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과 글쓰기에 대한 가장 역동적인 탐구 - 여전히 미쳐 있는

글 입력 2023.08.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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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전히 미쳐 있는' 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여전히 미쳐 있기' 때문에. 혹은 '여전히 미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 책은 195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페미니즘을 주창하고 운동에 뛰어든 여성들의 삶과 이들이 주장한 내용,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을 고루 설명한다. 현대사의 일부를 들어내 짚어보는 일종의 대서사시와 같다.

 

내용이 그다지 읽기 쉬운 것도 아니고, 교재로 현대사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책장을 덮고 난 후엔 분명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느끼게 된다. 여성, 문학, 정치의 영역을 세심히 엮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오늘날 페미니즘이 어느 선에 와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반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페미니즘 비평의 시대를 연 최초의 책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의 저자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40년 만에 [여전히 미쳐 있는]을 통해 돌아왔다. 한평생 페미니즘과 여성의 글쓰기에 집중해 온 두 저자는 이번에 어떤 이야기를 위해 책을 낸 것일까.


이들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이었다. 그러나 곧 이어진 다양한 여성 운동을 경험하며 이 시대의 페미니즘이 동력을 얻어 미래로 나가가고 있다 느꼈다고.

 

그래서 이 시점, 현대의 여러 여성 운동과 시대의 인물들의 발자취를 짚어보며 오늘날의 페미니즘을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책은 19세기에서 현대까지의 세계를 무대로 다룬다. 그리고 그 무대를 관통하는 것은 각 시대의 한가운데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 여성 '인물들'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성들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1950년대의 실비아 플라스, 에이드리언 리치, 오드리 로드부터 1970년대의 수전 손택, 글로리아 스타이넘, 앨리스 워커를 거쳐,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토니 모리슨, 글로리아 안살두아, 주디스 버틀러, 이브 세지윅을 지나, 21세기의 앨리슨 벡델, 클로디아 랭킨, 퍼트리샤 록우드, 리베카 솔닛. 여러 여성 활동가들의 삶과 글을 방대한 범위로 분석한 비평 저널인 것이다.


또한 각 시대마다 사회의 변화 양상을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한 점이 좋았다. 가정주부로서의 정체성에서 점차 벗어나 여성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던 1950년대, 각종 여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분출하게 된 1960년대, 가부장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몸부림이 거세졌던 1970년대의 모습과 당시 여성 인물들의 글쓰기 활동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여성 인물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문학과 문화의 발달 과정을 추적해나간다. 궁극적으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퀴어, 흑인 등 여러 인권 운동과 연대하는 점과 인문학, 그리고 정치와의 접점을 들여다봄으로써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전한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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