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왜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 도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

과학과 심리학에서 원인을 찾다.
글 입력 2023.12.24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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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는 솔로’와 MBTI, 전세 보증금, 약간의 뉴스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 문제나 환경 문제는 솔직히 말하자면 관심사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다. 변명하자면 먹고사는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해서 커다란 기후 담론은 뒷순위로 두었고 당장 해야 하는 공부를 했다.


어쩌면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환경 문제를 검색하지 않으니, 알고리즘에서 밀려나고, 알고리즘에 안 보이니 그쪽으로는 더더욱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시급하고 당장 실천이 필요한 문제일 수 있다.


작가는 “왜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제시한다.

 

첫째는 국가와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당시 백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음모론이 많이 돌았다. 백신 도입 초기의 사회적 진통은 과학적 실험을 통해 도출된 연구 결과에 대한 불신도 있겠지만, 그러한 과학 지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국가와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의 부족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불신이 그와 결부된 과학 지식을 의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고 말한다. 반면 과학이 신뢰받는 스웨덴 같은 국가는 국민을 책임지는 사회복지제도를 만들고 겪어오는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 간에 신뢰가 높게 쌓였기 때문에 백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기후 위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는 심리적인 왜곡 때문이다. 과학적 사실로 마음이 불편하다 해도 이에 대처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면하기도 하고 아예 신념을 바꾸기도 한다. 애초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뉴스만 소비하는 ‘자기 중심성’과 듣고 싶은 것만 크게 보는 ‘확증편향’의 영향도 있다. 또, 사람마다 기후변화를 생존이 달린 위기가 아니라 여러 문제 중 하나로 바라보는 등 서로 다르게 ‘범주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의 두 가지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 문제가 주목받지 못하게 만드는 몇몇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언론에서 기후 담론을 뒷순위로 두는 것을 지적한다. 정치부가 뉴스의 메인이 되고, 기후의 경우에는 따로 출입처가 없는 등 지구적 문제를 다루기에 개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관심의 부족을 극복하고 점점 기후 담론을 늘려가는 것이 남은 일일 테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다 보니, 기후 위기는 없다는 아예 상반된 주장도 발견했다. 같은 연구를 두고 한 편은 이것이 기후 위기의 증거라고 말하고 한 쪽은 조작된 증거라고 말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연구가 있는데, 기후 위기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산업화 이후인 170년 사이에 지구 온도의 변동 폭이 급격하게 상승한 점을 들어 인류가 지구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있음을 말한다. 반대 측에서는 시뮬레이션 자체가 기후 위기가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므로 잘못된 연구라고 말한다. 하나의 과학적 연구를 두고 너무 다른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비전문가들은 도대체 뭐가 맞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눈에 들어온다.


그렇기에 한쪽의 주장만 듣지 말고 의식적으로 양쪽의 말을 듣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자각하려는 노력 또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은 관심이고 소통이다. 관심을 두고 인지하다 보면 우리는 인지 부조화와 과학에 대한 불신 속에서 점점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커다란 기후 담론에 대해 알아가는 첫 시작으로 생각하고 책의 말미에서 추천해 준 ‘기후 변화의 심리학’을 비롯한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반대 주장도 함께 읽으며 어떤 지점에서 주장이 충돌하는지 상세히 바라보고 싶다.

 

 

우리에게남은시간표1.jpg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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