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력을 자극하는 잔혹동화 - 가정교사들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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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퇴르 저택에서 가정교사 일을 하는 엘레오노르, 로라, 이네스가 있다.
저택에 남자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게 맞지만 책에서 실제로 그들이 남자아이들을 돌본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저택에서 그들은 본능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노인이 있다.
["가정교사들이 정원으로 들어서던 날, 오스퇴르 씨는 그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거실의 커튼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일렬로 줄지어 들어왔다. 맨 앞에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이네스가 보따리를 흔들고 있었고, 그 뒤로 파란색 치마를 입은 로라가, 그리고 마지막엔 엘레오노르가 무리를 이룬 남자아이들의 머리 위로 긴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 P. 47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던 오스퇴르의 저택에서 그들의 등장은 변환점이 되었다.
책에서는 그들의 과거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개인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집단으로 특정 지어 얘기한다.
자유분방하고, 본능적인 그녀들을 건너편 노인은 흥미롭게 지켜본다. 그녀들은 그의 시선을 즐기고, 농락하기도 하지만 노인은 또한 그것을 즐긴다. 로라가 출산했을 때, 한 명의 가정교사를 잃을까 봐 걱정했지만 그녀는 금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옮긴이는 문체와 분위기, 그리고 작품 곳곳을 채우는 요소들은 동화를 읽는 듯한 인상을 흠뻑 풍긴다고 말한다. 나 또한 읽으면서 공감했다. 그녀들의 신비로운 드레스와 배경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에는 그녀들의 이름 외에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없고, 배경마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녀들이 정말로 가정교사인지, 그렇다면 돌보는 남자아이들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떄문에 우리는 열린 결말처럼 혼자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이야기를 덧붙여 생각할 수도 있다.
가정교사들의 영화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정호연, 릴리로즈 뎁, 르나트 라인제브가 이 책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연기할지도 기대된다. 감독의 상상과 나의 허상의 공통점이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영화 '기생충', '아가씨'처럼 무게감있는 느낌을 줄 것만 같다.
안 세르 Anne Serre
1960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태어나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NRF] [랭피니] 등 다양한 잡지들에 20여 편의 단편소설을 기고하다 1992년 첫 장편소설 [가정교사들]을 출간했다. 이후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 "문학 장르의 한계를 가지고 노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실험적인 소설들뿐만 아니라 동화, 영화 시나리오,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2003년 [어핑턴의 백마(Le cheval blanc d'Uffington)]로 샤를 울몽상을, 2008년 [표범 무늬 모자(Un chapeau léopard)]로 치노 델 두카 재단상을, 2009년 프랑스 학생 문학상을, 2020년 단편집 [온통 황금빛 여름의 한가운데(Au coeur d'un été tout en or)]로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자신이 고안한 언어로 쓴 작품 [커다란 반점(Grande tiqueté)]을 출간했고,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최근작들은 페미나상,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의 후보에 오르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가정교사들]은 2018년 영미권에 번역·출간되며 영미권 독자의 주목을 받았고, 조 탤벗 감독, 정호연·릴리로즈 뎁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다.
[서예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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