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나는 찾고 있다

노세민 에디터를 생각하다
글 입력 2024.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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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라인 모임, 4번째 조 : 김인규, 노세민, 서상덕

 

 

겨울이 시작되고 있을 즈음에 아마, 아트인사이트로부터 카카오톡이 하나 날아들었다. 컴퓨터의 우하단귀에 소식이 날아드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 메세지는 월계수 줄기를 물고 있는 하얀 부리 비둘기의 이미지, 아주 단순한 전형의 비유를 그 우에 겹쳐보곤 한다. 딱히 내가 하는 건 아니야, 회사의 잡무를 보고 한 귀로 수화기를 눌러 잡는 정신없는 동안에도 나의 상상이란, 전형적인 이미지 정도는 제멋대로 떠올리곤 하는 것이니까. 


누군가 나를 찾는 것은 기쁜 일, 하여 G마켓이라든지 지오다노라든지 하여튼 얼굴 없는 것들의 알림은 모조리 꺼두었다. 내 기대는 언제나 너무 빠르게 날아가기에, 자주 실망하는 일 같은 건 없었으면 하거든. 한편 보내는 이의 이름있을 자리에서 아트인사이트를 알아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 여어 문화초대 왔는가, 이 도시 어느 귀퉁의 새소식을 물고 찾았는지. 편지를 열어보느라 잔뜩 기대하는 마음, 초청장의 제목에는 맑은 고딕 18포인트로 하여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 초대라 쓰였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려는구나, 나는 이미 기대하였고 언제나처럼 내 상상은 하마 멀리 날아가 버렸다. 너무 빨리 날아간 자리 뒤로는 푸드덕 그 소리만이 뎅그마니 남는 법이렷다. 


나는 재지도 재고하지도 않는다. 내 글이란 뉘 말마따나 안개 같아서, 이제 내 힘만으로는 고쳐 쓰기 쉽지 않다는 까닭이 제일이거니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들을 만나는 것은 한 번 빠짐이 없이 즐거운 일이었던 까닭이다. 어깨가 결리는 군, 수화기를 바른 편으로 고쳐 잡으며 초대 개요를 훑는다.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철컥, 신청서를 제출하는 클릭 소리 딸깍, 딱 이 정도의 시간이 흐른 즈음 내 상상은 이미 어느 대지에 터를 잡아, 환상을 낳기 시작했다, 아- 정정, 까기 시작했다. 환상… 내 축복이자 저주. 


영상이 뇌리의 깊은 쪽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나는 이제 저항하지 않아. 그건 되지 않는 것이니까,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딱히 가본 적 없는 카페에 앉아, 색감은 늘 브라운 톤이 좋다, 얼굴이 비어있는 사람들이 나를 향하여 검은 입을 오물거리누나. 너무 빨라 아직은 꽉 막히게 흐린, 수심 깊은 물 속의 환상. 흰 치아 정도만 기껏 알아보겠고나. 여하 우리는 더불어 글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라. 재미있겠군, 재미있겠어! 이런 때 나는 혼자 벙긋이 웃고 있었다. 거리에서, 흡연구역에서, 사무실에서, 나는 몰랐다,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오면서 그걸 깨닫게 되는 식, 자주 난처했다. 꿈을 깨고 난 다음 그러나 그대도 웃고 있던가. 그대도 웃고 있었는가, 뚫어지게 그 환상을 바라보지만 그건 알아볼 수 없어. 


