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9월의 속도

조금 더 특별한 9월
글 입력 2023.09.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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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달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달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생일이 있는 달, 긴 연휴가 예정되어 있는 달, 잊지 못할 추억이 담겨 있는 달처럼.


나에게 9월은 그 특별한 달에 속하지 않았었다. 뭐, 9월에 있는 큰 행사라곤 개강과 다가오는 가을? 그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9월은 다르다.


아마 12월 31일까지 모든 날을 다 보낸 후에도, 9월이 올해 중 가장 특별한 달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않을까?


올해 나에게 왜 하필 9월이 특별한지, 아직 9월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특별하다고 정의하는지 지금부터 말해보고자 한다.

 

 

 

첫 출근과 퇴근, 그리고 반복



지금껏 나에게 “출근”과 “퇴근”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일터에 나간 적도 없고, 나갈 일터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하다. 오로지 “등교, 외출, 약속, 출발, 도착” 등 어떤 장소를 향하는 단어들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던 나의 삶에서 첫 “출근”을 9월 1일부터 하게 되었고, 그날 저녁 첫 “퇴근”을 경험했다. 어렸을 때 꿈꾸던 어른의 모습이 나에게도 현실로 다가와 설렜지만, 그건 잠깐일 뿐이었다. 출퇴근의 지옥을 맛봤기 때문이다.


매일 회사에 가 일을 하는 건 맞지만,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 달간 사무보조 알바를 하고 있다. 그럼 누군가는 ‘한 달 동안만 잠깐 알바 하는 건데 왜 특별하다는 거야?’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특별하냐면, 그냥 사무보조가 아니라 ‘내가 원했던, 하고 싶었던, 꿈꾸던 분야’의 회사에 매일 출퇴근하며 실무자분들에게 직접 배우고, 현장에 나가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약 2주간 회사를 다니며 느낀 점은,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는 점이다.


혼자서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한 절차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부딪혀보기도 하고 현실에 적용해봐야 습득이 빨라지고 얻는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평소대로 집에만 있었다면, 스스로 이 점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의 업무를 맡게 되고, 매일매일 힘들게 출퇴근을 하다 보니 평범했던 날들이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이제야 보이는 소중한 것들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산책, 카페 가기, 도서관 가서 책 고르기, 유튜브 보기, 맛집 찾기를 2주간 못하고 있다. 주말에 할 수도 있겠지만 평일에 시간이 안 되는 만큼 약속도 있고, 만약 약속이 없다면 그냥 편히 쉬고만 싶다.


이게 직장인의 마음이었을까. 물론 나는 직장인이 아니지만, 벌써부터 이 마음을 100% 이상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소소한 취미들도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 정말 행복한 것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그렇다고 9월 동안의 삶에 불만족한 것은 전혀 아니다.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소소한 일상이 사실 큰 행복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9월의 중간이 찾아온 만큼, 업무도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아쉬움과 기대가 반반인 것 같다. 별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9월에, 갑자기 찾아온 좋은 기회로 일을 하게 되고 첫 출퇴근을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하루하루가 참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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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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