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잉홈프로젝트, '신(新)세계' [음악]

글 입력 2023.08.0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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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고잉홈프로젝트_포스터.jpg

 

  

지휘자는 없었다.

 

80여 명의 연주자가 뿜어내는 역동적인 소리만이 롯데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연주자들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호흡을 맞추었고, 추격전을 벌이는 듯한 화려한 도심부터 수려한 자연의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이들은 바로 '고잉홈 프로젝트'.

 

한국을 떠나 14개국 40개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 80여 명이 뭉친 악단으로, 지난해 창단 연주회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자 없이 선보여 국내 클래식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신세계", "볼레로: 더 갈라", "심포닉 댄스"의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청중을 만났다.

 

[Program]

 

레너드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조지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안토닌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마단조 작품번호 95

"신세계로부터"

 

 

(c)SihoonKim-GoingHome-223.jpg

 

  

공연의 첫 시작은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였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아홉 곡을 발췌하여 정리한 작품으로, 다양한 타악기 배치와 곡 중간의 핑거 스냅, 그리고 "맘보!"를 외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상당히 리드미컬한 곡이라 지휘자 없이 연주하기 까다로웠다. 그러나 연주자들은 전혀 난감한 기색이 없었고,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우려와는 달리 연주를 즐기는 모습에 공연장은 활기가 넘쳤고, 연주자들이 "맘보!"를 외칠 때 그들을 따라 맘보를 작게 외치는 관객이 있었다.

 

 

(c)SihoonKim-GoingHome-157.jpg

 

 

심포닉 댄스의 열광적인 현장 분위기를 이어받은 두 번째 곡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협연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달리, 협연자가 연주자들 사이에서 섞여 있다가 돌연 등장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클라리넷 조인혁 수석의 글리산도에 공연장이 불야성을 이루는 미국의 밤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손열음의 카덴차는 그야말로 백미 중의 백미였다. 힘 있는 타건과 탁월한 리듬감에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음 하나하나가 귀에 선명하게 살아 숨 쉬는 듯한 연주였다. 피아노 건반을 세게 내리쳐야 할 때는 무섭도록 내려치고, 여리게 쳐야 할 때는 건반을 보듬듯 연주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명하다.


두 번째 곡이 끝나고 앙코르가 이어졌다. "랩소디 인 블루"의 서두를 맡았던 클라리넷 조인혁 수석이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했다. 드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선율이 잔잔하게 내려앉을 때는 마치 재즈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원히 깨기 싫은 꿈!

 

*

 

마지막 곡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3단조 Op. 95 "신세계로부터".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2년 반 동안 머물며 받았던 문화적 충격을 그대로 담아낸 곡으로,  2악장이 고향 체코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Going Home'의 마지막 곡으로 적절한 선곡이었다.


관현악곡에서 목관 주자의 역할은 막중하다. 인원 수는 적어도 중요한 파트를 많이 맡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목관 주자들의 뛰어난 실력이 인상 깊었다. 오보에 함경 수석의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소리, 플룻 조성현 수석의 세심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연주는 아무래도 잊기 힘들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스베틀린 루세브가 몸을 날려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순간은 가히 일품이었는데, 그를 포함한 현악 주자들이 일제히 활을 휘두르며 장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쾌감마저 느껴졌다.

 

지휘자가 없다보니 소리의 강약 조절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이 탁월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리가 조금 커지거나 작아진다 싶으면 금세 안정을 찾았고, 나중에는 지휘자가 없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 정도였으니.


사실 정말 아쉬웠던 점은 공연이 아니라 야속한 기차 시간이었다. 아니, 기차 시간을 맞추느라 2부 앙코르를 듣지 못한 나였다. 그래도 1부와 2부 모두 충분히 즐기다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고잉홈 프로젝트였다.

 

 

 

이유빈.jpg

 

 

[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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