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0과 1로 환원되는 무한한 움직임에 관하여 -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2
-
디지털 미디어 아트라는, 다소 생소하고도 흥미로운 주제의 전시를 위해 오랜만에 인사동에 방문했다.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미구엘 슈발리에 2023’ 개인전이었다.
미구엘 슈발리에는 디지털 예술의 선구자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작가로, 파리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연과 기술의 관계,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네트워크와 정보의 흐름을 모티브로 물리학, 화학, 생물학에서 차용한 컴퓨터 모델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다채로운 예술작품들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이번 ‘디지털 뷰티’는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미구엘 슈발리에의 개인전이었다.
제너러티브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그의 거대한 작품들은 5층 규모의 아라아트센터 건축 공간에 알맞게 설치되고 투영되면서 몰입력을 만들어낸다.
시적이면서도 최면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작품들이 매력적이었다. 우리에게 디지털의 무한대를 제시하고, 인간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전시였던 것 같다. 현세에 대한 통찰과 비물질화 되어가는 우주의 중심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고나 할까.
중간중간 관객들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어떻게 걸음을 떼냐에 따라 무한히 흩어지고 모이는 파동들은 무한하고도 아름다운 어떤 감상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 순간들이 멋진 포토존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물망 복합체 -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그물망 복합체의 벽’ 전시였다. 어둠 속 형광색 실들은 자외선에 반응해 빛을 낸다. 이 설치 작품은 우리를 둘러싸고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흐름을 구현해낸다.
서로 다른 가상의 컬러 네트워크는 천천히 진화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관람객이 공간에서 움직이면 네트워크는 다시 모양을 형성하기 전에 서로 갈라진다. 인식하기 어려운 흐름과 네트워크는 실재하는 형체로 이곳에 나타난다.
직선, 끊어진 선, 물결치는 선으로 구성된 다양한 패턴은 빛을 발하면서 자외선에 반응하는 ‘그물망 드로잉’ 선도 인상적이었다.
리퀴드 픽셀 - 이 전시는 관람객의 실시간 안무로 만들어진 역동적인 빛의 회화를 선보인다.
가시광선의 모든 색채를 품은 가상 회화의 흐름은 전시장의 벽 표면에 끊임없이 흘러간다. 관람객의 몸은 디지털 페인트 붓이 되고 그들의 움직임은 섞이고 분출되며 색의 흔적을 만든다.
다채로운 색감과 화면에 어쩐지 눈을 뗄 수 없었던 전시였다.
나의 움직임과 동작들을 고스란히 종이에 기록할 수 있다면, 일련의 에너지들도 아름다운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직 카페트 - 대형 인터랙티브 카페트가 바닥에 투사된다. 수천 개의 상징적 디지털 모티브 – 픽셀, 2진법 – 와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성된 여러 빛깔의 그래픽 장면들이 보여진다.
관람객들이 걸을 때마다 놀랍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성을 만들기 위해, 엄격하게 정렬된 형태와 혼돈스러운 형태가 번갈아가며 진동하는 표면을 생성한다.
매직카페트는 ‘트롱프뢰유’ 효과를 만들어 관람객의 인식을 교란시키며 바닥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마치 팝아트나 옵아트를 관람하는 기분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신선한 전시였다.
그림을 그리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0과 1 속 무한한 디지털로 환원되는 어떤 순간들. 과연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조금은 색다르고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계기를 만들어 준 아름다운 전시였다.
[박주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