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표절 검열, 제작사의 몫인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10.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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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알림 설정까지 해두고 즐겨 보던 웹툰이 갑작스레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네이버 일요웹툰 <고백 취소도 되나?>가 그것이었다. 잘못 전달된 고백 선물로 지긋지긋한 악연이 시작된 여자와 남자 주인공은 옛 시절 인소(인터넷 소설)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대사로 많은 독자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나 역시 자꾸만 움츠러드는 손끝을 다리미로 눌러 펴고 싶은 심정을 참으며 다음 화를 기대했다. 웹툰이 한순간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은 표절 논란 때문이었다.

 

시작은 인터넷의 한 만화 커뮤니티였다. 9월 15일, <고백 취소도 되나?>의 구도와 대사 및 연출 상당수가 일본 순정만화 ⟪네 곁의 나⟫(난바 아츠코, 2009)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웹툰 댓글 창과 작가의 SNS에는 분노한 독자들이 등장했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작가와 네이버 웹툰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 해당 작품의 연재 및 서비스 중지를 알렸다. 불과 일주일 전인 9월 7일, 네이버 금요웹툰 <여자를 사귀고 싶다>는 일본 러브 코미디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아카사카 아카, 2015)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인정하며 연재를 중단했다. 이에 <오늘은 나랑 만나>의 일러스트 트레이싱 논란까지 이어지며 네이버 웹툰의 고질적인 표절 문제가 2023년 들어 다시금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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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창작물 표절 논란은 작가의 도덕성과 직업윤리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잇단 네이버 웹툰의 표절 사태는 작품이 업로드되기 전 거치는 편집 단계의 미비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이에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업로드 전 사전 검수를 거치고 있지만, 담당자가 세상의 모든 작품을 알 수는 없는 만큼 완전히 잡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1]라고 반박했다. 또한 “모니터링 강화, AI를 통한 트레이싱 탐지 기술 개발, 작가 대상 표절 관련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2]라며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편집자의 역량 부족이 문제의 원인으로 제기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앞선 논란의 원작인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나 또 다른 표절 사건의 피해를 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안노 히데아키, 1995)은 해당 업계에 몸담은 자라면 모를 수 없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웹툰 편집자 역시 만화 산업을 구성하는 직업인으로서 고전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어야 한다. 비단 해당 논란에 사용된 작품뿐만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은 유명한 고전 만화의 경우 후대 작가에 의해 레퍼런스처럼 쓰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것이 패러디나 오마주를 넘어선 표절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경계를, 작가는 의외로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것이 편집자의 몫이다.

 

음악의 표절 기준은 곡의 유사성, 곡의 상업적 이용, 원곡의 창의성 세 가지다. 법원 판례로 제시된 객관성 있는 기준이지만, 사실 예술 작품을 일률적인 잣대로 분석하고 판단해 표절 여부를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 음악의 8마디가 같으면 표절이라는 주장이 8마디 미만 표절작을 탄생시킨 것처럼 말이다. 웹툰 역시 표절 논란의 기로에 놓였을 때 시비를 가리기 쉽지 않다. 결국 표절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만이 답이다. 명작을 비롯한 고전을 많이 알고, 이를 현재 작품에 투영해 유사성을 파악하는 일은 편집자와 제작사 및 유통 플랫폼의 역할이다. 네이버 웹툰 표절 사태의 화살을 작가만이 아닌 여러 사업 구성원이 나누어 쏘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1] 김하림, 「표절에 인종차별 논란까지, 네이버 웹툰 바람 잘 날 없다?」, 『나이스경제』, 2023.09.19)

[2] 김하림, 같은 기사.

 

 

[김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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