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간 천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글 입력 2023.09.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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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 음악 다큐멘터리 <스코어>를 영화관에서 볼 기회를 놓쳐 아쉬웠는데 이번에 엔니오 모리꼬네 다큐멘터리가 개봉한다고 해 설레는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영화 러닝타임이 기본 2시간 30분이 되기 전에는 엄마랑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즐겼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OTT가 일상에 자리 잡고 영화값이 날이 갈수록 오르면서 엄마랑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이 줄었다.


자연스럽게 혼자 영화관에 가게 되는 일이 늘고 엄마랑 대화하면서 오늘 영화관에서 무슨 영화를 봤는데~ 하면서 일방적으로 후기를 말하는 일이 늘었다. 이번에도 나 일요일에 엔니오 모리꼬네 다큐멘터리 보러 갈 건데, 하면서 말을 시작하자 엄마가 같이 보러 가자는 말을 해왔다. 엄마가 먼저 같이 보러가자고 한 영화가 얼마 만인지. 2시간 30분짜린데 괜찮아?라고 물으니 요즘 다 그렇게 하던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매를 했다고 하자 엄마도 약간 설레 보였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노년의 엔니오 인터뷰와 엔니오의 작품 활동, 함께 작품을 했던 사람들의 인터뷰, 엔니오와 함께 작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영화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였다.


엔니오가 생각보다 오래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활동해서 중반까지는 전혀 모르는 영화가 나와서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실험적인 음악을 했던 일 그루포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는데, 일원 중 그 존 케이지도 있었다는 걸 보고 헉하면서 다시 집중해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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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뒤로 스파게티 웨스턴 대표 영화 <황야의 무법자>부터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등 후대에도 회자될 명작들의 작업 과정과 사운드트랙이 나오는데 분명 슬픈 장면도 아니고 슬픈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음악이 가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어딘가 뭉클한 느낌을 받았는데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이미 영화 음악가로서 명성이 정점에 다다랐음에도 기량을 끝까지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지 않고 열린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스쳐 지나가듯 왜 나랑은 작업하지 않느냐, 다음 영화에서는 나랑 작업을 하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대답하고 진짜 쿠엔틴 타란티노의 다음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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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악을 모르는 아내에게 항상 자신의 작업물을 들려주며 의견을 물어보고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천재 음악가를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또 하나로는 단단한 멘탈이었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천재성을 지녔지만. 엔니오의 단단한 멘탈이 그를 영화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이자 대가로 만든 것 같았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엔니오가 처음 영화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당연히 그 명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거장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스승과 동료들이 대놓고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는데도 엔니오는 꿋꿋하게 영화 음악을 했고 결국에는 인정받았다. 만약 엔니오가 주변 시선에 흔들리는 멘탈을 지녔다면 지금 영화 음악이라는 장르는 어떻게 됐을까.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만든 감독이 시네마 천국 감독이었다는 걸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았다. 자기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많이 넣을 수 있음에도 오히려 다른 영화들보다 짧게 다루고 엔니오에 대한 경외를 담아 제작했다는 데에서 어떤 눈으로 엔니오를 바라봤는지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고 어딘가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고, 다 같이 박수를 쳤다. 영화관에서 박수가 나오게 만들다니.


엄마한테 어땠냐고 물어보자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모든 영화를 다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울었다고 말하니 자기도 그랬다고 말하는데,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음악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엔니오에게 감사했다.


예술 영화라서 개봉 초반부터 상영 시간대가 많이 없어 겨우 맞는 시간대를 찾아 예매해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거의 영화관에서 내려간 걸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해주는 곳이 있고 시간이 된다면 꼭 영화관에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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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영면한 엔니오를 기리며.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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