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조각 한 조각, 사랑의 손길로 - 앙리 마티스, LOVE & JAZZ

대중을 사랑한 앙리 마티스
글 입력 2023.08.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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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종이 오리기가 아니다



앙리 마티스의 컷 아웃 기법의 작품들을 만나자, 지난 나의 네덜란드 미술 유학 시절이 떠올랐다.

 

대학교 1학년 처음으로 들은 수업이 프랑스 출신 교수의 수업이었는데, 그는 당시 유명한 디자이너였음에도 불어의 억양이 너무 강해서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듣는 학생이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에도 그는 마티스와 같은 컷 아웃 방식을 알려주었고, 이미지로 의사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알고보니 그 교수는 엄청난 앙리 마티스의 팬이었다. 같은 프랑스 출신인 것뿐만 아니라 그가 알려준 컷 아웃 기법, 색채의 강조와 절제 등의 기술은 마티스의 방식과 굉장히 유사했다.


사실 앙리 마티스는 일생의 전반부 내내 회화 작품으로 가득했지만, 대장암 판정을 받고 더는 큰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작은 종잇조각을 오리는 '컷 아웃' 방식으로 작업 스타일을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컷 아웃 방식으로 바뀐 마티스의 작업 연대기는 '제2의 인생(the second life)'라고 불릴 만큼 회화 작품에 못지않게 컷 아웃 작품들 또한 대단한 유명세를 타게 된다. LOVE & JAZZ 앙리 마티스 (마티스 서거 70주년 특별전, C&C Art Museum)는 앙리 마티스가 두 번 째 전성기를 누리며 제작한 컷 아웃 작품들을 집중 조명하여 보여준다.


또한 본 전시는 판화, 아트북, 전시 포스터 등 150여 점의 작품과 함께 마티스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로사리오 성당의 일부를 재현해놓았다. 마티스 본인의 작품 외에도 마티스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다양한 현대 예술가의 작품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마티스는 일반 대중을 비롯하여 예술가들에게도 얼마나 큰 영감을 주는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대중의 곁을 지킨 마티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격적으로 앙리 마티스를 작품을 탐구하기 전, 그의 불후의 명작인 '이카루스'를 보는 순간 강하게 매료되었다. 내 SNS 프로필 사진을 설정해놓을 정도로 말이다.

 

깊고 푸른 색감의 배경, 베일에 감춰진 신비한 인물의 실루엣, 불꽃인지 별빛인지 알 수 없지만 반짝이는 노란색 파편들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열정을 가진 누군가 강렬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고, 그 모습이 왠지 나의 내면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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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의 해설은 뜻밖이었다.

 

이카루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더 높이 날고 싶다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결국 태양 가까이 올라가다 결국 깃털로 만든 날개가 녹아내리며 추락해버리고 만다. 파란 바탕은 하늘을, 검은 이카루스의 빨간 점은 동경심을 지닌 인간의 심장을 상징한다. 노란 별 무늬는 녹아내리는 깃털을 의미한다.


마티스가 '이카루스'를 그린 1946년을 배경으로 보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공군 비행사를 추모하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추측한다.

 

 

삶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나의 작품 속에서 평화와 휴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앙리 마티스

 

 

마티스는 그의 생애 동안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가치와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하였고,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 치유의 역할을 하길 바랐다. 그는 대중들을 사랑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단순하고 경쾌하다. 무겁고 심오한 의미를 담기보다 경쾌한 손짓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품으로 초대한다. 그렇기에 보는 이도 편안한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즐기며, 언제든 생각날 때마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앙리 마티스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도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병상에서도 끊임없이 종이를 오려가며 또 다른 미술사적 성취를 이뤄냈다.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은 마티스.

 

이러한 용기가 그의 작품에도 묻어나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사랑받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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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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