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를 어필하고 싶지 않은 나'를 소개하기

글 입력 2024.03.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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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처음 마주할 때 우리는 자기소개를 한다. 학교 첫 수업에서, 새로 들어간 동아리에서, 소개팅에서, 면접에서도. 서로의 자기소개를 듣고 우린 나름의 판단을 한다. ‘우리 잘 맞을까?’


고등학생 때, 나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었다. ‘제 이름은 이유진이고요, 영화는 메이즈러너를 좋아합니다!’ 그 자기소개를 듣던 한 친구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도 메이즈러너를 좋아하는데, 개봉하면 같이 보러 가요!’ 그날 이후 우리는 지금까지 8년 동안 연락을 지속하며 영화관을 밥 먹듯이 다니고 있다. 자기소개 하나로 잘 맞는 인연을 만나게 된 것이다.


대학생이 된 나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몇 살 몇 학번이고,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고, 학과는 어디입니다.’


그리고 대학교 고학년쯤 되어 경험이 쌓였을 때,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 ‘제가 경험했던 프로젝트들은 이런 것들이 있고요, 저는 어떤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얼만큼 쓸모 있는 사람인지 증명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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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는 나를 어필하는 데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자기소개에 질려버린 탓인지, 이제는 자기소개를 굳이 하지 않는다. 그렇게 가만히, 사람들이 올리는 자기소개 글을 보았다. 그들은 본인의 경험과 비전에 대해 가득히 적었고, 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느끼며 역시 그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누군가가 읽고 작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자신을 너무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히치콕 감독이 사람은 노출증과 관음증 두 종류라는데, 난 어쩌면 관음증일까? 그런 관음증 환자가 글을 쓰고 있다니, 노출증일까?


Project 당신, 자기소개 편에 참여하며 짧게 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나를 어필해야 했던 자기소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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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개하기 위해 내 성격은 이렇습니다. 라고 단언해 말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기주의자로 비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또, 나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밖에 나가는 일보다 집에 있는 것이 더 좋고, 밖에 나간 지 오래됐다는 것을 깨달은 날에는 나가야지 마음먹고 씻고 화장하고 옷까지 신경 써서 다 입었는데 나가기가 싫어져 다시 씻고 갈아입고 침대에 몸을 던졌던 적이 여러 번이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반응을 즐긴다. 그래서 글 쓰는 행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방 한 켠에서 조용히 나의 생각을 신경 써서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이야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때 당시의 내 생각을 기록할 수 있고 그 과거의 기쁨, 슬픔, 고통으로부터 지금의 닥친 문제를 해결하거나 위로받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요즘 SNS를 보면, 누군가와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나는 후자보다 전자를 지향하며 글을 써 나가고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엇이 두려워 망설이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또는 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글 말이다.


그리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말해야 한다, 나는 최신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90년대 락 음악을 들으며 비디오테이프와 LP, 카세트테이프 같은 옛날 물건들을 수집하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에 관심 있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새로운 기술들을 프로젝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 나이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공감하며 읽은 책의 저자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는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또 어떻게 보면 몸부림치고 반항하는, 아직 덜 자란 청소년입니다. 또 어떻게 보면 150세가 된 현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이를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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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제목에 쓴 나를 어필하지 않는 자기소개는 바로 나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아닙니다. 또는 이런 사람 일수도 저런 사람 일수도 있습니다. 에 관한 것이다. 나도 당신처럼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망설이며, 때론 소소하게 행복해하고, 때론 심각하게 불안해하기도 하는 평범해 보이지만 스스로는 나를 특별하게 대해주는, 여러 명의 당신들과 겹치는 모습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비슷한 사람이다.


누군가와 처음 대면하면, 편견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고 한다. 대화를 하며 정보를 얻는 일은 꽤나 피곤한 일이기 때문에 뇌는 편견을 이용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자기소개로 나를 많이 드러내지 않고, 귀 기울여주며 편견 없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불특정 다수와 이 글을 쓰는 나와의 관계도 그런 대화처럼 이어나갔으면 한다.

 

 

[이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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