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초보 노인입니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9.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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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학창 시절 사회 시간에 배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이 아니더라도 고령화 사회라는 말은 이제 일상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4%를 기록하고,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 기준인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초고령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인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지금 노인 복지,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관련 뉴스들을 자주 접하지만 사실상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이였을 때는 20살 성인이 된다는 게 먼 나라 사촌 이야기처럼 들렸다. 아마 20살 성인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이 된다는 건 그보다 훨씬 더 먼 8촌쯤 되는 이야기로 들린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지금 우리는 과연 노인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본 적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본 적 없을뿐더러 먼 미래에도 나에게 노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노인들의 일상은 어떨까?


책 <초보 노인입니다>는 이제 막 사회가 규정한 노인에 들어선 60대 저자의 실버라이프에 대한 에세이다. 저자가 있는 그대로 담은 솔직한 내용들은 우리와 비슷한 시선이기도 하고, 실버세대의 시선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먼 나라 이야기 같던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죽음이 다가오는 나이


 

우리 모두 세상을 떠나는 것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죽음은 아직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먼 이야기로 들린다. 또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을 꺼려 한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모르는 분야이기에 끝도 없이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인생의 종착점은 아닌가.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난 어릴 적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를 무서워했다. 죽음이란 나에게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죽음이 두렵다. 


 

우리가 이사 온 뒤 빈집처럼 조용했던 두 달 동안 앞집은 남편을 보내고 있었다. 둘이 살려고 장만한 집에서 혼자 살아 내는 시간이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나마 골프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죽음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그리고 주변인을 떠나보내는 것도 아무렇지 않을까? 책을 보면 나이가 든다고 해서 죽음이 두렵지 않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난 아직 어리니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좀 미뤄두자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하지 않아도 주변인들의 부고를 접하며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발발이 할머니


 

"늙었다고 집에만 있으면 아프기만 해. 자꾸 다녀야지. 다리 성할 때 못 다니면 언제 다니겠어, 안 그래?"


발발이 할머니는 여러 명을 이끌어 춘천에 다녀오기도 하고, 모란 5일장 구경을 가기도 하고, 에버랜드에 놀러 가기도 한다. 발발이 할머니는 나이도 환경도 성별도 상관없이 친구가 되어 인생의 마지막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발발이 할머니처럼 실버라이프를 즐겁게 보내진 않는다.


더웠던 이번 여름, 카페 같은 젊은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공간은 자신들이 가면 눈치 보이기도 하고, 민폐라고 생각해서 시원한 공항으로 간다는 노인분들의 상황을 담은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뉴스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OTT 시장이 커지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금 우리는 왜 노인들의 문화생활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실 일상 속에서 실버세대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왔다. 할머니 집에 가면 다들 한 번쯤 주말 연속극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드라마지만 시청률은 30%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할머니들의 인기 콘텐츠이다. 또한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이 흥행하면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더 대단하다. 이처럼 주말 연속극, 트로트는 얼마나 실버세대가 문화를 갈망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실버세대의 라이프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노인인구는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노인이라고 해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한 번 사는 인생 끝까지 즐겁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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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실버세대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전하는 말들은 모든 세대에게 적용되는 말이라고 느껴졌다. 노인이 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사회가 그대로 지속되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저자는 노인이 홀대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노인이 되어 가는 현실에서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말을 한다. 간접적으로 노인이 홀대받는 예시 중 하나가 키오스크다. 최근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 가끔 복잡한 키오스크를 사용하면 나도 어려운데 어르신분들은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키오스크처럼 일상 속의 사소한 것들이 모이면 실버세대가 즐겁게 살아가려는 시도조차도 두려워지게 만들 수 있다. 마치 눈치 보여 공항을 찾는 상황처럼 말이다. 사회가 점차 변화해서 모두가 노인이 되는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는 각각 자신의 재능대로, 자신의 기질대로 열심히 삶을 견뎌 내는 중이었다. 어떻게 견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놀든 일 하든 배우든 실패하든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지 않은가.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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