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과 미술의 접점에서 -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글 입력 2023.09.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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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_평면.jpg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귀로 듣는 것을 눈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이미지가 나올까?

 

서로 다른 감각이지만, 부득이 하나의 감각만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감각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면, 참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원체 그림에는 재능이 없던 터라, 할 수 있는 건 상상뿐이었다.

 

그런데 여기, 나의 상상을 실체로 옮긴 음악가가 있다.

 

책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저자 이수민은 클래식 전공자이지만, 취미로 그림을 즐기는 멀티 예술인이다. 본캐는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부캐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림을 통해 받은 상을 아직도 소중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그림은 저자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저자에게 음악과 미술은 별개의 예술이 아니다. 그 둘을 잇는 연결점을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자 흥미로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책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책은 소주제를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주제라면, 해당 주제에 적합한 음악가와 미술가를 선정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방식이다. 그렇게 음악사와 미술사를 가볍게 훑고 나면, 마무리는 저자의 한마디이다. 따라서 책을 읽다 보면, 에세이 단편집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

 

저자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비탈리의 음악 <샤콘느>를 함께 소개한다. 그 둘을 잇는 연결점은 고통을 극복하겠노라는 의지이다.

 

생에 걸쳐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프리다 칼로.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그림에 온전히 그려내었다. 하지만 고통만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을 담대히 마주 보는 태도에서 '기꺼이 이겨내리라'라는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고 불리는 곡이라고 한다.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인데, 저자는 그런 느낌을 더욱 섬세히 느끼기 위해 이 곡을 들을 때면 특정한 장면을 상상한곤 한단다.

 

저자가 떠올린다는 장면 묘사를 읽으며, 프리다 칼로가 떠올랐다. 절망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굳은 결의. 이는 그녀의 그림을 가로지르는 표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런 이유로, 저자가 굳이 두 예술가를 연결 지어 설명하였다고 생각한다.

 

책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는 이렇듯 절묘한 연계 지점을 느끼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이는 추후 각각의 작품을 볼 때 오버랩되어 그림에서 음악을 듣고, 음악에서 그림을 볼 수 있는 최초의 매개가 되어 줄 것이다.

 

나아가 실제 저자가 작업을 하는 방식처럼, 개인적으로 음악과 그림을 연결 짓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두에게는 각자 들리는 그림과 보는 음악이 다를 테니까.

 

가을은 이런 시도를 해보기에 딱 알맞은 계절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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