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직 묵은 해 결산 중 [사람]

글 입력 2024.01.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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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1월 1일을 보내는 방법은 상이하지만, 올해는 어쩐지 연말부터 할 일이 가득했다. 일주일에 써야 하는 글이 주마다 서너 개는 됐으며, 해가 가기 전 소멸하는 포인트들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고,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며 새해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십이월의 마지막 날에서 새해 첫날로 넘어가던 순간에도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티브이에서 진행하는 카운트다운도 못 보고, 작업하던 중 노트북을 보니 어느새 시간은 열두 시를 훌쩍 넘겼다.

 

“해피뉴이어!”

 

바빴던 일들을 대략 끝내놓고 나는 비로소 생각에 잠겼다. '벌써 2024년이라니.' 나에게 오늘은 2023년의 연장, 12월 37일 같은 느낌이다. 그저 새로운 하루가 밝아왔다는 사실밖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묵은 일 년을 정리해 보기 위해 작년 다이어리 첫 장을 다시 열었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이곳저곳 아팠고, 신년의 기쁨보단 건강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작년 나의 목표는 '건강하기' 였다. 당연히 모든 순간, 최상의 몸 상태일 리는 없었다. 대신, 아플 때 속상해하기보다, 의연하게 나를 토닥이는 법을 배웠다. 통증을 나의 몸을 돌보라는 신호로 알아듣고, 필요하다면 즉각즉각 치료도 받고, 푹 쉬었다.

 

조금 더 페이지를 넘기니 새 학기가 시작되며 월별 달력 페이지마다 일정이 빡빡하다. 과제의 마감일, 행사, 시험 등 중요한 일정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세 개 이상씩도 적혀있었다. 작년에는 운이 좋게도 학교 밖에서 연주에 참여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실기 시험을 볼 때보다, 오히려 그런 연주들에 참여하는 게 더 떨린다. 합주는 좋은 소리가 모여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남들 틈에 묻어가는 소극적인 연주는 지양하고, 자신감 있는 좋은 소리, 그렇지만, 남들과 어우러지는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 소리를 본 연주 때 자유롭게 내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연구가 필요했다. 한 연주를 성사하기 위한 개개인의 책임감을 배웠다.

 

2학기에는 새로운 수업에 도전했다. 사실 신청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한 번도 비즈니스 계열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수업 말미 조별 발표 때 민폐를 끼칠까 봐 걱정도 됐다. 고민하던 나에게 친구가 “한 번 해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내가 결정을 내림으로써 생기는 최악의 결과는 낮은 학점, 조별 과제 망치기 두 가지였다. 내가 열심히 하면, 두 가지 다 방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은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공연을 기획해 보고 기획안에 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피드백의 내용은 비슷했다. 아이디어는 참신하나, 실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여러 차례 피드백을 받고, 드디어 마지막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의 피드백을 토대로 납득이 가는 기획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최고점을 받았다.

 

 

"좋네요, 구체적으로 워크숍 타겟을 잘 설정했어요. 그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근거와 참여 집단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잘 녹여냈네요. 훌륭합니다."

 

 

사실 이전 프로젝트에서는 나조차도 "이게 될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있었는데, 시간과 아이디어의 부족으로 어쩔 수는 찝찝함과 함께 제출한 적이 많았다. 역시 나부터 납득이 되지 않는 점들은 상대의 눈에도 보이나 보다.

 

다이어리에 적혀있던 일정들을 보다 보면, 나와 함께 그 일정들을 같이 보낸 사람들, 감사한 사람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어떤 사람들은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그 사람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는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전하는 행동이 멋있으면서도, 비슷비슷한 소감이 진부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니, 나의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멋있게 하루하루 살아가는지를,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도 나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어떤 이들처럼, 구구절절 이 글에 그들을 언급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 담았다.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니,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에는 누군가의 시간도 같이 묻어난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허락을 받고 내 인생의 한편에 자리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매일 돌아오는 하루고, 해가 바뀐 것뿐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복을 빌고, 새롭게 무언가 목표를 세운다. 나는 새해에만 맛볼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참 좋다. 벌써 새로운 한 해의 일주일이 지났지만, 나는 이제서야 무언가를 털어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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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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