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영화 한 편을 추천해 주셨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오는 산악 영화라고 하시길래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봤더니 <클리프행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영화가 맞다면서 엄청 재밌으니까 꼭 한번 보라고 말씀하셨다.
‘클리프행어’라는 말에는 ‘극의 절정 단계로 관객의 긴장감 및 기대감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순간이나 사건 혹은 그러한 기법을 사용한 영화*’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그 뜻에 알맞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잘 보여주었고, 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느낌이었다.
* 출처 : 우리말샘
등산만 하지는 않는 영화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로키산맥에서 펼쳐진다. 험난한 등정과 조난, 구조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의외로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플롯은 ‘공금 횡령’이다.
미국 내에서 (아직) 통용되지 않는 지폐를 몰래 빼돌려 약 1억 원가량의 사용 가능한 돈으로 바꾸고자 하는 범죄 조직이 등장하고, 이 사건에 휘말리는 로키산맥 구조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크기변환]스틸컷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10/20231001105011_uyqoertc.jpg)
이렇게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탓에 사실상 이 영화의 주된 장르를 ‘산악 액션’이라고만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범죄 액션인데 ‘산’이라는 장소가 빠졌거나, 산악 액션인데 ‘범죄’라는 요소가 빠졌더라면, 진부한 부분이 많은 탓에 영화가 지금보다 더 뻔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모든 악당을 한 명씩 처리해 나가는 스토리는 그 시절의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역들의 강렬한 반격, 그리고 다양한 자연경관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망설임 없는 연출
![[크기변환]스틸컷.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10/20231001105021_sounfipw.jpg)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 ‘게이브’의 동료인 ‘할’과 그의 연인 ‘세라’가 구조되는 과정에서 ‘세라’가 추락하고 마는데, 이 장면을 과감하게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미끄러지는 장갑과 손을 놓치는 순간의 표정, 그리고 높이감을 보여주는 풀샷까지, 초반부터 명장면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장면은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이외에도 스카이다이빙하는 장면, 비행기가 폭발하는 장면, 암벽을 오르는 장면 등 1990년대에 제작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장면들을 구현해 냈다. 실제로 촬영한 장면도 있을 것이고, CG로 표현한 장면도 있을 테지만, 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과감하게 보여주려고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 봐도 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련된 장면들과 아름다운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공감대의 형성
영화를 다 본 후 아버지와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했던 영화이기에 나는 이 영화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내겐 그저 ‘옛날 영화’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로 나는 아버지와 소소하게나마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기억 속 한 구석을 들여다본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가끔은 일상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영화라는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