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글 자막, ON&OFF [문화 전반]

필수가 되어버린 한글 자막
글 입력 2023.08.11 12: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마 4-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한창 유튜브에서 웹드라마가 유행했었을 때, 영상과 함께 실린 ‘한글 자막’을 보게 되었다. 콘텐츠 제작 때부터 아예 자막을 넣어놨기 때문에 자막 설정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대사를 적은 자막이 장면마다 나타났다.

 

 

화면 캡처 2023-08-11 000845.jpg

PLAYLIST ORIGINALS

 

 

그 당시 나는, ‘한국에서 만든 웹드라마에 한국어 대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한글 자막까지 장면마다 넣어서 노출시킨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배우의 표정과 말투, 몸짓, 배경 등 관찰 요소가 많은 드라마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 이전에는 콘텐츠 시청 시 자막을 일부러 켜서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외국어로 진행되는 콘텐츠가 아닌 이상, 한국어로 이루어진 콘텐츠는 한글 자막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도움 장치 없이 영상 콘텐츠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청각장애인 등 시청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막 서비스는 당연히 필요하고, 콘텐츠 접근권 확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초점은, 이 한글 자막 서비스를 선택적으로만 두지 않고 원본 영상에서부터 자막을 자체적으로 넣어 누구에게나 자막이 노출되게끔 하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TV 드라마와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까지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유튜브 영상과 숏폼에 한글 자막이 없으면 허전할 정도이다. 토크 예능부터 리뷰 영상, 스케치 코미디까지 자막 없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을까? 특히 한글 자막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드라마, 영화에서도 어느새 한글 자막부터 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 한글 자막에 의존하게 된 걸까?

 

 

 

한글 자막 ON


 

아무래도 ‘멀티태스킹’ 때문인 것 같다.

 

 

hands-820272_1280.jpg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에서 영상의 길이가 짧아진 것도, 직관적인 콘텐츠에 먼저 관심이 가는 것도 모두 멀티태스킹 때문이라 생각한다.


요즘 일상을 되돌아보면, 뭐 하나에 온 집중을 쏟아서 몰입한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혼밥을 하게 되면 한 쪽 손에는 젓가락을,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다. 그러다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하면 클릭하고 댓글을 보느라,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까지 핸드폰을 쓸어 넘기고 있다. 평소에 보고 싶었던 드라마가 있어도 한 시간이 넘는 영상을 볼 자신이 없어 다음으로 넘기고, 마음먹고 재생한 드라마는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서 멀티 화면으로 작아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도 하고, 즐거움도 소비하고 싶은 심리가 충돌하면서 결국 멀티태스킹을 하게 되는데, 이때 영상 콘텐츠 속 한글 자막에 의존하며 글로써 정보를 입력하곤 한다. 물론 영상 속 이미지와 청각적 요소들도 함께 흡수하겠지만, 온전히 몰입을 하지 않더라도 자막의 도움을 받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멀티태스킹 상황이 아니더라도, 공공장소에 있거나 잠깐 시간이 있을 때 소리 없이 자막으로만 영상을 보기도 한다. 나의 경우, 어딘가 나갈 때 이어폰을 잘 안 들고나가는데 다양한 플랫폼 대부분 자막을 제공하거나 콘텐츠 자체 자막이 실려 있어, 감상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나 씁쓸한 점이 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완벽히 이해하는데 자막이 필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드라마를 볼 때 인물과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공감하고 몰입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레 화면 아래에 시선이 먼저 가 자막을 빠르게 읽은 후 전체를 보게 된다. 자막 없이 그냥 영상만 보면, 마치 영어듣기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글 자막 OFF



그동안 코로나19로 마스크에 가로막혀 답답한 소통을 하고, SNS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말’보다는 ‘글과 이미지’에 더 익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며 말로 소통하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문화가 발달하면서 더 편리해지는 점도 분명 있지만, 한동안 안 잡은 연필이 불편해서 글씨가 잘 안 써지는 것처럼 말하고 듣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 감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주변 사람들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하고, 때로는 라디오를 들으며 청각에만 집중을 해보기도 한다. 혹은 보이는 라디오를 보며 화자의 표정, 목소리, 몸짓에 집중해 보기도 한다.


한글 자막 사용이 증가하면서, 누구나 제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긍정적인 효과이며 앞으로도 지속하고 확대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 본다. 대신 한글 자막 제공 시에는 몰입감을 깨지 않는 선에서 올바른 표기법을 사용하고, 무분별한 자막이 소비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한글 자막을 의미 있게 사용하며, 보다 나은 콘텐츠 경험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