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누른 '좋아요'가 지구를 파괴한다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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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가 시작됐다."라며 경고의 말을 날렸다. global warming에서 global boiling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가 끓는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이야기다.
최근 기후변화를 통해 우리는 지구가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 나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기, 재활용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기 등 일상 속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행동을 조금씩 실천해왔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좋아요가 지구를 파괴한다니? 나는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잊고 살던 디지털 환경 파괴의 심각성이 떠올랐다. 이전에 관련 환경 뉴스를 접한 적이 있어 디지털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사실 엄청나게 심각하다고 인지하며 생활하지는 않았다.
불법 벌목으로 나무가 가득했던 아마존이 뻥 뚫린 공터가 된다든지, 우리가 사용하는 물티슈가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엄청나게 오랜 기간이 걸리다든지에 관한 이야기들은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의 경우에는 환경파괴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디지털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인지해 보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일이 소용없어질 때
당신은 디지털을 해방의 도구로 삼음으로써 스스로 이 새로운 독재자들의 품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당신이 새로이 갖게 된 비건 취향, 로컬푸드 취향이 가져오는 환경 차원의 이득은 당신이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의 폭발적인 증가와 그 디지털 거인이 발생시키게 될 리바운드 효과로 상쇄되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 24P
2023년 현재 사람들의 일상에서 디지털은 언제나 함께한다. 디지털은 우리의 의식주를 해결해 준다. 옷을 살 때는 인터넷 쇼핑, 음식을 시킬 때는 배달 앱, 더 나아가 집도 손가락 하나로 구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끄고 하루 종일 생활해 본다면 원시인이 살던 선사시대로 돌아간 느낌일 것이다.
책을 읽을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스스로 앞뒤가 다른 행동을 해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텀블러 들고 다니기, 책 구매가 아닌 전자책으로 읽기와 같은 사소한 습관들이 지구를 환경파괴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며 실천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하루 종일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로 인해 나의 노력은 한순간에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나의 스마트폰 사용기
페어폰은 네덜란드 국적의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전화기에 들어가는 금속부터 윤리적인 방식으로 채굴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기획 단계에서는 휴대폰을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둔다.
이 회사가 출시하는 수십만 대의 휴대폰은 세계시장에 판매되는 휴대폰 15억대에 비해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까지 상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기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회사이다.
페어폰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고 나의 스마트폰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지금까지 5개의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교체주기는 약 3-4년이었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비슷한 교체주기를 가진 듯하다.
하지만 교체 이유를 들여다보면 단순하다. 기계에 이상 있어 바꾼 경우보다 그냥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용해 보고 싶어서 교체한다.
"아니, 그들은 그런 거라면 상관도 하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최신상 아이폰을 구입하고 2년 전부터 쓰던 구형은 얼른 처분해버리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이니까요. 그 모든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96P
정곡을 찌르는 문장이다. 최근 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며 제품을 구매할 때를 보면 하나하나 깐깐히 따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막상 하루 종일 함께하는 스마트폰을 새로 사고, 이상 없는 스마트폰을 쉽게 버리는 행동을 보면 디지털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알던 디지털 환경 파괴와 내가 실천하고 있는 행동들은 빙산의 일각의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의 저자는 2년 동안 4개의 대륙에서 우리의 이메일과 '좋아요'의 경로를 추적한다. 깊이 들어갈수록 국가 간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과연 내가 월드 디지털 클린업 데이 참가자들처럼 메일 몇 통 지운다고 해서 바뀌는 일인지도 의문이 들 정도이다.
디지털 환경파괴는 작은 누군가의 실천으로 바뀔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만연해있다. 지금 현재 글을 남기는 것 또한 환경에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나의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인지하는 누군가가 생긴다면 앞으로 닥쳐올 환경파괴로부터 멀어질 큰 한 걸음의 시작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우리의 미래는 날로 커져만 가는 기술의 힘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의 지혜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될 것이다."
[임채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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