그럼에도 나는 이런 것에 참을 수 없는 기대를 느껴버리곤 하지. 딱 하루 반나절 정도 가는 나의 기대는 허나 벅찬 것이었다. 내 상상은 아주 빠르게 날아가서 저 혼자 춤추고 있거든. 어서 와, 어서 오라고! 으, 견디기 힘들 정도로 뜨거우면서 지나치게 재빠른 나의 감정, 천천히 알아가고 조심히 태어나는 보통 사람의 그것은 하여튼 내 것이 아니이다. 그 일련이 내 육신의 것이었던 적은 없었다. 재빨리 날아가는 상상이 터 잡아 환상이라는 알을 까면, 곧이어 부화하는 기대감. 이 일련에 대해 나는 저항하려고도 해보았으나, 이제 그냥 내버려두기로 해. 무용해, 그게 어디 잡는다 잡힐 것이며, 외면한다 외면되어지는 것이던가. 이 기막힌 것들을 모조리 지켜보는 나의 이성은 두 다리로 땅을 걷는 존재이라, 느릿느릿 뒤따르니다. 더는 조급하지 않아 이것아, 오래되었다. 


이성이 골자를 되짚어가며 자기 자신을 해부, 혹 해석하는 것은 한참 굼뜨고 모자라는 일. 늦은 둥지에 도착한다. 부화한 기대감, 먹이를 부르짖는 시끄럽고 충만한 생명력, 눈도 채 뜨지 못한 선혈 빛의 몸체. 갓 태어난 뜨끈뜨끈한 새 새끼들이 내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그 쪼그만 한 것들의 몸으로부터 기막힌 생명력이 아주 그냥 막 그냥 폭발하듯이 분출되곤 하였다. 오 경이로와 잔뜩 찬미하리, 그게 내 것만 아니었다면 말야. 이 애틋하고 애절한 것들아-… 나의 훈련된 염세는 그 근거 없는 고양감에 곧 찬 먹물을 적셔주리, 골고루 발라야지. 붓으로 틈 없이 발라야지, 나 오래도록 연습해온바. 나는 그대들을 천천히 사랑할 것이야. 암, 그래야만 하지. 내가 보내버린 사랑이 그 얼만 했는데, 떠나버린 것들이… 서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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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하- 오늘도 이상한 글을 쓰는 나, 유쾌하다. 기이한 것은 점점 구속감이 옅어져 간다는 사실. 아주 오래도록 이 모든 것들은 나의 비밀이어야 했다. 나는 꽤 오래도록 이해받지 못했기에. 이런 건 입으로 말 지어 보기에 그리 권장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는 만큼 잔뜩 벼루어 쥐게 되는 두 손아귀의 팽팽함. 하여 나 의뭉하는 것은 이 구속감이 옅어져 간다는 사실에 대함이다. 또 한편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들도 이걸 알게 되는군?


나는 그대들을 천천히 사랑할 것이야. 잘 벼려진 무쇠의 차가움과 잘 다려진 군복의 날카로움 같이, 훈련된 나의 염세는 나를 칭칭 구속하고, 그 틈 없는 구속감에 안도한다. 이제 그 구속은 의지의 영역을 넘어, 영혼 그 자체에 스며들었다, 혹은 그 안에 삼켜졌다. 잡무를 보고, 수화기를 들고, 협력사와 통화를 하고, 담배를 피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하간 모든 순간에 나는 구속되어있다. 바야흐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지는 구속은 마침내 나를 안식케 한다. 그러니까 이제 딱히 애쓰거나 긴장하지 알아도 너 알아서 잘하는 것이렷다. 그러니까 이제 그걸 글로 말하여 보는 것 정도는 내게 허락되는 것이렷다. 나는 천천히 사랑할 것이야.


사랑에 가장 우선되고 주요한 것, 가장 필요한 것이란 바로 타이밍이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나만큼 아는 사람이 그 얼만 하겠는가. 문이 열리고 그대들이 들어온다. 우리는 마주 앉았다. 미리 빈 얼굴이 채워지고 나는 잔뜩 긴장한다, 허나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나의 긴장, 나만의 다정함. 부러 천천히 사랑할 것이야. 


