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간의 기억 - 히든 스테이지

글 입력 2023.11.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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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테이지 웹포스터.jpg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딜러사인 한성 자동차와 한국메세나협회의 미술영재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12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무료 전시가 개최된다. 장학사업의 장학생들과 서양화가 배준성이 함께한 본 전시회는 무료로 진행 중이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편하게 방문해 보기 바란다.

 

지금껏 내가 방문했었던 무료 전시회는 작품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갤러리 전시였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도, 작품적으로 감명을 받기는 힘들었다. 그런 경험이 쌓여 무료 전시는 기대하지 말자는 무의식중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소개할 전시 <히든 스테이지(Hidden Stage)> 역시, 작품적으로 감명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각자의 소망을 풀어낸 장학생들의 작품도 우수했고 무엇보다도 배준성 작가의 작품 세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연출은 하나의 큰 공간을 조명으로 분리시켜,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 공간에 얽힌 기억을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드림그림x배준성 콜라보레이션]on the stage-hidden stage_some picnic, 2023, Oil on canvas, 181.8 x 227.3cm.jpg

Some Picnic, 2023, Oil on canvas, 181.8 x 227.3cm

 
 

위 그림 속에는 하나의 대저택과 그 앞의 마당이 펼쳐져 있다. 마당 중간중간에 핀 조명으로 밝혀진 일부 공간들이 있다. 그 속엔 각기 다른 활동들이 펼쳐진다.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수영을 하고 있는 사람과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작가의 작품 설명을 통한 답은 '없다'였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작품 속 공간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인지 작용을 통해, 그림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연결한다. 실은 서로 관계가 없는 각 상황들을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이어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 개인적인 감상을 더해보면, 나는 이것이 공간의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공간 위에서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공간의 기억들을 조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영장을 만들고 수영을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공간이지만, 각기 다른 추억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사실을 공간의 입장에서 그려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본 장학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같은 방식의 그림 기법을 활용해 자신들의 소망을 그려내었다. 배경은 어둡게 칠하고 자신이 꿈꾸는 상황, 순간을 밝게 작업하였다.

 

각자의 소중한 꿈을 펼쳐낸 학생들의 그림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드림그림x배준성 콜라보레이션]on the stage-hiddn stage_playing in some town, 2023, Oil on canvas, 162.2 x 130.3cm.jpg

Some Picnic, 2023, Oil on canvas, 181.8 x 227.3cm

 

 

전시 <히든 스테이지(Hidden Stage)>를 보며, 나 또한 이런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나의 추억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그리는 것이다.

 

내 기억의 공간은 아무래도 아파트가 될 것이다. 그림 후면에 아파트가 한 채 서있고, 그 안과 밖의 이야기를 핀 조명 방식으로 강조하는 작업은 잊고 있던 소중한 사건들을 상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별개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큰 줄기로 연결되어 지금을 만들었다.

 

당신의 기억의 공간은 어디일까? 그리고 그 속의 사건들을 잇는 기억의 줄기는 무엇일까?

 

전시 <히든 스테이지(Hidden Stage)>를 통해 지금의 당신을 만든 추억의 파편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무료 전시이니, 부담 없이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2월 2일까지.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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