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톤을 맞춰가는 사랑은 조용하게 다가온다 –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

글 입력 2023.12.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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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도시를 유랑하는 외로운 두 남녀 ‘안사’와 ‘홀라파’가 빚어내는 멜랑꼴리한 헬싱키 빈티지 로맨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오늘 12월 20일에 개봉했다.

 

핀란드 출신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독특한 로맨스 코미디와 빈티지한 색감, 톡톡 튀는 엉뚱함이 매력인 이 영화는 잔잔하게 우여곡절을 담아낸다.


이 영화가 표방하는 것은 ‘silent happiness’이다. 6년 연속 세계 행복지수 1위를 달성한 핀란드.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그러한 국가 이미지와 대비되는 무표정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대개 인물들은 3D업종을 가지거나 갖가지 이유로 실직하거나 하는 가난한 하층민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은 차갑고 퍼석하다. 마치 말라버린 가을 낙엽처럼. 하지만 그들은 함께 있을 때 따뜻하다. 우리가 가을을 떠올릴 때 건조함뿐만 아니라 계절 특유의 따스한 색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서로 농담하고 연대하고 사랑한다.


고전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빈티지한 연출과 B급 감성을 주류로 만드는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여러 가지 감상 포인트가 있다. 그중 내가 찾은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색’이다.

 

 


의상으로 보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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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 안사와 홀라파는 각각을 상징하는 색이 있다. 안사는 대개 밝은 톤의 파란색과 빨간색을, 홀라파는 어두운 톤의 초록색과 무채색을 입는다.

 

앞서 말했듯 인물들은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색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또 어떻게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지 살펴본다면 이는 제법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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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와 홀라파는 술집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이끌린다. 안사는 그러한 홀라파에게 먼저 번호를 적은 종이를 건네지만, 홀라파는 그 종이를 잃어버린다. 안사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연락을 기다린다. 이때 안사는 초록색 셔츠를 입고 있다. 이는 홀라파를 상징하는 색으로, 그녀가 홀라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 자신의 색이 아닌 그의 색을 두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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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둘의 오해는 풀리고, 안사는 홀라파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렇게 성사된 집 데이트에 홀라파는 처음으로 노란색 옷을 입고, 노란색과 빨간색의 꽃을 선물로 가져온다. 사랑에 빠질 자신(노랑)과 그녀(빨강),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일상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나 데이트 도중 갈등이 발생한다. 홀라파는 안사가 준비한 식전주로는 성에 차지 않아 그녀 몰래 아우터 주머니에서 술을 꺼내 마신다. 그 모습을 발견한 안사는 알코올 중독자와 사랑에 빠질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에 홀라파는 자신도 잔소리꾼과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안사는 자신을 위해 변할 용기가 없는 홀라파에게 실망하게 된다. 홀라파는 나름대로 결혼까지 생각하며 새로운 자신을 보여주고자 한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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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홀라파는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두운 카키색 옷을 입는 자신으로. 홀라파는 상실감으로 인해 술에 빠져 살기도 하고 멍하니 있기도 한다. 그에 반해 안사는 잘 지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녀에게도 여전히 상실과 그리움이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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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는 공장에서 떠돌이 개를 만난다. 갈 곳이 없는 개를 안사가 데려오게 되고, 그녀는 개와 함께 생활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이는 홀라파의 빈자리를 개(초록색 목줄)가 채워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의 베개는 노란색이다. 즉 자신과 사랑에 빠져 행복한 미래를 그리던 홀라파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것도 잠시, 안사는 다시 흰색의 베개를 베며 퍽퍽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시간이 지나 금주에 성공한 홀라파는 안사에게 연락하고, 둘은 다시 만나기로 한다. 안사의 집으로 향하던 홀라파는 기차에 치여 혼수상태가 된다. 안사는 그러한 홀라파 옆을 지키며 신문을 읽어주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그렇게 낙엽이 구르는 가을에 홀라파는 퇴원하고 병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안사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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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의상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밝은 톤의 옷을 입던 안사는 어두운 톤의 파란색과 빨간색을, 어두운 톤의 옷을 입던 홀라파는 밝은 톤의 초록색(퇴원 후 입고 갈 옷이 없었던 홀라파가 간호사의 전남편 옷을 빌려 입은 거긴 하지만)을 입고 있다.


사랑은 자신과 맞지 않는 노랑과 초록을 입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지키며 상대와 톤을 맞추는 게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또 조용하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

 

*


<사랑을 낙엽을 타고>는 연출에 있어 파블로 피카소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것이 은연중 드러나는데, 그도 그럴 게 영화에서 표현되는 원색의 색감이라던가 깨진 거울에 조각조각 담긴 홀라파의 얼굴은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피카소는 도시 파리의 화려함 그 이면에 놓인 빈곤과 비참함을 겪으며 하층민의 고독함을 그렸다. 그러한 그림들을 피카소의 ‘청색시대’라 일컫는다.


이 영화에서도 도시는 차가운 청색을 띠고 있다. 또한 인물들의 노동 현장은 쇳내가 가득한 고독의 공간이다. 그러한 곳에서도 안사와 홀라파는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다. 이처럼 인물에 대한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은 서늘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위로가 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표정과 사랑을 잃은 도시에 'silent happiness'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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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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