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냥 산악 영화가 아니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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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영화 한 편을 추천해 주셨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오는 산악 영화라고 하시길래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봤더니 <클리프행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영화가 맞다면서 엄청 재밌으니까 꼭 한번 보라고 말씀하셨다.
‘클리프행어’라는 말에는 ‘극의 절정 단계로 관객의 긴장감 및 기대감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순간이나 사건 혹은 그러한 기법을 사용한 영화*’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그 뜻에 알맞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잘 보여주었고, 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느낌이었다.
* 출처 : 우리말샘
등산만 하지는 않는 영화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로키산맥에서 펼쳐진다. 험난한 등정과 조난, 구조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의외로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플롯은 ‘공금 횡령’이다.
미국 내에서 (아직) 통용되지 않는 지폐를 몰래 빼돌려 약 1억 원가량의 사용 가능한 돈으로 바꾸고자 하는 범죄 조직이 등장하고, 이 사건에 휘말리는 로키산맥 구조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렇게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탓에 사실상 이 영화의 주된 장르를 ‘산악 액션’이라고만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범죄 액션인데 ‘산’이라는 장소가 빠졌거나, 산악 액션인데 ‘범죄’라는 요소가 빠졌더라면, 진부한 부분이 많은 탓에 영화가 지금보다 더 뻔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모든 악당을 한 명씩 처리해 나가는 스토리는 그 시절의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역들의 강렬한 반격, 그리고 다양한 자연경관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망설임 없는 연출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 ‘게이브’의 동료인 ‘할’과 그의 연인 ‘세라’가 구조되는 과정에서 ‘세라’가 추락하고 마는데, 이 장면을 과감하게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미끄러지는 장갑과 손을 놓치는 순간의 표정, 그리고 높이감을 보여주는 풀샷까지, 초반부터 명장면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장면은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이외에도 스카이다이빙하는 장면, 비행기가 폭발하는 장면, 암벽을 오르는 장면 등 1990년대에 제작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장면들을 구현해 냈다. 실제로 촬영한 장면도 있을 것이고, CG로 표현한 장면도 있을 테지만, 방식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과감하게 보여주려고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 봐도 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련된 장면들과 아름다운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공감대의 형성
영화를 다 본 후 아버지와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했던 영화이기에 나는 이 영화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내겐 그저 ‘옛날 영화’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로 나는 아버지와 소소하게나마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기억 속 한 구석을 들여다본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가끔은 일상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영화라는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김지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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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브륄
- 2023.10.10 0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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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아버님께 영화를 추천받는 방법이라니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아버지와 영화로 열띤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는데 아버님께 영화 추천을 받아 같이 대화하는 방법도 있었군요! 덕분에 좋은 영화도 알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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