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숄', 한 명의 삶과 사건

글 입력 2023.12.3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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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숄>은 오헨리 상 최다 수상자인 신시아 오직의 작품이다.

 

1928년 미국 뉴욕의 러시아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를 죽인 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돌을 맞은 적도 있다. 이후 뉴욕대에서 공부하고 단편소설로 많은 인정을 받았으며, 이 시대의 가장 우아한 문학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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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숄, 로사.

 

챕터1 숄에서 유대인 로사는 어린 딸 마그다를 품에 앉고 옆엔 조카 스텔라를 데리고 수용소로 끌려간다.  마그다는 젖이 나오지 않는 어머지가 아닌 숄을 입에 물고 빨았고, 그 덕에 울지 않는다.

 

그러나 조카 스텔라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숄을 가져가는 바람에 마그다가 죽게 된다.


챕터 2는 이후의 수용소 이후의 이야기이다. 수용수를 나와 미국에 정착한 로사와 스텔라는 완전히 다른 시간에 산다.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새 삶을 위해 애쓰는 스텔라와 아직도 마그다가 살아있다고 믿고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로사의 도둑 맞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서는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래요. 하지만 우리,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목숨은 고양이 목숨보다 적어서 세 개가 있대요. 그 이전의 삶, 진행 중인 삶, 그 이후의 삶요." 퍼스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 이후의 삶이 지금이에요. 하지만 그 이전의 삶, 우리가 태어난 고향에서의 삶이 우리의 진짜 삶이죠."]

 

작품 속 스텔라와 로사의 관계는 슬프도록 현실적인 관점을 담고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에서의 삶에 적응하려는 스텔라, 그리고 그런 스텔라를 배신, 분노, 섭섭함의 감정으로 보는 로사. 사건을 뒤로 하고 나선 자와 사건 속 머물러 있는 자. 왜 내 눈엔 둘 다 ptsd를 벗어나지 못해 보일까.

 

[당신은 거기 없었잖아요. 영화를 보고 아는 거예요…… 다 지난 일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스텔라가 신경 쓰는 건 그것뿐이에요. 하지만 나한테는 오직 하나의 시간뿐이에요. 그 이후 같은 건 없어요.]


작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나 '수용소'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작품을 볼때는 조금 헷갈렸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기존에 만났던 2차 세계대전 문학과 너무도 다른 문체였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문학 중 가장 유명한 <안네의 일기>는 숄과 비교하자면 설명적이고, 심지어 교과서 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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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오직, 이미지 출처 : The Paris Review, Interviewed by Tom Teicholz



작가 본인이 유대계 사람으로 갖게된 유년기의 상처, 사건들이 이 문학을 쓰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적인 것을 넘어선 울림을 주는 책이다.

 

작가는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화해 동정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비극을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와 무게를 묻는다. 사건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놓는지 써냄으로서 역사를 극복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담담하게 말이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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