이쯤 중간 정리, 사람 말로 정리하여 글을 계속 이어가자면 나는 그대들과 만나기 한참 전부터 고대하였고, 몹시 기대하는 동시에 그 기대를 꽉 붙잡고 있었고, 긴장하는 동시에 그 긴장은 드러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의 훈련된 얼굴을 모른다. 긴장과 구속으로 벼려진 내 얼굴의 매끈함, 완벽한 포-즈. 자주 그대들은 내성향 호소인이라 하였지, 날 더러, 참으로 오묘한 기분을 느끼곤 해. 나쁘진 않아. 


**


자, 자, 이제 뜬구름과 안개 같은 글은 여기까지, 원천 차단. 현실과 허상 사이, 틈새의 글, 나의 환상 수필. 실은 세민이가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인규는 아직인가. 그는 멀리 오산에서 온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도 강남에서 만난다. 인규가 오기 전, 무어라 신나게 우린 떠들었다. 참 에디터들과는 대화가 수월타. 글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아주 손쉬운 일. 왜냐하면 그것만이 내 관심사이고, 내가 아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있어서 나는 바보가 맞다. 그대들이 나를 다정히도 모를 뿐이야.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는 대화가 어려워. 왜 그런진 이해하겠지? 나는 생각이 너무 많고 자유분방하며, 불규칙, 또는 무규칙하기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거든. 혼돈, 그대라면 이해해줄 것을 나는 알아. 글 지어 먹는 사람이라면, 부분부분 조각난 문장을 한 가지 줄기로 엮어야만 하고 곳곳에 따로이 고여있는 사상의 시궁을 하나의 시냇물에 끌어대지 않으면 안 되니까. 나는 그가 편안했다. 비단 그의 성정이 차분하고 다정한 까닭만은 아니야, 그런 흔한 것에 그 이유를 갖다 대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이 정도로 적이 만족하고 이상 생각을 그만두기에는 가려운 것이 있어, 아마 그것보다는, 그가 나를 느긋이 이해하리라고 나 여길 수 있었기 때문이리다. 내 편에선 이게 더 마음에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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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규가 조금 늦게 도착하여 보게 되었을 것은 그리하여, 한창 신나게 떠드는 우리, 아니 내 모습이었으리다. 나는 말을 모조리 삼켜냈다가 여기서만 풀어헤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잠깐, 이게 구속된 내 모습이라면 나머지 것들은 그대들 상상에 맡겨도 적이 충분하리라. 나는 잠을 잘 때조차도 구속되어 있다. 그런 우리는 이미 편안하였으니, 퍽 정다웠으리다고 나는 쓴다. 우리는 이미 편안하였으니, 왜냐하면 서로의 글을 볼모로 삼아 장차 유쾌한 인질극을 나눌 참이었기 때문이다. 나 그대의 글을 읽었소, 긴장, 그것은 퍽 좋았소, 악-, 들뜬 기분이 어찌할 줄을 모르면 늘상 수줍음으로 수렴하였지, 괜한 몸을 대신으로 빙빙 꼬아대는 것은 퍽 정다운 장면. 

 

각자 피드백 받고 싶은 글 하나, 피드백하고 싶은 글 하나씩을 꼽아서 미리 나누어둔 터이다. 나는 길고 흐리멍텅한 글을 낳는 자. 바로 직전 직후의 이어진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에 다다르나 아무것도 뇌리에 남기지 않는 글. 계획 없이 쓰이는 글, 그리하여 구조와 논지가 없는. 어디로 다다를지 모르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채로 그저 나아가는바 농무 濃霧 속의 글. 너무 많이 해체하였고, 어느 하나 덥석 믿지 않고자 애쓰는. 의지는 충만하나 향하여 나아가는 바 의미가 없고, 믿음을 불신하나니 오직 염세로 가득 차 있는. 대략 자기 비평은 여기까지. 그러나 그대들은 그걸 두고 여전한 흡인력이라고 말해주는군. 흠, 씰룩, 기분 좋고 말아선 안 되는데 말이야, 씰룩, 구속. 


