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11.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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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OTT가 등장한 이후 방송국을 비롯한 여러 제작사를 통해 다양한 드라마들이 등장하고 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마라고 하면 현대물, 사극, 코미디, 공포 등 여러 장르가 있다. 그 안에서도 현대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세상을 배경으로 극을 이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 여기에 복수, 액션, 재벌, 로맨스 등의 상상적 요소를 추가하며 시청자로서의 우리는 일상을 배경으로 한 ‘상상’에 몰입하고 열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드라마들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점점 현실과의 괴리를 인지했고, 뻔한 스토리는 이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잔잔하지만, 빛이 나는 몇 가지 작품을 발견했고,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세상,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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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근무하게 된 3년 차 간호사 정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드라마이다.


정신병동 속 환자들의 이야기는 매우 평범하게 시작한다. 직장, 학교, 결혼, 취업 준비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와 별다른 거 없는 인생을 산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게임중독, 직장의 압박 등으로 마음에 병이 들기 시작하고, 그들의 일상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들의 회복을 돕는 의료진들 또한 ‘직업’과 ‘인간’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우리가 겪거나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때문에 인물들의 이야기에 우리의 생활을 빗대어 보지 않을 수 없고, 시청자들은 이에 몰입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드라마답게 현실에선 보기 드문 환상들도 존재한다. 환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의료진, 부족한 후배 간호사를 꾸짖기보단 열정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수간호사, 각자의 어두운 밤에서 벗어나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환자들을 비롯해 현실에선 곧잘 보기 힘든 상황들이 드라마에선 극적으로 이뤄진다. 다시 일어서는 것에 실패하는 환자들도 존재하지만, 주인공 다은을 비롯한 주변인들은 홀로 또는 같이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이뤄낸다.


환상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두운 낯빛에 우울함과 답답함은 기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갈등하거나 다른 사람을 의심하기도 하며 본인들의 가족이 아픈 건 안타깝고 다른 사람이 아픈 것은 비난하는 인간의 이기심도 보여준다. 자신을 미처 돌보지 못해 병이 들고 회복에 실패하는 모습도 여럿이다. 이런 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아프고 괴로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드라마는 이런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망하는 ‘환상’이 함께 하기에, 우리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회복과 성장을 응원한다.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과 달리 정신과는 일반적인 ‘아프다’로 여겨지진 않는다. 불쾌한 시선이 따르고, 범죄 우려의 잣대가 씌워지며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는 나 자신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공황장애, 우울 등 마음의 병들이 자꾸만 외면당하는 것도 사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실에 우리의 ‘소망’을 더해 풀어내는 것. 이 드라마의 특별함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도 아플 수 있다는 현실을 자각시키는 동시에 환상적인 요소들을 넣어 어떤 마음을 가질지에 대한 메시지도 건넨다. 이것이 이 드라마가 따뜻함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시청자는 드라마에 빠져들어 이 메시지들을 읽어낸다. 그리고 드라마 같은 세상을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이 있는 세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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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와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란 설정이 없었다면 평범한 법을 다룬 드라마로 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 지식인이자 높은 지위로 인정되는 변호사에 자폐 스펙트럼이란 열등적 요소를 넣어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는 의뢰인과 연대하며 성장하고, ‘법’을 매개로 차별에 맞선다. 젠더, 직업, 장애, 지역 등 집단을 나누어 차별과 다툼이 만연해진 사회에 법적인 논쟁은 흔한 일이다. 에피소드마다 다뤄지는 이 다툼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러나 우영우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으로 차별에 맞서며 변호사로 성장한다.


그러나 우영우의 도전과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법적 논쟁 당사자들의 이야기들이 쉽지만은 않다. ‘자본’ 의뢰인과 ‘정의’ 법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는가 하면, 차별로 인해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여러 상황적 요소로 난처함을 겪는 모습들도 여럿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는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을 담고 있고,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었던 혹은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이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도 분명 ‘이상적’인 요소들이 등장한다. 자본보다 정의를 따르려는 대형 로펌 변호사 우영우는 물론이고, 평범하지 않은 후배 변호사를 물심양면 도와주는 선배, 우영우가 당하는 차별을 당당히 차별이라 말하는 동료, 항상 우영우의 뒤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가족과 친구까지... 이들은 서로의 성장을 돕고 응원한다. 이들의 존재는 든든하면서도 현실에선 보기 드물다. 그럼에도 시청자이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분명히 ‘소망’하는 존재임은 틀림없다. 드라마 속 형성된 인물들의 관계를 시청자가 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들은 현실을 감수하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들의 성장은 진짜 ‘정의’가 살아갈 세상을 만든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차별’이 죽고 ‘정의’가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도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는 분명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몰입하고 그들을 응원한다. 분명 잘못됨을 인지하고 바뀌길 희망했던 현실의 부분들을 드라마에선 고쳐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본 시청자들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드라마가 보여준 환상적인 세상을 만들고자 마음속 울타리를 조금씩 부수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은 데엔 이런 이유도 존재하지 않을까?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해


 

현실과 우리가 소망하는 환상의 균형을 맞추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그려낸 것이 두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두 작품이 그려낸 세상은 완전히 현실이 되진 못한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을 감상한 시청자의 세상은 분명 달라진다. ‘함께’ 살아갈 세상이기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작지 않다.


우리가 살아갈 ‘진짜’ 세상을 담은 드라마에 긍정적 영향을 받은 시청자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갈 조금 더 따뜻한 세상. 극 중 나왔던 대사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기에 이런 드라마의 존재가 빛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이런 따뜻한 드라마가 많이 나오길 소망한다. 그리고 우리의 세상이 조금은 더 ‘환상’적으로 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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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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