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사라진 내일, 뮤지컬 '곤 투모로우'를 더욱 뜨겁게 만드는 넘버들

글 입력 2023.08.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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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뮤지컬 곤투모로우 포스터 아트인사이트 [제공=PAGE1].jpg

 

 

사라진 내일, 갈 수 없는 나라를 그린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8월 10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삼연의 문을 열었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혁명가 '김옥균'과 암살자 '한정훈', 조선의 왕 '고종'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드라마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곤 투모로우>는 1884년의 '삼일천하'로 불리는 갑신정변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근대적 개혁운동을 일으켰지만 단 3일 만에 실패한 김옥균이 결국 이국 땅에서 숨을 거두고 조선 팔도에 사지가 흩어지기까지의 과정을 탄탄한 연출과 매력적인 넘버로 드러낸다. 또한 김옥균이 세상을 떠난 뒤에 조선이 직면한 역사들을 차례대로 보여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초연과 재연을 거쳐오며 <곤 투모로우>는 이미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넘버들로 사랑을 받아왔다. 혼란한 정세 속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의 넘버는 조선에 대한 간절함과 애절함을 보여주었으며, '홍종우'의 이름으로 김옥균에게 접근하는 암살자 한정훈은 고종과 김옥균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조선의 앞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종은 무능한 왕으로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허망함과 분노를 표현하며 매 넘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삼연에서 관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넘버들과 가사를 함께 살펴본다. 김옥균, 한정훈, 고종의 세 인물 위주로 <곤 투모로우> 넘버의 매력을 탐구해보자. 

 

 

 

'김옥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순간들 : "빛이 보인다 내 두눈에"



2차-조형균_칼럼.jpg

 

 

내 영혼 모아

내 몸을 태워 

되살려다오

그 꿈들 

 

짓밟힌 외침 

거대한 불꽃이 되리라

그 언젠가 내일이라 불리는 날

 

'내일이라 불리는 날' 중에서

 

 

1막 '내일이라 불리는 날'은 작은 불씨를 모아 거대한 변화의 불꽃을 만들고자 하는 김옥균의 강렬한 의지가 담긴 곡이다. 조선 최초의 혁명가로서 김옥균이 지닌 변함없는 신념을 굳건히 드러내는 넘버이기도 하다. 

 

'내일이라 불리는 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앙상블과 조화를 이루는 파트다. 마치 조선의 백성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부르는 것처럼 김옥균 뒤에서 목소리를 내는 앙상블들의 합창은 넘버를 더욱 신성하고 거룩하게 완성한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영혼을 모으고 한 몸을 태워도 좋다는 김옥균의 믿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의미있는 메세지를 건넨다. 가슴 깊은 곳에서 간절하게 열망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두려울 것 없이 그대로 나아가라는 힘찬 응원으로도 들린다. 

 

 

빛이 보인다 내 두눈에

가슴이 뛴다 내 심장에

또다른 시간 

 

죽어 얻는 삶 빛을 향하여

다시 얻는 삶 빛을 향하여 

 

'죽어 얻는 삶' 중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도 초연한 자세로 "두 눈에 빛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 바로 김옥균이다. 그는 나라를 생각하는 그 마음 하나로도 죽어서도 새로운 삶을 얻겠다고 단호히 선언한다. 

 

2막 '죽어 얻는 삶'에서는 김옥균이 가진 뿌리 깊은 생각을 투명하게 노래한다. 혁명가로서 숙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오히려 더 긴 미래를 향해서 빛을 보고 있는 담대함까지 밝힌다.  

 

창작 뮤지컬에서 잠시나마 엿본 김옥균의 마음으로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당시의 심정을 상상해본다. 그는 아마 갑신년에 일으킨 혁명을 통해 결국 '죽을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곤 투모로우>의 '죽어 얻는 삶'도 김옥균의 사상을 한 편의 노래로 일목요연하게, 빼곡하게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경계에 선 '한정훈'의 외침 : 오늘은 없다 내 기억에, 내일은 없다 내 심장에 


 

2차-김재범_칼럼.jpg


 

오늘은 없다 내 기억에 

내일은 없다 내 심장에

다 타버린 재가 되어 사라져 간다

 

오늘은 없다 내 기억에 

내일은 없다 내 심장에

다 타버린 재가 되어 사라져 간다

 

'내일은 없다' 중에서

 

 

한정훈은 고종에게 명을 받아 김옥균을 암살해야 했다. 그러나 그가 김옥균에게 총을 겨누기까지는 수많은 내적 갈등의 시간이 있었으니, 2막의 '내일의 없다'에서 그의 참담한 심정을 가장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정훈은 고종의 명을 받기 전부터 김옥균을 동경해 온 인물이었다. 2막에서 부르는 '내일의 없다'는 김옥균과 자신의 관계를 회상하며 고통을 느끼는 한정훈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곡이다. 돌이킬 수 없었던 순간을 끊임없이 떠올리면서 한정훈은 자신이 느끼는 끝없는 괴로움을 노래로 말하고 있다. 

