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처 없고 아름다운 노래 [음악]

글 입력 2023.10.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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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에는 많은 노래들이 태어난다. 케이팝, 발라드, 인디음악 등 그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멜론이나 지니, 벅스 등의 음악 어플을 통해 그것을 감상한다. 다만 어플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발매된 음악이다. 물론 요즘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와 연동이 되어 발매되지 않은 채 영상만 있는 음악도 들을 수 있기는 하다만, 연동이 되는 영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상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세상에 공개는 되었으나 발매되지 않아, 그것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꼭 유튜브에 들어가야 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나는 그런 음악들을 ‘정처 없고 아름다운 곡’이라 불러보기로 했다. 이 글은 노래를 부른 이가 왜 그 곡을 발매하지 않는가를 알 수는 없으나 모른 채로 두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곡들에 대한 이야기다.

 

 

 

리도어 - 서울대입구역


 

 

 

이 곡은 리도어의 여러 미발매곡 중 하나다. 리도어가 공연이나 라디오에 출연해 부르며 알려졌다. 가사도 공식적으로 적어낸 게 없어서 팬들이 노래를 들으면서 써내는 곡이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 나오면

네가 왠지 나를 기다릴 것만 같더라

우리의 추억으로 가득 찬 이 동네는

또 겨울이 왔구나 또 흘러가구나

 

 

서울대입구역은 깊은 인연과의 추억이 담긴 장소인 듯하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곳, 우리가 함께였던 때가 빼곡히 기억나는 곳. 나는 그곳에 나왔다 하면 니가 나를 기다릴 것만 같다. 그러나 너는 없다. 또 겨울이 오고, 겨울이 왔으니 봄, 여름, 가을도 올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나는 너와의 추억을 아직 버리지 못해서 이렇게 그대로 두고 있다. 세상의 시간과 나의 추억은 함께 흐르지 않는다. 내 하루 끝에는 여전히 니가 있다. 먼저 떠나가버린 시간이 먼지를 쌓아두었을 뿐이다.


발매를 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 알 수 없다. 공연 영상이 꽤나 많은 곡이라 노래를 들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고, 라디오 'STATION Z'에 출연해 부르기도 해서 음원과 비슷하게 깔끔한 버전도 들을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음원으로 발매되어 보다 제대로 듣고 싶은 마음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리도어는 이 노래를 발매하며 앨범 커버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현상 - love me now


 

 

 

Ye I love me now

어려운 한 마디

Ye I love me now

오래 걸렸지

내 앞에 놓여진 길이

맞는 건지 아닌지

더 이상 의심은 하지 않아

Cuz I love me now

 


이래봬도 하현상 공식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곡이다. 발매만 안 했지, 제법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상에 이런 댓글이 있다.

 

  
동 트기 직전 가장 어두운 시간을 닮은 dawn을 부르던 현상이가 가장 밝은 곳에서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내 앞에 주어진 길을 의심 없이 갈 수 있다고, 같이 걷는 사람의 등도 다독여가며 같이 갈 수 있다고 노래하는 게 정말 눈물나게 행복하다.
 

 

누구나 자신조차 나를 믿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내가 뭐라고 그걸 하려고 하지?’, ‘내가 이걸 하는 게 맞을까?’ 등으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자책과 후회투성이라서 나와 친해지는 게 아주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누구나 그런 자신을 인정하는 반짝이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내 길이 맞는 건지 아닌지 의심하지 않는 순간.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무렴 상관없이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말이다.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많은 이들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의 나에게 당당히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어제보다 더 행복하냐고 말이다.


남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 모든 상황을 탈피하고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다. 번외로 곡에서 하현상이 랩을 한다. 짧지만 그 부분도 상당히 좋다.

 

이 노래들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발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 ‘미발매’ 자체가 부른 이의 한 가지 의도이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그런 확대해석을 하고 있다.)

 

리도어도 그렇고, 하현상도 그렇고 미발매곡이 몇 가지 있는데 곡이 하나같이 다 아름답다. 음원 내달라고 속으로만 매일 울부짖게 된다. 정처 없고 아름다운 이 곡들이 언젠간 정처를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평생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오는 때를 기다리며 있는 수단으로 열심히 듣고 있겠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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