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새 여름이 그리워질 시간 [음악]

밴드 ‘라쿠나(Lacuna)’가 노래하는 청춘의 계절
글 입력 2023.10.01 06: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Lacuna_02.jpg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름이 완연히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다.

 

필자에게 가을은 새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의 계절인 겨울을 기대하게 되면서도, 길고 무더웠지만 해변과 녹음의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던 여름을 종종 그리워하게 되는 계절이다.

 

대낮에도 긴 소매의 옷을 입고 밤에는 이불을 덮은 채 잠들어야 하는 가을이 오면, 때때로 여름을 그리곤 한다. 여름의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여름 노래들을 듣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내 인디밴드 ‘라쿠나(Lacuna)’의 여름 노래들을 자주 찾아 듣게 되는 요즘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매개로 청춘, 방황, 사랑, 이별 등 아름다운 삶의 찰나를 담아낸 이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순간적으로 시간을 초월해 여름으로 건너간 기분이 든다.


아직 여름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라쿠나의 노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주의 여름

 

‘우주의 여름’은 올해 8월 발매된 라쿠나의 싱글 앨범 [우주의 여름]에 수록된 모던 록 장르의 곡이다. 현실을 잊은 채 멀리 도망치고 싶은 청춘의 마음을 청량한 여름 분위기의 곡 안에 담아냈다.

 

보컬 장경민의 부드러운 미성이 돋보인다. 경쾌하고 발랄한 일렉 기타 사운드, 그리고 리드미컬한 드럼과 베이스 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보컬과 유연히 어우러진다.

 

우주로 도피하고 싶을 만큼 혼란스러운 청춘의 고뇌가 담긴 순간들을 여름에 빗대 그린다. 행성들의 움직임이 거꾸로 뒤집히는 곳,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는 초현실적인 곳에 대한 상상과 열망을 내포하고 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언제나 여름

 

‘언제나 여름’은 지난해 발매된 라쿠나의 4th EP 앨범 [Summer Tales]의 두 번째 트랙이다. ‘우주의 여름’이 맑고 청량한 여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언제나 여름’은 고요하고 그윽한 한여름 새벽의 순간을 그리는 듯하다.

 

특히 시적이고 아름다운 후렴구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잔잔하고 나직한 멜로디 라인과 함께, 얇고 연약한 가성으로 읊조리는 청춘의 서투른 고백이 담긴 가사가 눈에 띈다.

 

‘사랑해’라는 뻔하고 상투적인 표현 대신, 여름이라는 계절의 언어를 빌려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 와닿는다. 차가운 눈이 움트는 겨울이 찾아와도, 언제나 여름처럼 상대의 곁에 있겠다는 작고 소중한 마음이 여름 같은 따뜻함을 전한다.

 

 


 

 

오렌지의 계절

 

‘오렌지의 계절’은 2020년 발매된 라쿠나의 2nd EP 앨범 [정원]의 여섯 번째 트랙이다. 이 곡의 작사가이자 멤버인 장경민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여름을 떠올리며 썼다고 언급한 것처럼, 따스한 햇빛이 흩어지는 여름의 순간이 담긴 듯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

 

곡 전반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달큰한 사랑의 언어가 담긴 가사를 통해 동화 속 한 장면을 나긋나긋 읽어내려 가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렌지 열매가 뜨거운 여름 햇빛에 점점 농익어 가듯이, 따뜻한 여름에 인연을 맺고 빛나는 사랑을 키워가는 두 청춘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해가 져도, 오렌지의 계절이 지나도, 사랑이 무르익던 여름이 지나도 서로 기대앉은 채 우리의 이야기를 읽자는 꾸밈없는 고백이 유난히 다정하게 들린다.

 

 

 

박지연_컬쳐리스트 태그.jpg

 

 

[박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