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베이킹 회고록 [음식]

베이킹 경험자의 작은 오지랖
글 입력 2023.12.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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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과의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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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베이킹에 로망을 품었다. 화사한 쿠키며 케이크, 오븐 앞에서 빵이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여유로운 분위기 등, ‘베이킹’이 주는 이미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꿈을 잊지 않고 첫 아르바이트를 통해 미니 오븐을 마련했다. 가족 중 베이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처음으로 온전한 나만의 취미가 생겼다는 사실과 겹쳐 마음이 두 배로 부풀었다.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베이킹을 하려는 사람은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베이킹은 재미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번거로웠으며, 실패할 시 한 입도 댈 수 없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안전을 추구하면서 만들던 것만 만든 탓일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렇게 꿈꿔 왔던 예쁜 아이싱 쿠키도, 케이크의 기본 시트가 되는 제누와즈도 만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초짜일 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누구든 부담 없이 베이킹의 세계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그간 베이킹을 하며 배우고 느꼈던 것을 남겨 본다.

 

 

 

베이킹의 4기사 - 달걀, 설탕, 버터, 그리고 밀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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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설탕, 버터 그리고 밀가루는 베이킹의 기본이다. 이 네 재료만을 한 파운드씩만 활용해 만든 케이크, 그 이름도 유명한 파운드 케이크까지 존재할 정도니.


기본이라고는 해도, 이것들을 잘 다루는 것은 의외로 까다로운 일이다. 오히려 기본인 만큼, 단 하나라도 잘못됐다간 요리 전체를 망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나 역시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본 다음에야 그 성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계란은 버터와 설탕을 먼저 섞은 다음에야 더하게 되는데, 이때 계란이 고루 섞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계란을 천천히, 나누어서 넣어야 했다.


자칫 서두르면 혼합물이 걸쭉하지 않고 계란찜처럼 몽글몽글해지는데, 이 경우 결과물이 고르게 익지 않아 전체적인 맛을 망쳤다. 예를 들면 쿠키는 가운데가 설익고, 파운드 케이크는 잘랐을 때 결이 매끄럽지 않고 군데군데 뭉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설탕. 베이킹이 취미인 사람은 오히려 빵과 과자를 못 먹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를 직접 보게 되는 만큼 당연한 말이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렇다고 설탕의 양을 줄이면 백이면 백,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구움과자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레시피에 적힌 설탕의 양에 겁먹는 대신, 다른 사람과 나눠먹거나 이걸 먹고 나서 할 운동을 궁리하는 편이 더 속 편하다. 당이 걱정된다면, 스테비아 같은 대체감미료에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버터로 말하자면, 이전까지는 요리할 때 많은 양의 버터를 써 본 경험이 없었다. 프라이팬을 칠하거나,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소량 사용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베이킹은 달랐다. 최소 50그램씩, 토막토막 끊어 사용하다 보면 금방 동이 났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버터는 만원 정도지만, 베이킹 전문 사이트를 활용하면 비슷한 품질의 버터를 5-6천 원대에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다. 종류도 다양한 만큼, 자신감이 붙을수록 더 좋은 버터를 활용하는 재미까지 챙겼다. 꼬릿한 냄새가 나는 외국산 버터가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면 더 풍요로운 맛을 낸다는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밀가루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베이킹을 할 때 알맞은 종류의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요리의 기본인 만큼 식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개 바삭한 쿠키에는 박력분이, 부드러운 빵에는 중력분이 사용됐다.


필요한 밀가루가 없다고 해서 아무거나 넣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박력분을 요구하는 레시피에 중력분을 대신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밀가루 떡’ 같은 식감의 쿠키를 받아들고 좌절한 적이 있었다.

 

초보자일수록 검증된 레시피를 선택하고, 레시피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찰나의 방심이 못 먹을 빵이나 과자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설마 못 먹을 게 나오겠어?’ 같은 생각은 금물.

 

 

 

결과에 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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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플파이는 세 번의 시도 끝에 만들어졌다. 맨 처음 파이는 충분히 익지 않았고, 그 다음으로 만든 파이는 사과 조림의 맛이 영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폐기해야 했다.

 

물론 실패할 때마다 재료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하지만 못 만든 음식을 억지로 먹는 건 의미가 없었다. 미련을 버리고, 이번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음에 더 잘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베이킹이 나에게 준 교훈은 그러했다. 결과에 빠르게 승복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고, 몇 번이고 다시 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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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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