세민의 글을 읽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해, 그의 콜렉션들을 보아, 대단하군. 그는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란 걸 한눈에 알았다. 하나 나는 이런 고유한 사람을 대하여 그저 관심사가 많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그건 너무 납작하다고. 결코 그의 멋짐을 드러낼 수 없다고, 이, 이 나약한 언어들. 언제나 나는 열정이 있고 동경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홍채 안에는 심지가 있어, 자신의 매료된 사랑을 먹고 타오르는 열정의 불꽃. 바로 그 불꽃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그가 가진 타오르는 사랑의 제재, 심상을 사로잡아 버린 정물들을 나 또한 탐닉해. 나는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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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 씀이란 사로잡힌 영혼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바, 가장 효과적인 증거라는 이야기는 응당 보론.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은 종종 있었고 그를 열심으로 누리는 것을 보아왔지만, 그걸 빚어내는 건 또 다른 일이다. 피아니스트가 곡 매무새를 계속해서 다듬는 듯이, 화가가 지치지 않고 심상을 들여다보는 듯이, 나는 무언가 빚어내는 행위가 수반하는 치열함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치열함을 수반하지 않고 손쉽게 태어나는 것을 내가 사랑하지 않거나, 덜 사랑하는 것은 일찍이 찬사에 대한 나의 엄정함이자 공평함) 마찬가지 쓰는 이가 자기 열정의 대상을, 제제를, 사랑하는 자신의 정물을 글로 얽어내는 것이란. 다른 차원의 일, 좀스럽지만 이렇게 표현할밖에, 한 단계 정도는 높은 차원의 행위. 적어도 그것을 활자로 정리해나가는 일이 수반하는, 고됨과 번거로움 만큼은 절로 드러나는 일이리다. 


나는 내 열정에 찬 먹물을 칠해오느라, 지닌바 정열의 대상들을 잃어버렸기에… 이른바 '덕질'하는 모든 이들을 동경해. 다만, 그것을 빚어내는 사람을 더욱 동경해, 정확히는 빚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든 사람을. 계층화한 감상이란 기저, 판단하고 구획 짓는 소산이라 여전히 두려움으로 행하니다마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 나는 그것을, 가슴 안의 그것을 빚어내려 부닥치는 우리들을 동경해. 나도 무언가를 다시금 열락하였으면, 나는 찾고 있다. 


허나 나는 영혼이 그 자신을 매료하는 무언가를, 세상으로부터 얻어걸리듯 발견하는 방식이 아니고서야 다른 방법을 아지 못한다. 그것을 이 가슴 안에 주입하고 밀어 넣는 방법을 아지 못한다. 되지 않을 것이야. 다가가련들 닿을 수 없는 것, 신실한 열정이란 이해하여 가까이 다가가 머무르는 것 정도가 아마, 이지 理智의 최선. 아는 한 내게 남은 마지막 열정은 글에 대함, 지금 이것에 잔뜩 걸려 있는 나의 불같은 힘을 보아. 시켜서 되는 건 아닐 리야. 배워서도, 익혀서도 아마 아니. 이렇게 네 애호를 동경한다. 



오, 힘찬 글 분량 조절 대실패. 세민아, 오늘도 분량은 망해서 넘쳐흐른다. 네게 피드백 받은 바를 기계적으로라도 이행, 여기서 한번 끊어가야지. 오늘의 글 한 줄 요약, '피드백 모임은 너무 재밌어요. 또한 참 유익하군요?' 세민이 네가 말했고 또 가림 없이 동경해준 듯이, 나는 이 귀여운 단문장을 세상에서 가장 표표히 늘여뜨릴 수 있는 사람인 셈. 그건 나의 자랑이자 장기, 내 유일한 힘이고 능력이다. 허나 오늘 내가 기쁜 것은, 그것을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스스로 그것을 생각한다면 나는 그것을 구속할 테니. 허나 네게서 받는다면 그건 믿어도 좋겠다. 까닭이 없고 보상이 없다면 더욱 믿어도 좋겠다. 그렇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Pt2로 계속.

 

 

[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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