 장소 중에서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을 배경으로 하는 세 곳 정도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파리의 속살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현기증으로 휘청거린다. 이보다 더 환상적인 곳도, 더 비극적인 곳도, 더 숭고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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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가가 꿈꾸는 도시, 낭만의 상징인 파리를 장소로 한 문학 작품들은 많다. 그러나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는 프랑스인들과 그들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은 <레미제라블>일 것이다. 낭만과 사랑, 자유가 넘치는 거리가 이어지기까지, 자유와 평등을 달라고 외치며 피 흘리던 이들의 목소리가 그곳에 가득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담겨있다.


저자는 <레미제라블>을 집필하며 위고가 1810년대를 배경으로 한 파리의 모습을 담아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당시 파리의 역사도 함께 설명하며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자리했을 거리와 미로의 모습도 함께 서술한다.


위고는 <레미제라블>를 집필하며 파리의 세세한 모습을 소설에 담았는데 그 예시 중 하나가 도시 하수구의 구조에 대한 묘사이다. 저자는 위고가 파리의 하수구를 ‘파리 속의 또 다른 파리’로 보았다고 언급한다. 당시 고통 받는 민생의 모습은 장발장이 딸 코제트가 사랑하는 남자 마리우스를 구하려 하수구로 내려간 부분을 통해 또 다르게 표현된 것이 아니었을까.

 

 
“런던의 모든 곳이 찰스 디킨스와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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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라는 도시는 그 이름 자체로도 한때는 절대 해가 지지 않던 대영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런던을 소개하며 “경이롭고 비참했지만 삶보다 도시가 더 눈에 들어왔던 과거”를 일깨우는 곳이라고 말한다.


내가 책으로 처음 접한 런던의 첫인상도 저자가 말한 이미지와 비슷하다. 구빈원 고아인 올리버 트위스트가 고난에 휩싸이는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그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어린아이가 빈곤과 범죄의 온상인 런던 뒷골목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어 구두약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찰스 디킨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산업혁명과 제국주의가 불러온 하층민들이 마주하는 참담한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재창조했다. 그로 인해 나를 포함한 소설의 독자들은 화려한 제국의 이면을, 얼핏 지나칠 수 있는 뒷골목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갔던 당시 영국 하층민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페테르스부르크(옛 상트페트르부르크 지명)만큼 인간의 영혼에 암울하고 혹독하며 이상한 영향을 미치는 곳은 거의 없다.” - 도스토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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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그 특유의 회의주의, 등장인물들의 긴 이름.... 이런 부분들로 인해 러시아 문학에 진입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동시에 이 특징들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도 존재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내가 읽은 첫 러시아 소설인 <죄와 벌>의 무대이다. 1860년대의 이 근대 도시는 웅장했으나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빈곤과 질병이 들끓었고, 도스토옙스키는 도시의 아름다움보다는 더러운 밀실과 가난한 이들이 모이는 여인숙을 소설의 주 배경으로 담아냈다.


<죄와 벌>에서 주인공인 가난한 휴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그는 자신의 다락방에서 전당포 주인의 집까지 몇 걸음이나 되는지 세어보는데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소설 속의 방식을 따라 그 범죄 현장과 라스콜리니코프의 발길이 닿았던 장소들까지 직접 찾아가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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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활자를 통해 이어지는 여행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나아가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풍경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내가 살아가지 못한 시간과 장소는 나만의 상상에 따라 펼치지만, <문학이 좋다 여행이 좋다>와 같은 책을 접하는 시간도 그 상상의 세계를 더 구체화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다양한 문학 작품들, 그 작품들의 세계를 우리 시선에 맞추어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로 인해 그렇게 매번 책장은 덮이지만, 나의 여행은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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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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