 

한정훈의 기억에는 오늘이 없으며, 한정훈의 심장에는 내일이 없다. 그에게 오늘과 내일은 다 타버려 재가 되었으니. 



이 하늘 닫혀 끝난 날 

어디로 가야하나 

무너져가는 세상 

이제 어디로 가나 


그곳엔 꽃들이 필까 

그곳엔 새들이 날까 

푸르른 하늘과 넘쳐나는 햇살 

잠들면 그곳에 갈 수가 있나

 

'조선의 붕괴' 중에서 

 

 

2막에서 한정훈이 부르는 '조선의 붕괴'는 <곤 투모로우>를 애정하는 관객들이라면 꼭 한 번은 다시 듣게 되는 곡으로 잘 알려져있다. 심지어 이 곡의 전율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작품을 보러가는 관객들도 있을 정도로 매번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 

 

'조선의 붕괴'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조선의 앞날 앞에서 절망하는 한정훈의 외침이 가장 슬프게 들려오는 곡이다. 열리지가 않는 하늘, 받아주지 않는 산과 들, 건너갈 수 없는 강물, 부질없이 흘린 피눈물을 읊으며 한정훈은 조선이 직면한 절망을 이야기한다. 

 

고종의 명으로 김옥균을 암살했으나, 오래 김옥균을 동경한 사람으로서 결국 같은 뜻을 이어간 한정훈. 목숨을 건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붕괴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본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꽃들이 피고 새들이 나는, 푸르른 하늘과 넘쳐나는 햇살을 가장 뜨겁게 열망한 한정훈의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이다. 

 

 

 

무너진 나라, 무너진 '고종' : 마지막 그 순간 넌 나를 버렸다


 

2차-고영빈_칼럼.jpg


 

시간이 수천 년 흘러도 잊지 못할 그날의 비명

찢겨져 흩어진 죽어 버린 삶의 조각들

세상이 끝난 그날 나를 버린 내 그림자 

 

꽃밭에 놓여진 붉은 와인 한 잔

함께할 사람 없어 

그림자 벗 삼아 눈물 벗 삼아 

심장 빛깔 한 잔 술

 

'나를 버린 내 그림자' 중에서

 

 

고종이 1막에서 부르는 '나를 버린 내 그림자'는 <곤 투모로우>에서 고종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함께할 사람이 없는 고독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나라의 왕으로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을 절제된 톤과 가사로 진하게 함축시킨 노래가 아닐까. 특히 이 곡은 온 무대를 채우는 듯 그윽하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언젠가 깊은 외로움을 느낄 때면 어느날 관객들도 고종의 심정을 떠올리며 '심장 빛깔 한 잔 술'을 들이키고 싶을지도 모른다. 한 편의 시를 쓴 것처럼 서정적인 가사가 계속 생각나는 고종의 넘버다. 

 


너에게 매달려 빌며 울었다 

날 버리지 말라고 

개처럼 기면서 너를 말렸다 

죽이지 말라고 

 

마지막 그 순간 넌 날 버렸다

세상 끝에 있어도 너를 찾고 말리라

남겨진 슬픔 알게 하리

도려진 너의 심장이

오직 그것만이 내가 사는 이유

신께 맹세한 내 소망

 

'내가 너를 어여삐 하였거늘' 중에서

 

 

2막 후반의 '내가 너를 어여삐 하였거늘'은 김옥균에 대한 고종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곡이다. 김옥균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졌던 갑신정변의 그 날을 떠올리며 고종은 주체할 수 없는 노여움과 치욕스러운 감정을 표출한다. 세상 끝에 있어도 김옥균을 찾고 말겠다는 고종의 집요함을 끈질지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특히 이 곡은 고종의 가사가 끝나면 앙상블이 다함께 '어여삐 하였다'를 외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솟구치는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는 앙상블의 합창으로 <곤 투모로우>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한다. 

 

*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10월 22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더 뜨거운 열기와 깊이, 다채로움으로 삼연을 맞이한 <곤 투모로우>의 감동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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