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기술사회의 불평등, 공존을 위한 자본주의의 도전 - 책 '자본주의의 미래'

글 입력 2023.11.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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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고, 자고,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 돈을 쓴다. 돈은 우리를 먹이고, 재워주고, 사랑하고 즐겁게 해준다. 그래서 돈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친구, 신, 욕망의 대상, 그 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된다. 그것이 진짜 그것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이 쉽게 그러한 것들의 모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돈은 생존의 도구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행복의 도구로 기능한다. 그래서 돈에 관한 이해 없이는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전 세계의 돈의 흐름에 관여하는 사상적 기반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행정과 기술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연 발생하여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경제체제로서 생존해왔다. 자본주의는 대공황과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왔지만, 그때마다 자본주의는 도전을 진화의 기회로 삼아 변화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자본주의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술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자본주의는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현재 최선의 체제인가?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경제가 경직되고 성장률이 줄어든 지금, 기술 발달로 고용자-그리고 성공한 기업과 성공하지 못한 기업-와 피고용자의 고용 형태와 소득 수준이 극명하게 갈리게 된 지금 더욱 그렇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발달은 부의 재분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정책적 방향이 확립되지 않은 지금 과도기인 현시점에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키워드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SNS 발달로 기업은 사람들의 사적 감정과 기호마저도 데이터로 수집하고 상품화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불평등 문제는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미 최근 5년간 등장하는 자유 민주주의는 두 개의까지로 갈라지고 있다. 하나는 신자유주의고, 다른 하나는 대중영합주의다. 전자는 시장에 집중하여 분배 문제를 소홀하게 만들어 불평등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자유주의의 제도적 장치를 무너지게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과 같은 사건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뭐가 되었건 극단적으로 갈라진 두 개의 얼굴은 불평등 정도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서로 화합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언제나 한 쌍으로 취급되어왔지만, 해결되지 못한 불평등 문제로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평할 책 <자본주의의 미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저자가 다섯 개의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미래'를 진단하는 책이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계'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지만, 저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자본주의의 역사와 속성을 돌아보고,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변화한 자본주의가 어떤 명암을 지니고 있는지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책이 자본주의의 변화 과정에 대한 고찰과 진단으로 구성되어있으므로, 이 책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읽는 사람에겐 전개 방향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다(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자본주의의 완전한 대체제가 정말로 있을지 회의가 든다). 하지만 다소 건조한 제목처럼, 이 책의 목표는 대안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우리 사회의 변화 속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왔고, 어떤 변화가 예견되는지를 기술하는 데 목표가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변화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려는 독자에게 이 책은 추천할만하다. 저자들이 다른 탓에 각 장이 다른 스타일로 기술되어있지만, 전체적으로 오늘날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문제와 현상들을 각 주제에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다. 경제 이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모든 저자들이 자신이 펼쳐낼 논리의 전제부터 차근차근 기술하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각 장이 논리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각 장의 마무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의 형태로 남는다.

 

다섯 개의 장은 이러한 주제에 따라 경제체제, 민주주의, 범용기술, 기술, 노동과 여과 같은 특수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방향-'자본주의는 위기 앞에서 진화해야 한다.'-으로 모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각 장은 전체적으로 서로 겹치거나 연계되지만, 아예 다른 측면에서 기술되기도 한다.

 

첫 번째 장은 '경제체제의 도전과 21세기 자본주의'로,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에 초점을 맞춘다. 초반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대립하여 자본주의의 핵심인 소유권과 조정 기제와 그 성과를 설명한다. 중반에는 이러한 두 핵심이 역사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기술하고, 후반에는 21세기 자본주의에 가해지는 도전이 무엇인지 요약적으로 기술한다.

 

두 번째 장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호관계와 균형적 공존'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정경 조응론', 즉 정치체계와 경제체제 계간 일정한 조응성이 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2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넘어선 시야에서 두 체계의 상호조응성을 기술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떤 관계를 맺어 여러 세계에서 진화해왔는지를 기술하다, 한국으로 주제를 좁힌다.

 

세 번째 장인 '범용기술 출현에 따른 불평등 확대와 자본주의의 진화'는 역사적 관점에서 기술의 변화가 사유재산과 불평등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쿠즈네츠 곡선과 피케티 곡선을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하는 부분이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불평등 문제가 역사 속에서 비슷하게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저자는 범용기술이 일으킨 불확실성의 확산 속에서 정부의 역할과 건강한 민주주의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며, 상대적으로 도외시 되었던 자연과의 조화가 자본주의의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세 번째 장까지가 좀 더 '체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후의 장은 각 주체에 초점을 맞춘다. 네 번째 장인 '자본주의와 기업의 미래'는 자본주의의 변화에 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세계화, 디지털화, 금융화에 맞춰 현대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증가한 환경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화된다고 주장한다. 작게는 기업 내 조직, 크게는 기업의 확산 전략은 이전과 다른 형태로 변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기업 간, 기업 내 양극화, 노동자의 안정적 소득 보장 위협, 소비자 주권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극화 문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불거지고 있고, 다양한 채널에서 과시적 경쟁이 일어나면서 개개인들은 고립되고 있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낙관주의를 미지수로 놓지만, 동시에 인간의 협동과 의지를 통해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마지막 장인 'ICT 기업 일과 삶의 균형의 명과 암'은 다시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5장에서는 ICT 기업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는데, 주로 변화된 근무 형태가 노동과 여가를 잘 구분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한때 혁신적인 대안으로 보였던 ICT 기업의 탄력적 근무, 직원 복지는 오히려 일과 생활의 경계를 흩트려 놓을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앞서 쓴 글에서 유추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오늘날의 흔한 20~30대로서 느끼는 불평등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 이 책을 펼쳤다. 내가 다섯 개의 장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자연 발생한 자본주의만큼 유연한 시스템은 없다"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불평등 문제, 공공재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지만,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변화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불평등 문제는 모두가 가난해지는 전쟁과 같은 파국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되기도 했지만, 정치와 노동권 보장, 사회보장을 통해 완화되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급속한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막대한 부를 얻고, 누군가는 바라지 않는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제도가 불평등 완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이 과정은 길고, 전례 없으며,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겠지만,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이 체계는 우리의 선조부터 이어서 내려온 진화의 산물이다. 체계도 생물과 같아서, 불평등이라는 제약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어도, 무시하면 소통의 창구만 닫히고 사회의 계약도 점점 힘을 잃어간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는 체계,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을 자본주의를 만들어야지만 생존할 수 있다. 우리는 지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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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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