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에 대한 갈망과 연대, 희망 -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

글 입력 2023.12.2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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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영화 시사회는 처음이었기에 매우 기대되었다. 영화를 통해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유머코드를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기에 이번 시사회를 통해 핀란드 영화의 특색을 작게나마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핀란드는 수려한 자연환경과 탄탄한 복지 제도를 갖춘 행복한 나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시사회 시작 전 무대 인사로 나오신 주한 핀란드 대사님이 이번해에 가장 행복한 나라로 핀란드가 선정되었다는 말을 하셨을 정도로 핀란드는 행복과 매우 밀접한 나라이다.


대사님이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핀란드가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핀란드는 행복한 나라라는 고정관념 덕분에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더욱 인상적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일상의 부조리함을 표현한 데드팬 코미디

 

영화를 보다 원활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화감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데프팬(Deadpan) 코미디의 거장이라는 점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데드팬 코미디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엄격하고 진지하게 연기함으로써 역으로 유머를 유도하는 코미디 장르이다.


드라이 유머라고도 표현되며 감정적 중립 또는 무감정을 의도적으로 표현하며 엉뚱함과 우스꽝스러움, 부조리함을 극대화시키는 코미디적 전달 방식이다.

 

이로 인해 영화 속에서 웃긴 장면은 관객들을 슬프게 만들고, 반대로 슬픈 장면을 통해 관객들이 웃게 되는, 즉 관객들이 상황에 반대되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차가운 도시에 짓눌린 외로운 두 남녀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차가운 도시에 짓눌린 외로운 두 남녀가 선사하는 헬싱키 빈티지 로맨스 영화이다. 행복한 나라 핀란드 이면에 담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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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필터를 입힌 듯한 특유의 색감은 컬트적인 요소를 부각했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을 포함하여 영화 전반적으로 특정 시대상을 담기 위한 빈티지한 세트와 소품 등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노래들 또한 향수 가득한 노래들이 나왔다.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사회에서 소외된 블루칼라 계급의 인물들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또한 두 주인공과 등장인물 대부분이 냉혹한 노동자들이다. 메마르고 삭막한 사회를 대변하듯 등장인물들 모두 무표정에 직설적인 표현과 퉁명스러움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주인공인 ‘홀라파’와 ‘안사’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은 이상 줄 곧 같은 옷만 입고 나오며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며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반복적인 노동의 일상을 표현했다.

 

감독은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노동계급의 일상과 문화생활, 냉혹한 사회와 구성원에 주목하여 영화를 전개해 가지만 직접적으로 영화 속에서 노동환경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는다. 단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냉혹한 일상을 조명하며 이와 같은 현실에서 조심스럽지만 용기 있게 피어나는 따뜻한 사랑에 더욱 집중했다.

 

 

 

무미건조하기에 담백하고 순수한 사랑

 

영화의 주된 주제가 블루칼라 계급의 냉혹한 현실로 보이지만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간의 사랑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챙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슈퍼마켓에서 해고된 안사와 하루하루를 담배와 술에 의존해 살아가는 노동자 홀라파는 우연히 가라오케에서 만나게 된다.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존재와 호감을 파악한 둘은 우연을 빙자한 카페와 영화관에서 두 번의 만남을 가지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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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팬 코미디 특유의 무표정한 표정과 일정한 톤으로 주인공들을 직설적으로 대화한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속 시원하게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게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뻔한 사랑 영화처럼 두 사람은 엇갈리며 순탄치 않은 과정을 보여준다. 뒷부분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의도치 않는 사고의 장면이 등장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숱한 역경들을 이겨내고 작지만 소중한 사랑을 피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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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무표정하고 메마른 인물들의 표정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안사는 사랑하는 상대인 홀라파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과 유기견 강아지를 발견하고 입양하기로 결심했을 때 웃음을 보인다. 두 사건 모두 사랑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되어 있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을 보이던 안사가 미소를 지었기 때문에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이것이 바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의 사랑에 대한 갈망과 사랑을 통한 연대가 가지고 있는 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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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면 중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한 장면은 홀라파가 금주를 결심하고 간 바에서 본 인디 팝 밴드의 공연 부분이었다. 몽환적이면서 중독적인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았고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사를 찾아갈 수 없는 홀라파의 심정을 대변하는 가사가 일품이었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연대, 희망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생각했다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했지만 결국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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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물의 삶은 암울한 국제 정세와 반복되는 노동 문제로부터 결과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무작정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인류가 지켜야 할 사랑과 연대의식을 보여준다. 홀라파가 안사와의 저녁 식사를 위해 준비한 꽃다발처럼 소소하지만 소중한 사랑과 행복들이 모여 삭막하고 냉혹한 삶을 살아갈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감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은퇴를 번복하고 6년 만에 돌아온 이유를 아래와 같이 말했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전쟁에 시달리던 중,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주제에 관해 쓰기로 결심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연대, 희망, 타인에 대한 존중, 자연, 삶과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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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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